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충돌 주요 원인 거론…활주로 새떼 증언
랜딩기어 미작동, 착륙거리 미확보 등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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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토교통부(국토부) 등에 따르면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고 여객기 블랙박스 2종을 모두 수거했다고 밝혔다. 수거된 블랙박스는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RV)이다. FDR은 사고 항공기의 비행 경로 등 장치 작동 기록이 담겨 있고, CVR은 기장과 부기장,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등이 담겨 있다. FDR의 경우 일부 훼손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참사 원인 규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블랙박스 해독 작업'은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는 "CVR은 외형 그대로 수거됐는데 FDR은 일부 분리가 됐다"면서 "FDR 해독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한 달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조류 충돌이 사고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고기 오른쪽 엔진에 조류가 빨려 들어가 엔진 고장 등을 일으켜 비상착륙을 유발했다는 분석이다. 사고 당일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상공에 새 떼가 있었다는 공항 직원의 증언과 공항 인근이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서식지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사고 여객기가 랜딩기어를 작동하지 않은 채 동체착륙 시도가 이뤄졌던 만큼 랜딩기어 미작동 등 기체 정비불량으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진 손상이 발생했더라도 랜딩기어는 정상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랜딩기어는 자동 및 수동 방식으로 착륙 전 내릴 수 있다. 수동 방식의 경우 기종마다 다르나 통상 15초 정도 조종석 핸들을 당긴 뒤 랜딩기어 레버를 내린다. 즉, 비상 착륙 도중 랜딩기어를 내리기 위해 최소 15초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사고 당시 활주로 착륙 거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는 만큼 이에 대한 규명도 필요해 보인다. 여객기 조종사들은 보통 1500피트 상공에서 활주로의 3분의 1 지점 이내를 목표로 착륙한다.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2800m인 점을 감안하면 900m 안쪽에서 여객기가 접지돼야 한다.
이외에도 조류 충돌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정확한 원인은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현덕 한국항공대 교수는 "엔진 손상이 있었다고 하면 나머지 엔진으로 충분히 랜딩기어를 내리고 착륙할 수 있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랜딩기어 등 아무것도 내리지 못하고 동체착륙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 착륙 거리가 확보됐다면 감속이 더 이뤄졌을 것"이라며 "활주로의 3분의 1 지점 이내에서 내려야 하는데, 사고 당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