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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바다서 ‘1조9000억’ 돈바람… 4000억 쏟은 ‘세아윈드’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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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 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02. 07. 06:00

4년 준비 끝에 英 공장 내달 가동
실적 악화 등에도 꾸준히 투자
1조 부채 부담…생산 안정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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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로고
4년여에 걸친 세아제강지주의 4000억원 승부수가 완공도 전에 선주문만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외화벌이 캐시카우로 돌아오고 있다. 원유와 가스를 이동 시키는 어려운 기술의 '파이프' 사업을 하던 세아제강지주가 세아윈드를 설립해 '모노파일'을 중심으로 한 해상풍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21년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강력한 탄소 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 했던 그 해다. 야심차게 노리던 러시아 가스관 사업은 정권 변화에 따른 정부의 신북방정책의 좌초로 사실상 물건너간 시점에 내린 결단이기도 했다.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의 신사업 도전 의지에 기반해 꾸준한 투자가 지속됐다. 글로벌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모노파일) 시장 진출을 위한 신규 법인 '세아윈드'에 예정했던 4000억원을 흔들림 없이 투자, 오는 3월 상업 가동이 예고됐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거세지고 있어 일찌감치 재생에너지 수요가 높은 유럽에 생산망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미 일감도 확보한 만큼 안정적인 수율을 낸다면 하반기부터는 실제 이익 기여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아윈드 투자에 계열사들이 대거 동원됐고, 채무보증도 2조원을 훌쩍 넘겼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현재 세아윈드 부채는 1조원 남짓이지만 정상 가동 및 이익 창출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탓이다. 만약 세아윈드가 빠르게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재무 불확실성이 지주 전체로 번질 수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세아제강지주는 영국에 짓는 세아윈드 모노파일 공장에 대해 오는 3월 상업가동, 6월 완제품 납품을 목표로 약 4000억원의 투자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 2021년 2월 글로벌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모노파일) 시장 진출을 위해 영국 현지에 설립한 세아윈드는 세아제강지주가 100% 보유 중인 자회사다.

세아그룹은 지난 2018년 강관 사업을 위주로 하는 세아제강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분 정리를 거쳐 특수강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세아홀딩스 및 세아베스틸지주, 세아제강지주가 각각 이태성 사장, 이주성 사장 주도로 운영되고 있다. 사촌 지간인 이태성 사장과 이주성 사장은 각각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지주의 최대주주이자, 창업주인 이종덕 회장의 손자다.

이주성 사장은 세아제강지주 경영 전면에 나선 부사장 시절부터 직접 세아윈드 투자 및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등에 따라 등락이 심한 강관 사업에서 나아가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아제강지주는 2021년 약 500억원을 출자해 법인을 설립하고, 이후 꾸준히 투자를 지속했다. 특히 2023년부터는 철강업황 전반이 부진하며 이익이 축소되는 등 실적이 줄었지만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세아윈드에 집행한 투자 규모만 약 2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세아제강지주가 영업익 2250억원을 내는데 그치며 전년 대비해서도 61.9%가 감소했음에도 계열사 세아스틸인터내셔날 등을 동원해 예정했던 투자를 마무리지었다.

세아제강지주 관계자는 "세아제강지주 차원에서 전체 출자금액은 4000억원 수준(현재 환율 기준)으로, 현재 시점에서 규모 있는 수준의 추가 출자는 계획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세아윈드는 2022년 7월을 시작으로 약 2년반 동안 영국 북동부 티스사이드 지역 약 3만평 부지에서 공장을 구축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세계 최대 수준인 24만톤이며, 영국 내 유일한 모노파일 제조공장이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가면 완제품은 6~7월경 고객사에 납품될 예정이다.

이미 3년치 일감을 쌓아둔 상태라, 앞으로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회사는 2021년 말 법인 설립 후 최초로 글로벌 해상풍력발전시장 1위 기업 덴마크 '오스테드'로부터 약 4000억원의 모노파일 수주를 따냈다. 이후 2023년 말 스웨덴 국영 전력회사 '바텐폴'과 약 1조4900억원 규모의 모노파일 하부구조물 공급 계약을 체결해 현재 1조9000억원가량의 수주를 확보했다.

모노파일은 대형 철판을 용접해 만든 원통형 구조물로, 해상풍력발전 터빈 타워를 해저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세아윈드가 공급하는 모노파일 하부구조물 제품은 유속이 강한 북해 지역의 특성 및 심해에 하부구조물이 설치되는 점을 고려해 부식에 강하다는 강점을 지녔다.

세아윈드의 모노파일 가격은 공개되지 않지만, 업계에서 통상 모노파일 1개당 40억~50억원으로 보고 있다. 당초 2021년 세아윈드 출범 당시 목표한 연간 100개를 생산, 공급할 시 매출 5000억원 이상이 잡히게 된다. 단숨에 그룹 내 계열사 세아제강 매출(지난해 1조8082억원)의 3분의 1가량을 낼 수 있어, 그룹이 세아윈드에 거는 기대감도 크다.

세아윈드는 2030년까지의 생산 물량을 빠르게 수주하겠다는 계획이다. 상기 두 건의 수주를 시작으로 현지에서 세아윈드를 향한 관심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EU(유럽연합)에서는 영국 주도로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특히 영국 정부는 현지 공장에서 직접 모노파일을 조달하려는 상황인 데다, 세계 모노파일 시장 점유율 1위인 네덜란드 시프(Sif) 역시 영국 현지에 공장이 없다. 사실상 세아윈드가 독점할 수 있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다만 현재 세아윈드가 설립 과정에서 약 1조원 이상의 부채를 갖게 됐고, 이에 대한 보증을 세아제강지주가 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요인이 될 수도 있다.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출자하기도 한 만큼 생산 안정화가 늦어진다면 지주사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다.

그러나 세아제강지주가 현재 안정적 재무 체력을 갖고 있어 세아윈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안착하기까지는 충분할 것이란 평가다. 지난해 10월 세아제강지주가 14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하는 등 외부 차입을 늘리기는 했지만 아직 부채비율은 106% 수준으로 안정적 수준이다. 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화석연료 관련 에너지향 제품의 수요 개선이 전망된다는 점도 이익 및 재무체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지선 기자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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