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여의로] “그때 팔지 않았다면”…회자되는 ‘금모으기 운동’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220010011055

글자크기

닫기

이충재 기자

승인 : 2025. 02. 21. 09:24

이충재 증명사진
금(金)에 대한 기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국민적 이슈가 됐던 '금 모으기 운동'이다. 전국적으로 350만 명이 참여해 약 227톤의 금을 모으는 기적을 일으켰다.

현재 한국은행의 금보유량(104톤) 보다 두 배 많은 금붙이가 장롱 속에서 나온 것이다. 금액으로 21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당시 우리나라 전체 외채가 304억달러였으니 무시 못 할 금액이었다.

이는 우리 국민에게 금이 단순히 안전자산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로 각인된 상징적 사건이었다. 국가가 '돈 관리'에 실패하면 언제든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교훈은 최근 요동치는 글로벌 경제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최근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국제 금값이 트로이온스(31.1035g)당 3000달러선에 육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폭탄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뒤흔들자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계에선 "정부가 IMF 때 모았던 금을 팔지 않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으면, 나라 곳간이 넉넉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당시 모았던 금을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300억달러가 넘는 규모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한국은행은 금을 사들이는 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국제 금시세가 요동칠 때마다 도마에 올랐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의 10%가량을 금으로 보유한데 비해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미미한 수준'이라서 그렇다.

한국은행은 2013년 이후 현재까지 금을 1g도 사들이지 않았다. 우리 외환보유액이 지난 1월 말 기준 4110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인데, 금의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의 비중이 우리나라(1.2%)보다 낮은 국가는 브라질(0.7%), 체코(0.2%) 정도다.

그렇다고 한국은행이 금을 '돌보듯' 해온 건 아니었다. 2011년부터 2년 간 공격적인 금 매입에 나서며 90t의 금을 매입해 현재 수준까지 늘렸다. 하지만 금을 사들이자마자 국제금값이 폭락하면서 '고점에 물린' 한국은행은 매서운 질책을 떠안아야 했다. 당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국정감사장에서 "왜 금을 비싸게 사들였냐"는 여야의 서릿발 공세를 받았다.

최근 한국은행은 "왜 금을 안사냐"는 고강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 금값 추이를 감안하면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창용 총재가 여야의 공세에 시달릴게 뻔하다. 금은 달러와 함께 한 나라가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안정장치'로 인식된다. 안정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한국은행이 사들일 금괴 높이가 더 높아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충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