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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회고로 알 수 있듯이 유튜브에서 '초대박'이자 '꿈의 수치'로 인정받는 1억뷰를 뮤직비디오 공개 닷새만에 간단히 달성해 버린 노래가 등장했다. 바로 블랙핑크 로제의 솔로곡 '아파트'다.
우스갯소리 섞어 '얼굴과 키만 빼고 가창·작사·작곡·연주·퍼포먼스 등 모든 걸 갖췄다'고 평가받는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피처링으로 힘을 보탠 이 노래는 지난 18일 공개 이후 불과 5일만인 23일 1억뷰를 넘어서면서 각종 '밈'(Meme)과 챌린지를 양산하고 있다.
유튜브에서의 이같은 돌풍은 당연히 차트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음악 순위는 물론 스포티파이 등 각종 스트리밍 차트에서도 1위를 휩쓴데 이어, 25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는 4위로 처음 진입해 이 차트에서 역대 한국 여성 가수로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이 기세라면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정상 등극은 떼어 놓은 당상이고,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에서도 1위로 신고식을 치르는 이른바 '핫샷'(Hot Shot) 데뷔의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게 음악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누구는 어느 정도 짐작했을 테고, 또 다른 누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이번 성공의 비결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지극히 당연한 분석이겠지만, 무엇보다 곡의 완성도가 무척 뛰어나다. 중독성 강한 도입부와 귀에 쏙쏙 박히는 후렴구 등 멜로디 구성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최근 국내외에서 발표됐던 펑키(Funky)한 리듬의 소프트록 댄스 장르 노래들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빼어나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분명한 기승전결에도 2분49초에 불과한 노래 길이와 키치적인 느낌의 뮤직비디오도 인기 요인이다. 소품이라곤 달랑 태극기와 소주잔, 기타와 드럼이 전부인 뮤직비디오는 마스가 연출까지 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짧은 노래와 맞물려 마치 숏폼(Short Form)을 보는 것같은 찰나적인 재미를 안겨준다.
당초 '아파트'는 작사와 작곡을 주도한 로제가 오는 12월 초 발표할 첫 솔로 앨범에서 제외하려 했었다고 한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즐겨하는 술자리 게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창작물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앨범에 과연 어울릴까, 아마도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 우려가 무색하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K콘텐츠로 '강남스타일'과 영화 '기생충' 그리고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뒤를 잇는 메가 히트작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