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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락다운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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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더블린 통신원 | 박수정 베른 통신원

승인 : 2020. 11. 29. 15:41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통제 불능 상태로 악화되는 가운데, 스위스 도심에는 성탄절을 준비하는 조명과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반짝이고 있다.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티치노주 루가노 시청 앞에는 매년 그랬듯이 헬리콥터로 운반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된다. 4층 건물 높이보다 높다. 시내에 있는 광장에서는 크리스마스마켓과 무대 설치 준비로 분주하다.

온 가족과 친구, 연인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보냈던 스위스의 성탄절.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는 어떻게 될까? 스위스 연방보건당국은 성탄절 전과 후로 나눠 지침사항을 따로 안내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녹인 치즈에 빵이나 고기를 찍어 먹는 퐁듀(Fondue)가 유명하다. 퐁듀는 하나의 냄비에 녹인 치즈를 여럿이 공유하는 음식이라 아무래도 사람간 거리가 가까울 수 밖에 없어 접촉과 감염의 위험이 높다. 따라서 연방보건당국은 퐁듀를 여러 개 준비해 식탁 위에서도 사회적 거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권장했다. 성탄절 연휴를 보내는 동안 아무리 신이 나도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입으로 부는 관악기는 연주를 자제하고, 플레이어를 통한 음악으로 성탄절을 즐겨달라는 독특한 권장사항도 있었다.

코비드-19 팬데믹 사태에 아랑곳없이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크리스마스에 맞춰 일시적으로 방역 수위를 낮추고 있다. 크리스마스만큼은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한달 전에 내렸던 두 번째 봉쇄령을 순차적으로 완화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크리스마스 연휴는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12월 15일부터 야간과 새벽을 제외한 시각에는 이동제한 조치를 대폭 완화한다. 야간 통행제한을 하더라도 특별히 12월 24일은 제약 없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영국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닷새간 모임 가능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는 최대 3가구가 만나 어울릴 수 있도록 방역 예외를 허락한다고 발표했다. 스페인도 밤 11시인 야간통행 금지령 시작 시간을 12월 24일에는 새벽 1시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자정 넘어서까지 마음대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아일랜드는 12월 1일부터 봉쇄 조치를 5단계에서 3단계로 낮춘다.

유럽 국가들이 크리스마스를 양보할 수 없는 것은 오랜 전통에서 연유한다.

1647년 ‘삼왕국 전쟁’ (War of the Three Kingdoms)을 겪던 영국왕 찰스 1세(King Charles)는 그 해의 크리스마스를 ‘취소’하겠다고 공표했다. 당시 영국은 잉글랜드 내전(English Civil war)과 더불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왕국 사이에서 벌어진 삼왕국 전쟁으로 진통을 겪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12일 동안 축제와 음주를 금지해버린 것이다. 지칠 대로 지쳤던 영국 국민들은 반발했다. 런던 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뒤덮이고 시내의 상점 모두 문을 닫고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즐겼다고 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법을 어기면서 대응이 불가능해지자, 정부는 파티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에 위치한 마거릿교회(St Margaret‘s Church)의 수장을 체포했다고 전해진다. 전쟁도 법률도 크리스마스 사랑을 막을 순 없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4백 년 가까이 지난 지금, 유례 없는 감염병으로 전 세계에 비상사태가 내려진 가운데 축제의 날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3월에 이어 2차 락다운(Lock-down)을 선언하며 2차 봉쇄에 들어갔던 유럽 주요 국가들은 여론을 의식하며 서서히 봉쇄 조치를 완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코로나 백신 개발 뉴스가 들리고 있고 희망이 조금씩 싹 트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적인 위기에 놓여있는 지금. 옛날 정부가 했던 것처럼 크리스마스를 금지하진 못하더라도 봉쇄 정책은 유지해야 한다는 비판과 크리스마스에는 만남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립하고 있다. 중요한 전통이자 서구권의 명절인 크리스마스에 주민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유럽의 12월이 주목된다.

김효진 더블린 통신원
박수정 베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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