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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대신 매수” 1500억 더 쓰는 정용진… 이마트 혁신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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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승인 : 2025. 01. 12. 17:50

母지분 전량매수 '정공법' 선택
양도소득세·법인세 할증 등 손해에도
대주주 책임경영·기업가치 제고 의지
친족 독립경영 계열분리 가속 전망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손쉬운 길' 대신 '정공법'을 택했다." 지난 10일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보유지분을 전량 매수하겠다는 정 회장 측 '깜짝 발표'에 대한 재계 평가다. 그간 재벌가의 승계 과정이 '지분 증여'를 통해 이뤄져 왔던 것과 사뭇 다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주식 매수 방식이 증여보다 1500억원가량 추가 비용이 들지만, 정 회장이 이마트의 미래가치를 믿고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독자경영 체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의 표현이란 해석도 나온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0일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보통주 278만7582주를 다음 달 10일부터 3월 11일까지 30거래일 동안 매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주당 취득단가는 지난 10일 종가(6만4800원)보다 18.52% 높은 7만6800원, 총 매입 금액만 2140억8600여 만원에 달한다. 지분 매수에 필요한 자금은 정 회장 개인 자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분 인수를 마치면 정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기존 18.56%에서 28.56%로 높아진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재벌가 경영승계에서 볼 수 없던 '그림'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수증(受贈)' 대신 '매입'을 택했다는 점에서다.

정 회장이 이명희 총괄회장 보유지분을 증여받는다면 약 1000억원의 증여세만 내면 된다. 반면 직접 지분매입에 나서면 정 회장은 2500억원 이상을 써야 한다. 우선 현행 법인세법에 따라 대주주 거래에 해당돼, 정 회장은 20% 할증된 가격에 주식을 사야 한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비용도 필요하다. 여기에 이 총괄회장도 400억원가량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또한 이 총괄회장이 이번 주식처분으로 받는 거래대금 2141억원을 향후 상속·증여할 경우 정 회장은 약 1070억원의 증여세도 추가로 내야 한다.

정 회장은 왜 수증 대신 주식매입을 택했을까. 재계 관계자는 "국내 재계에서 직접 지분 매입 방식으로 지분 상속을 하는 경우는 전무후무하다"면서 "그만큼 정용진 회장이 스스로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증여라는 '손쉬운 방식' 대신, 돈이 더 들더라도 이마트를 확실히 키우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마트 측도 "이마트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 의식과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동안 이마트는 이커머스 시장에 고전하며 2023년에는 창사이래 첫 영업적자(469억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연결기준으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24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1.76%가 증가했다. 올해는 더 큰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마트는 상반기 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상호 협력을 구축할 예정이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시장 확대에도 나설 전망이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마트와 ㈜신세계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1년부터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을 맡는 '남매경영' 체제를 시작한 이후 2016년 주식 맞교환 등으로 사업 분리 작업을 지속해 왔다.

계열분리의 남은 과제는 친족 간 지분 정리, 이마트와 ㈜신세계가 공동으로 보유한 SSG닷컴의 지분 정리다. 정 회장의 동생 정유경 회장도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 10%를 빠른 속도로 해결할 전망이다. SSG닷컴 지분 정리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SG닷컴은 이마트가 42.58%, ㈜신세계가 24.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분리 요건을 충족하려면 이마트가 신세계로부터 약 15%의 지분을 가져와야 한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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