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월급여 300%+600만원 확정
신한·하나·농협 200%대 성과급 + α
우리 복지포인트 300만원 우선 합의
전년비 실적 부진·각종 금융사고 얼룩
업계 "가산금리 인하 압박 거세질 듯"
이를 두고 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년 영업실적이 전년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홍콩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와 부당대출을 포함한 금융사고 발생 등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지적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의 금융비용 부담 경감을 내세운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대출 가산금리 인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마무리됐다. 은행별 성과급 규모를 보면 △국민은행 월급여 300%+600만원 △신한은행 기본급 280%+150만원(마이신한포인트) △하나은행 기본급 280%+현금200만원·복지포인트 300만원 △농협은행 통상임금 200%+현금300만원으로 확정됐다. 통상적으로 2024년 실적 결산 후 성과급을 확정하는 우리은행은 복지포인트 300만원이 우선 합의됐다.
이들 은행 중 국민은행의 성과급 확대 폭이 가장 컸다. 전년 230%에서 70%포인트나 올랐다. 특히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달 250%+200만원의 합의안을 발표했는데, 이후 협상에서 50%포인트와 400만원이 더 추가됐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전년과 동일한 280%, 200%를 각각 유지했다. 신한은행은 281%에서 280%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추가 지급되는 현금(현금성자산)이 전년보다 늘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성과급이 늘었다는 평가다. 아직 성과급이 결정되지 않은 우리은행 또한 현금성 포인트 지급액은 전년보다 100만원 늘었다.
일각에선 은행들의 성과급 잔치 지적에 대한 눈치보기가 1년 만에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임단협 협상을 진행할 때는 성과급 잔치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피하기 위해 전 은행권이 성과급 지급비율을 축소했다. 2022년 기준 대비 최대 200%포인트에서 50%포인트가량 낮췄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사라졌으며, 국민은행의 경우만 봐도 이번 협상에서 2022년(280%+340만원) 기준을 크게 넘어섰다.
게다가 주요은행들의 작년 실적도 좋지 않다. 잠정실적을 공개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전년 대비 수익성이 감소했다. 작년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2518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하나은행 당기순이익은 3조3564억원으로 3.46% 줄었다.
3분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나 금리인하·달러강세 등 4분기 악화된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기대보다 실적 개선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또 각종 금융사고 발생으로 소비자 신뢰가 크게 실추되면서 최근 은행권 성과급 확대 추세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초 은행권은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으며, 잦은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부실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9월 중 전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규모는 2598억원(총 111건)인데 이 중 은행이 1418억원(44건)을 차지했다. 은행에서만 발생한 금융사고가 2023년 전 금융권에서 발생했던 금융사고 규모(1210억원)를 뛰어넘었다. 여기에 국민·우리·농협의 정기검사 결과 총 3875억원(482건)의 부당대출이 드러나기도 했다.
성과급 잔치 논란은 은행의 가산금리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가산금리를 끌어올려 이자이익을 낸 것이 고성과급의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즉 은행들이 높은 대출 이자를 지급한 금융소비자의 고통으로 성과급을 나눠 가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은행의 가산금리 인하를 압박한 상황"이라며 "늘어난 은행의 성과급이 가산금리 인하 압력을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