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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국의 나폴리’ 묵호 논골담길…‘다닥다닥’ 우리집이 관광명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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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4. 09. 08. 11:08

1970년대 모습 그대로 살리며 '스토리' 입혀
주민-동해시 갈고 닦으며 긴 호흡으로 옛 도시 재생
심규언 시장 10년간 묵묵히 추진…관광객 버킷리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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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사진 위에 색상을 입혀 디자인한 동해시 논골담길 모습, 등대와 바로앞 동해 바다가 출렁이고 있다./부두완 기자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논골담길은 근대역사에서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여정을 나서기전에 동해문화원에서 보내준 역사 문헌과 각종 연구 자료를 읽어보았다.

"뿌~~웅 뱃고동 소리에 명태와 오징어는 지게에 실려 묵호 저 봉우리 덕장을 향해 한발 한발 1500보 올라가니 아낙네들 오징어 다듬고, 명태를 나무 꼬지에 끼워 나란히 걸었네.

지게꾼 올라갈 때 마다 오징어와 명태가 멱감은 바닷물 한 바가지를 좁은(30cm정도) 돌계단에 땀과 함께 쏟아내니 바닥은 논골처럼 첨벙거리네.

아내와 자식은 없이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살았다는 증표는 저 논골담 곳곳에 걸려있는 장화가 그 증표인가 보다."

말없이 걸려있는 장화가 소리내어 "그렀소. 나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동해문화원 조연섭 사무국장에게 물어보드래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조 국장이 사업을 주도한 논골담길 개발은 대한민국문화원상 종합대상, 프로그램상 수상, 조연섭 창의인재상을 수상하고 청와대·유네스코 문화유산센터 성공 사례발표 등으로 문화관광도시 재생의 표본이 되었다.

민간사업을 이어받는 심규언 동해시장은 10년째 공을 들이고 있다. 2026년도 완성되면 지자체의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기억되길 바라며 논골담길 1·2·3길 투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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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문화원 조연섭 사무국장이 논골담길을 안내하고 있다.(위 왼쪽-아래 오른쪽) 위는 논골담길 야경이고, 아래는 등대를 배경으로 논골담길 전경을 담고 있다. /부두완기자-조연섭 국장
문헌과 투어만으로 알 수 없는 숨은 이야기를 듣고자, 입담이 구수한 조 국장 뒤를 따르며 논골담길 이야기를 들어봤다.

묵호항은 1937년 개항했다, 인구는 한 때 5만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2700여명에 불과하다.

묵호의 전성기를 그리워한 김시래 시인의 1998년도 시 '새벽 어판장' 한줄로 당시를 회상해 본다.

'삶의 새지평을 열리는 새벽' (중략). '판장은 신바람 나고', '사람들 지칠줄 모른다'

조 국장이 제일 먼저 안내한 곳이 종점슈퍼다. 논골담길 재생에 직접 참여했고, 전동해문화원 이사인 손만택 어르신을 만났다.

어르신은 고향이 포항인데 당시 먹고살려고 왔다가 묵호가 좋아 정착했다고 한다.

어르신 점포 안에는 묵호의 근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970년대부터 도지사. 군수, 시장, 경찰서장 등으로 받은 상장과 감사패가 50여장이 벽에 걸려 있다.

어르신은 묵호항 등대(1963년 완공) 건립 때 직접 부인과 지게로 돌을 지고 나르며 공사에 참여했다. 이때 품삯은 보리쌀과 밀가루 한되 받았다고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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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 전성기인 1960~70년대 덕장에 걸려있는 명태. 하선하는 선원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명태를 운반하던 지게도 보인다. 오른쪽 아래는은 1963년도 등대 완공 낙성식 장면이다/동해문화원 소장
어르신은 1960~1970년대에는 묵호가 먹고살만 했으나, 동해시가 개청하면서 구도심지가 되어버린 현재는 인구가 20배나 줄었다고 한다.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아쉬워 논골담의 역사를 되찾고 관광명소로 부흥 시켜줄 사람을 찾았다고 한다. 그 사람이 바로 조 국장 이었다고 했다.

-논골담의 옛 도심 재생은 어떻게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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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논골담 주민들이 당시 시대상을 그려낸 설치미술 작품이다.아래 흑백 사진은 1968년 영화 '미워도 다시한번' 명장면이 연출되었던 묵호등대. 오른쪽은 하얀지붕이 보이는 등대. /동해문화원·부두완 기자
"전성기를 지난 묵호에 살면서 이제는 만족을 하지 못하며 바다를 원망하던 사람들, 그러나 바다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 바다를 자신의 몸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의 삶이 지역문학속에 녹아 있어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감성을 담아 스토리화 하는 것, 걷기만 해도 느낄 수 있는 것, 동해바다 풍경과 어울림이 있는 한상 차림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예산이나 정책이 동반되는 것이 아니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고, 사업을 위탁받아 문화원전국연합회가 공모하는 사업에 2010년 당선되어 당시 예산 2000만원이 종자돈이 되어 논골담길 도시재생 문화관광 사업이 출발했다.

현재 동해시 박종을 경제문화관광 국장 등 공무원과 동해문화원, 마을주민들이 함께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여 14년간 이어오고 있다.

박 국장과 조 국장은 이구동성으로 민간이 주도한 사업이 이렇게 확장성과 탄력을 받은 것은 심규언 시장이 취임하면서 부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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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화백이 논골담길을 배경으로 수목화를 그리고 있다. 김화백은 논골담길 배경으로 10m 짜리 낮풍경과 밤풍경을 수목화로 그려 2025년 8월에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부두완 기자
본격적인 논골담길 투어길에 수묵화를 그리는 김명화 화백을 만났다. 10년전 묵호에 왔다가 이곳의 매력에 푹 빠져 서울에서 아주 이주했다고 한다. 주로 논골담길 수묵화를 그린다.

김화백은 중앙대를 졸업하고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내년 8월에 인사동 화랑에서 논골담길 낮풍경, 밤풍경 담긴 길이 10m 짜리, 대형 그림 두 점을 전시한다고 한다. 작가의 논골담길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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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섭 국장이 14년간 함께한 마을 주민 김영기씨와 논골담길을 함께 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영기 씨의 아내인 김정순 씨가 2012년도 묵호등대 담화마을 논골담길 스토리텔러라고 쓰인 이름표가 걸려 있다/부두완 기자
이어 들어간 곳은 만가지가 넘는듯한 굿즈와 다양한 기념품 상품이 널려 있는 기념품 가게이다. 안에는 2012년도 발급한 묵호담화마을 스토리텔러(문화해설사)김정순 신분증이 걸려 있다. 이 가게 안주인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남편 김영기씨(53)를 만났다.

-논골담길 조성되고나서 14년간 장사는 어떠신지요.

"여기는 장사 속보다는 순수함이 남아있어서 인지 오는 사람마다 좋아하고 덕분에 갈수록 장사가 잘돼요. 그리고 곧 동해시에서 도시재생이 완성되면 관광객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찾아 오지않겠습니까."

이어 만난 어르신은 고향은 묵호가 아니지만 1960년대 선원으로 일하면서 정착했다고 한다. 타향에서 여기 저기 일거리를 찾아 왔다가 정착한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묵호항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라고 조 국장이 소개했다.

인천문화재단 최진용 전 대표는 도시재생에 대해이렇게 이야기 한다. "대한민국 만이 아니라 도시는 전성기에 새로운 신도심을 만들어 구도심가 낙후된곳이 많다. 그러나 도시재생으로 일어나기란 매우 어렵다. 스토리와 자연환경이 좋아도 민·관·학 모여서 긴 호흡의 기다림으로 인내해야 합니다."

지역주민과 동해시, 동해문화원이 긴 호흡으로 인내하며 정부예산을 확보했고, 끝없이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보며 이제야 조금씩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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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가 추진중인 지속사업 현장. 위는 완공된도째비골 경관조명 사업. 아래 천상화원에 조성된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2026년 사업이 완료된다./동해시
논골담길에 행정안전부 예산 4억9000만원 확보해 2026년까지 총 116개 벽화 리뉴얼작업을 한다.

그리고 천상의 화원 조성은 19억원으로 2025년까지 도째비골, 해맞이길, 논골담길 일원에 조경을 식재하고, 주요 도로와 골목길에는 조명과 경관조명, 소공원조성과 조형물을 설치 한다.

특히 증강현실 벽화와 LED사이니스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2026년까지 시설을 한층 더 보강해 완성할 계획이다.

논골담길 맞은편 문화예술과 환경이 어우러진 정주형 도시재생사업인 새뜰마을사업도 2027년도까지 42억원을 들여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덕장마을 문화관광지를 조성한다.

심규언 시장이 구상한 논골담길과 정주형 도시재생의 환경적 특징은 관망지점에서 관광객들은 아래로 볼 수밖에 없는 풍광이고, 바다의 풍경은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게 되어있다. 특히 논길담길 주변 반경은 하나의 화선지로 그림을 그리고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래서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내는 거대한 그림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작품처럼 보이는 도시재생 문화관광지 조성사업은 민·관·학이 긴 호흡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동해의 역사다.

이러한 동해시만의 관광개발 방식은 관광객을 더 많이 부르고 하루라도 더 머무르고 싶어하는 도시로 만들고 있다.

김명화 화가가 논골담의 밤 풍경과 낮 풍경을 10m 화폭에 그려내는 것처럼 묵호와 동해가 옛 전성기의 모습을 다시 찾기를 기대한다.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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