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재용이 약속 지켰다”… 베트남 “R&D센터, 삼성 비전·의지의 증거”

이재용, 동남아 최대규모 삼성 베트남 R&D센터 준공식 참석
베트남 총리실측 “이 회장 참석만으로 전략적 위치 확인한 셈”
노태문 사장 “베트남 IT 인재 양성 요람될 것… 연구인력 늘린다”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삼성전자의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 센터 준공식이 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 오른쪽)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가운데 왼쪽)가 준공식에 직접 참석했다./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연말 만사를 제쳐두고 동남아시아 최대규모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센터 준공식을 직접 챙기러 날아온 데 대해 베트남이 크게 환대했다. 삼성이 베트남을 얼마나 중요한 거점으로 보고 있는지 비전과 의지를 보여줬다는 반응이다. 베트남 현지서 삼성이 벌이는 뜨거운 사회공헌에 대해 응원하며 비즈니스에 어려움이 없도록 중앙기관과 지방당국 차원에서 조력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23일 삼성전자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시에 동남아시아 최대규모의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 센터 준공식을 가졌다. 이날 직접 준공식에 참석한 이 회장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총 2억2000만 달러(약 2830억원)가 투입된 R&D센터는 1만1603㎡ 부지에 연면적 7만9511㎡, 지상 16층·지하3층 규모로 세워졌다. 앞으로 연구원 2200명이 상주하며 스마트 기기·네트워크 기술·소프트웨어에 관한 연구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베트남에 세워진 최초의 글로벌 기업 종합 R&D 센터로 기록됐다.

베트남 각계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2022년 말까지 R&D센터를 설립하겠다는 베트남 정부와의 약속을 지킨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삼성은 정부의 방역수칙을 엄격히 준수하면서도 베트남에 기여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보도했다. 찐 총리와 베트남 고위 관계자들 역시 이견 없이 같은 시각으로 봤다.

이날 준공식 본행사에서 이 회장이 단상에 올라 별도의 발언을 하진 않았지만 베트남측에선 이 회장이 센터를 준공하고 직접 현장까지 챙긴 것에 대해 의미를 크게 뒀다. 베트남 총리실 관계자는 아시아투데이에 "이 회장이 참석한 것만으로도 전 세계에서 베트남의 전략적 위치를 확인한 셈"이라 말했다.

찐 총리는 축사에서 "삼성은 (베트남 내) 한국 최대 투자자이자 베트남 최대의 외국인 투자자로 베트남의 수출입·일자리 창출 등의 측면에서 베트남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엄격히 이행하는 동시에 경영과 생산을 이어갔다. 베트남 내 사회공헌활동에서도 최일선에 서있다"고 말했다.

찐 총리는 "삼성이 R&D센터를 준공한 것은 베트남에서 장기적으로 투자·사업을 이어가려는 삼성의 비전과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찐 총리는 즉석에서 삼성의 R&D센터는 물론 삼성의 사업들이 효율적으로 이뤄져 베트남의 과학기술 발전 정책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중앙 기관과 지방 당국은 '아니오'라고 말하지 말고, '어렵다'고 말하지 말고 '예'라고 대답하곤 실행하지 않는 경우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찐 총리는 이날 행사에서 이 회장과 삼성에 "베트남에서의 투자와 사업 활동을 계속 확대해 나가길 바란다"며 "삼성이 베트남에서 포괄적인 인적 자원 교육을 촉진하고 베트남 사람들도 삼성의 리더십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준공식에서 "베트남의 삼성 R&D센터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활동에 그치지 않고 이 곳에서 개발한 제품과 서비스를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연구 인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베트남 삼성 R&D센터의 전문성을 강화할 것"이라 말했다. 또한 "삼성 R&D 센터가 베트남 IT인재를 양성하고 혁신기술을 창조하는 요람으로, 이곳의 인재들이 베트남의 산업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23일 베트남 하노이시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왼쪽에서 두번째)가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센터를 둘러보고 있다./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이날 준공식에는 오영주 주베트남 한국대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최주호 삼성베트남 복합단지장이 참석했다. 베트남 측에선 팜 민 찐 총리와 응우옌 쑤언 탕 호치민국립정치아카데미 원장·응우옌 찌 중 기획투자부 장관·후인 타인 닷 과학기술부 장관 등 중앙·당 고위 인사들과 삼성전자·디스플레이의 공장이 위치한 박닌성(省)·타이응우옌성(省) 지도자들이 자리했다.

이날 최 단지장은 "총 2년 9개월에 걸친 공사기간 중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많았지만 중앙·지방 정부 관계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단 한건의 사고도 없이 공사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찐 총리는 행사 시작 전 삼성전자의 제품들과 삼성 R&D센터를 둘러보았다. 감탄과 격려를 보낸 찐 총리와 이 회장을 안내한 것은 도 득 쭝 R&D센터 그룹장이었다. 행사 시작 전 이 회장과 30여분간 대화를 나눈 찐 총리는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베트남인(쭝 그룹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기여하고 있는 것을 보아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기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삼성의 투자·사업 활동에 대해 찐 총리를 비롯한 베트남 정부의 열정과 지원에 감사드린다"며 "삼성 R&D 센터는 베트남의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베 양국 간 우호협력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시 떠이호(호떠이) 신도시 지역에 위치한 베트남 삼성 R&D센터의 전경. 약 2830억원이 투자된 R&D센터는 지상 16층·지하 3층 규모로 현지 글로벌기업 첫 종합연구소이자 동남아 최대 규모다./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베트남을 찾아 R&D센터 신축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현재는 국가주석인 응우옌 쑤언 푹 당시 총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각별히 챙기기도 했다. 삼성은 앞으로 베트남을 글로벌 생산 기지에서 종합 연구개발까지 수행하는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989년 하노이에 삼성물산 무역사무소를 설치하며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삼성은 1995년 남부 호치민시에 삼성전자 법인을 설립해 TV 생산 및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는 호치민시와 북부 박닌성·타이응우옌성 등에서 스마트폰 및 모바일 기기·네트워크 장비·TV·디스플레이·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이 베트남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200억 달러(25조 570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회장은 R&D센터 준공식을 전후해 하노이 인근 스마트폰·디스플레이 생산 공장을 살펴보며 사업 현황과 중장기 경영 전략을 점검한 뒤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24일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