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상황 맞지 않는 과도한 수준’ 지적…지난해 3Q 실적 역성장
올해 경영 환경 어려움 예상…‘돈 잔치’ 비판 피해가기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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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은행 순익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감소한 데다, 올해엔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지나친 성과급 요구가 눈총을 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14일 진행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노조원 9702명 중 9274명(95.59%)이 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노조는 이번 찬반 투표 결과로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파업 계획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돌입한다면 지난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KB국민은행 노조는 성과급 300% 지급과 임금피크제 진입 1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인 바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특별보로금(성과급) 300%(통상임금 기준) 지급 △격려금 1000만원 지급 △임금인상률 2.8% △신규 채용 확대 △경조금 인상 △의료비 지원제도 개선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자산 성장과 고금리 영향으로 지난해 은행권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자 이에 두둑한 성과 보수를 요구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조의 요구가 KB국민은행의 현 경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인한 대규모 배상 충당금 여파로 당기순익은 감소한 데다 금융사고도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조3953억원의 누적 순익을 올리며 '리딩금융그룹'에 올랐지만 그룹 맏형 KB국민은행의 실적은 오히려 역성장했다. KB국민은행의 누적 당기순익은 2조6180억원을 기록,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홀로 전년 대비 8.3% 감소하며 순익 3위로 내려앉았다. 그룹 순익에서 KB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23년 말 66%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56%로 하락했다.
지난해 빈번하게 발생했던 금융사고도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3분기 기준 총 19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 지난해 통틀어 100억원을 넘어가는 금융사고도 5건이나 됐다. 5건 모두 업무상 배임 사고로, 이들 사건에서만 발생한 사고 금액만 756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올해 경영 환경이 더욱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과 11월 한국은행이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만큼, 은행의 이자수익 성장세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권이 마련한 상생금융 방안으로 향후 3년 동안 매년 7000억원대의 자금을 출자해야 해 비용 부담도 더욱 커졌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 보상을 맞춰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란 얘기다.
특히 은행원들이 억대 연봉을 수령하는 만큼, 지나친 성과급 증액보다는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KB국민은행 경영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은 1억1821만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은행 수익의 대부분이 예대마진에서 나오는 만큼, '이자 장사' 속 은행원들이 과도한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고금리인 상황에서 은행들이 이자 이익을 많이 내는 부분은 당연히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대출받은 분들이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데 은행들은 이익을 그렇게 많이 내고, 그 이익을 바탕으로 일부에서 성과급을 주는 행태들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