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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아파트 부실시공, 후분양이 능사일까

[기자의눈] 아파트 부실시공, 후분양이 능사일까

기사승인 2023. 06.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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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건설부동산부 전원준 기자
아파트 부실시공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일부 청약 수요자들 사이에서 후분양 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분양대금을 먼저 받으니 책임감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그로 인한 부실시공 피해는 수분양자들이 받게 된다는 인식에서다.

발언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오히려 후분양 방식은 선분양 방식 대비 수분양자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통상 건설사가 아파트를 후분양하려면 약 80%의 공정률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들어가는 공사비용은 모두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결국 건설사가 부담한 금융비용은 높은 분양가로 이어진다.

입주까지의 기간이 짧다는 점도 수분양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후분양 방식으로 청약에 당첨되면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안에 입주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또 후분양제 의무화는 공급 불균형을 야기해 기존 주택 가격을 폭등시킬 위험도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공사비 급증, 미분양 속출 등 건설업계의 자금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자체 자금을 들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건설사가 얼마나 있겠는가.

후분양 아파트가 부실시공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보통 부실시공으로 인한 피해는 조잡한 마감공사로 인한 단순 하자 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입주 전까지는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선 수요자들이 후분양 의무화가 아니라 불법 하도급 척결, 하자 판정 기준 강화, 중대하자 발생 시 처벌 강화 등을 주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도 수요자들의 비판을 적극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수요자들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부실시공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뼈를 깎는 자구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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