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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동 스타벅스 어느 아주머니

행신동 스타벅스 어느 아주머니

기사승인 2019. 08. 3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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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신동 스타벅스 아주머니 1
2019년 8월 31일 이른 아침.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2동 성당 앞 스타벅스 행신역점. 통유리로 된 1층 창 밖 도로 건너 편 계단에 한 어르신이 폐지 리어커를 세워 놓고 잠시 쉬고 있다. 이때 스타벅스 안에서 20대 아들과 커피를 마시던 한 아주머니가 나와 빵을 챙겨 주고 ‘굶지 마시라’며 종이돈을 어르신 윗옷 주머니에 넣어줬다. / 김종원 기자
2019년 8월 31일 토요일 아침 8시30분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2동 성당 앞 스타벅스 행신역점. 통유리로된 1층 스타벅스를 막 지나고 있었다.

그때 거의 차와 사람들이 다니지 않고 있는 한적한 도로 맞은 편 계단.

백발의 야윈 여덟살이 족히 넘어 보이는 한 어르신이 아침 햇발을 받으며 힘없이 앉아 있었다.

이때 밖이 훤히 보이는 스타벅스 맨 왼쪽 가장자리 창가 쪽에 앉아 있던 한 아주머니가 어르신에게 다가갔다.

아주머니는 스타벅스에 막 산 빵을 잘 까서 어르신에게 정성스럽게 건넸다.

어르신은 아침도 챙겨 먹지 못하고 새벽 일찍 나와 리어커를 끌고 폐지와 박스를 주어 귀가하는 길에
잠시 아침 햇발이 따스한 계단에서 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빵을 살갑게 어르신의 손에 쥐어 주었던 아주머니는 다 헤어진 하늘색 줄무늬 셔츠 오른쪽 작은 주머니에
뭔가를 넣어 드렸다.

‘어르신 배굶지 말고 뭐든지 사 드세요’라며 종이돈을 정성스럽게 넣어 드리는 것으로 보였다.

아주머니는 주위도 의식하지 않고 당연한 일을 한 것처럼 다시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가

아들로 보이는 20대 청년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20대 청년은 ‘어머니’를 보고 뭘 느꼈을까? 이 청년은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가을을 재촉하는 선선한 바람과 아침 햇발이 가득한 2019년 8월의 마지막 날이자 휴일인 토요일 아침.

행신동의 스타벅스 ‘한 아주머니’의 이 따스한 마음은 분명 우리 사회가 아직은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아닐까 하는 감동을 줬다.

국민의 민도는 높아졌다. 나라도 이젠 일회성 복지가 아닌 정말로 복지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홀로 노인과 어려운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 복지정책’, ‘로컬 커뮤니티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

행신동 스타벅스 아주머니 11
2019년 8월 31일 이른 아침.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2동 성당 앞 스타벅스 행신역점. 통유리로 된 1층 창 밖 도로 건너 편 계단에 한 어르신이 폐지 리어커를 세워 놓고 잠시 쉬고 있다. 이때 스타벅스 안에서 20대 아들과 커피를 마시던 한 아주머니가 나와 빵을 챙겨 주고 ‘굶지 마시라’며 종이돈을 어르신 윗옷 주머니에 넣어줬다. / 김종원 기자
# 사족 하나 : 2019년 8월 29일 목요일 저녁 9시20분께.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 가고 있었다.

그때 반대편에서 올라오던 40대 후반,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직장인 아저씨가 그만
에스컬레이터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퇴근길에 모두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때 연인으로 보이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녀 둘이
재빨리 반대편으로 가 굴러 떨어지는 아저씨를 받치고 다시 올라갔다.

다들 놀라고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다리가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남녀 두 젊은이는 당연히 할일을 한 것처럼 검붉은 피가 얼굴에서 줄줄 쏟아지는 아저씨를 부축하고
119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였다.

너무 놀란 나는 에스컬레이터 아래 떨어져 있던 아저씨의 휴대전화를 주어 전달하는 일 밖에 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아빠이자 남편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이 아저씨를 선뜻 나서 구하는 두 젊은 남녀를 보고

그래도 우리 사회는 아직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두 젊은 남녀 같은 사람들이 있어 아직 우리 공동체가 따뜻해 보인다.

두 젊은 남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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