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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中 견제용인데…” 佛·濠, 오커스 때문에 싸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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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21. 11. 03. 15:54

'오커스 갈등 풀리나'…악수하는 바이든·마크롱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를 찾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바티칸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오커스’(AUKUS) 창설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사진=AFP·연합
“호주 총리가 거짓말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된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직격했습니다. 모리슨 총리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냐는 호주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알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린 것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다소 직설적인 말투로, 그것도 주요 20개국 정상이 모인 자리에서 특정 국가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 이유는 5년 전 호주와 체결했던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이 상대방의 일방적 파기로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호주는 지난 2016년 프랑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방산업체 나발그룹과 맺었던 660억달러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뜻을 최근 프랑스 측에 통보했습니다.

거래 상대국의 일방적 파기로 허공에 날아간 금액이 660억달러, 한화로 7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었던 만큼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화를 낸 게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게다가 계약해지 통보가 지난 9월 중순 호주가 핵보유국인 미국·영국으로부터 핵잠수함 원자로 기술을 공유받기로 한 후 이뤄진 것이라 분노조절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프랑스는 이번 계약 파기에 관여된 미국을 향해서도 주미 자국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고 유엔총회에도 불참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며 단단히 화풀이를 했습니다. 이 같은 기세에 눌린 것인지, 뭔가 떳떳하지 못했다고 느낀 탓인지는 몰라도 미국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G20 회의에 참석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우리가 한 일이 어설펐다”며 사실상의 사과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반면 계약파기 당사자인 호주의 모리슨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분노에도 꿋꿋했습니다. 이미 지난 6월 영국에서 개최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재래식 잠수함은 호주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어떠한 합의도 이뤄진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모리슨 총리의 해명이 아니더라도, 호주 입장에서는 전력증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재래식(디젤) 잠수함을 팔겠다고 나선 프랑스보다는 세계 최강 미국과 같은 영연방 소속인 영국의 핵 잠수함 기술을 지원받는 게 심정적으로 더 끌렸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들 두 나라는 지난 9월 15일 호주와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안보 파트너십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킨 동맹국입니다. 프랑스의 재래식 잠수함이 호주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리슨 총리의 언급에 힘을 실릴 수 있는 배경인 셈입니다.

안보 파트너십 '오커스' 발족 발표하는 미·영·호주 정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보리스 존슨(화면 오른쪽)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화면 왼쪽) 호주 총리와 화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의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 발족을 발표하고 있다. 오커스는 이들 세 국가명을 딴 이름이다. /사진=AFP·연합
오커스는 호주(Australia)와 영국(Unied Kindom), 미국(United States)이 지난 9월 15일 결성한 안보동맹체입니다. 오커스란 명칭도 세 동맹국의 영문 국호에서 앞글자(대문자)를 따와 합친 것입니다. 정식 명칭인 ‘AUKUS Security/Military Pact’에 볼 수 있듯이 오커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세 나라간 안보·군사 파트너십입니다.

하지만 오커스 결성의 궁극적인 목적이 중국 견제라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중국과 대립·경쟁관계를 형성했던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과 갈등을 빚었던 호주를 포섭하기 위해 영국과 함께 만든 것이 오커스인 것입니다. 호주가 추진 중이던 잠수함 개발을 도와줌으로써 중국에 대적할 수 있는 확실한 친미국가로 만들겠다는 심산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애먼 프랑스가 피해(?)를 입게 된 것이죠.

오커스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동맹체로는 ‘쿼드(QUAD)’와 ‘파이브아이즈(Five Eyes)’가 있습니다. 우선 쿼드는 미국과 호주, 인도, 일본 등 4개국이 참여해 만든 안보회의체입니다. 2006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의해 4개국 간 전략대화 필요성이 제기됐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고립을 목적으로 선택한 인도·태평양 전략이 이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탄생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쿼드는 비공식 안보협의체에 불과했지만, 올해 3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도로 국가 정상급 회의로 격상됐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 3개국까지 포함된 ‘쿼드 플러스’로 확장시켜 더욱 확실하게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파이브아이즈는 오커스, 쿼드에 비해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진 군사·정보 동맹체로, 참가국은 미국과 가까울 수밖에 없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4개 영연방 국가로 구성돼 있습니다. 파이브아이즈의 기원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3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적대국이었던 독일·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이 맺은 ‘BRUSA(BRitain-USA)’ 협정이 모태인 것입니다.

파이브아이즈도 쿼드처럼 미국에 의해 참가국 확대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기존 5개국에 더해 한국과 일본, 인도, 독일을 포함하자는 지침이 최근 미 하원에서 나온 겁니다. 이 역시 기존 동맹국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정책에 따른 것이죠. 그 확대 대상에 모두 포함돼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말 신중한 행보를 보여야 할 때입니다.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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