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안재욱 칼럼] 부동산 PF 부실의 원인과 대책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22601001350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2. 26. 18:03

2024022601010016809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심상치 않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표면상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위태롭다. 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PF 대출 잔액 130조원 절반 이상인 70조원이 부실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경제인협회의 '건설기업 자금 사정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이 102개 건설사 중 76.4%에 달한다.

이러한 부동산 PF 위기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다. 많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그동안 지나치게 풀린 돈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코로나19 사태로 저금리 정책 등을 쓰며 많은 돈을 풀었다. 금리를 인위적으로 인하하면 그동안 수익성이 없었던 투자프로젝트가 갑자기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단기 프로젝트보다는 장기 프로젝트가 더욱 그렇다. 낮아진 이자율로 인해 장기 프로젝트의 순현재가치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기업이 대출받아 장기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투자가 증가한다.

부동산 프로젝트는 토지 매입부터 최종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이 있다. 인위적으로 낮아진 금리로 인해 부동산 및 토지와 같은 기타 고정 자산 건설 등으로 대출 자원이 몰리게 된다. 한편 풀린 돈이 사람들의 수중으로 들어가 마치 자신들의 부가 증가한 것처럼 느낀다. 그로 인해 부동산과 같은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와 함께 수요가 증가하여 부동산 시장이 붐을 이룬다.

그러나 이러한 붐은 일시적인 거품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 투자는 생산해 소비하고 남은 저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지 정부의 통화팽창으로 유도된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장기 투자프로젝트를 완수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기업이 원하는 양에 비해 적은 것이 드러난다. 그래서 노동과 자원의 가격이 오르게 된다.
게다가 풀린 돈이 자산시장을 거쳐 소비재 시장으로 들어가면서 소비재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 소비자물가 지수가 상승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넘어가면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 금리 인상은 자원 사용 비용의 상승과 함께 기업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장기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끌어올린다. 그러면 예상하지 못했던 투입비용의 증가를 감당할 수 없어 투자프로젝트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버스트가 온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부동산 PF 부실은 이러한 과정의 결과다. 그런데 돈이 많이 풀려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미국 역시 사무실,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사상 최고로 치솟고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사실 잘못된 통화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1989년 일본의 부동산 버블의 붕괴,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모두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과 지나치게 많이 풀린 돈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돈을 풀어서 만들어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침체의 문제를 겪는 나라 중 유독 한국에서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이유는 한국의 부동산 PF가 금리에 훨씬 더 민감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래 PF는 특정한 사업으로부터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흐름과 사업성을 담보로 그 사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PF의 주요 참여자는 사업개발자, 건설사, 그리고 금융회사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개발자가 보통 총사업비의 20~30%를 출자해 서류상 회사인 SPC라는 시행사를 설립하고, 토지를 구매한다. 시행사는 구매한 토지에 건물을 세우기 위해 건설사와 계약을 맺고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회사로부터 PF로 대출을 받는다. 금융회사는 PF 대출 심사 때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 PF 대출을 결정한다. 시행사는 완공 후 거기서 나오는 현금흐름과 수익으로 건설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하고 금융회사의 대출을 갚는다.

이러한 일반적인 구조는 달리 한국의 경우 총사업비의 5~10%만 출자해 SPC를 설립하고, 나머지 토지비와 공사비 등 모든 사업비를 전적으로 PF 대출과 분양 대금으로 마련한다. 그리고 PF 대출 때 금융회사는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따지기보다는 건설사의 책임준공 확약과 함께 PF 연대보증을 받는다. 원래 부동산 PF 사업에서 건설사는 공사만 하면 되지만, 한국의 경우 PF 사업의 위험을 건설사가 거의 전적으로 부담하게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업비가 PF 대출로 마련되므로 한국의 부동산 PF는 금리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로 인해 정부의 금리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동안 부동산 PF의 문제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창구지도를 통해 대출금리를 억누르는 한편,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통해 집값을 끌어올리려 했다. 또한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한데도 한국은행은 계속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것 역시 이와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들은 문제를 연장해 시장이 빨리 회복할 수 없게 만든다. 지금의 부동산 문제는 인위적인 금리 인하로 기업에 제공하는 금리의 신호 기능이 왜곡돼 잘못된 투자가 만들어 낸 결과다. 시장과정에 의해 잘못된 투자가 청산되어야만 시장이 회복할 수 있다. 회생 불가능한 부실기업들은 시장에 의해 정리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정부는 부동산 PF 문제가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안전망을 두껍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PF 대출이 건설사의 보증이 아니라 원래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사업성을 평가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바뀌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