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임시주총 앞두고 전자투표 시작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권고안 속속
집중투표제 이견속 '이사 수 상한' 찬성
"이해관계 떠나 경영 연속성 따져야"
가장 큰 변수는 '집중투표제' 실시 여부다. 이사 선임 시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 만큼의 의결권을 1주당 부여하는 제도로,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명목으로 활용된다. MBK 측은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의안 상정을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총을 앞두고 '집중투표제'를 중심으로 한 의안을 정하는 내용의 전자투표가 이날부터 시작됐다.
국내 주요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고려아연이 제기한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설정 등 정관 변경안에 모두 찬성할 것으로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현 경영진의 경영성과와 주주환원 노력에 대해 인정하면서 "재무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기존 투자전력과 운영 방식을 볼 때 MBK가 회사 본업에서 기존 경영진을 대체할 정도로 더 나은 경영능력을 갖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고려아연 주총 안건에 의견을 밝힌 자문사는 서스틴베스트, ISS, 한국ESG평가원 등이다. 자문사들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투자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통상적이다.
한국ESG평가원은 "고려아연의 장기지속성장과 주주권익 측면에서 현 경영진 측이 보다 바람직하다"며 고려아연에 힘을 실어줬다.
집중투표제에 대해 소액주주연대는 환영의 분위기다. '헤이홀더'와 '액트'는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며 "향후 상장사들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최윤범 회장 측이 상정한 이사 수 상한 설정에 대해선 찬성하나, 집중투표제는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중투표제와 관련해 이해관계자의 유불리를 따질 게 아니라 제도 자체의 목적을 상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지킬 투자적 보호장치이며 좋은 제도"라며 "특히 회사는 앞으로도 연속성 있게 경영돼야 하는데 그걸 무시한 채 당장 어느 쪽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두고 제도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 안건과 MBK 측 안건이 충돌하는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평가하는 잣대 중으로는 그간의 경영성과 등도 꼽힌다.
분쟁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9월12일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고려아연의 주가는 5년 전인 2019년 9월16일과 비교해 23.6% 상승해 55만60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풍은 60만6000원에서 29만7000원으로 51% 급감했다. 동종업계임을 고려했을 때 고려아연이 월등히 시장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는 뜻이다. 영업이익을 놓고 보면 고려아연은 지난 2021년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냈지만, 영풍은 268억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2023년 고려아연은 6599억원의 영업이익을, 영풍은 1698억원의 손실을 냈다. 특히 영풍은 영업이익보다 당기순이익이 높은 기간이 많았다. 이는 자체 사업보다 그 외 수입으로 번 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영풍은 오는 2월26일부터 4월24일까지 주력 사업장 석포제련소의 조업을 할 수 없다. 폐수 무단배출 및 무허가 배관설치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탓이다. 1분기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게 된 셈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지금 고려아연 측이 예전만큼 경영 실적을 못 냈다 하더라도 기업가치가 떨어질 만큼 문제가 될 만한 것이었는가는 의문"이라며 "오히려 판을 더 뒤흔들고 어지럽게 만든 것이 영풍 쪽이 아니었나. 일반 주주들도 보편적인 상식선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