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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가 캥거루 가죽 거부한 이유는.. 잔인하고 무분별한 사냥 때문

명품 브랜드가 캥거루 가죽 거부한 이유는.. 잔인하고 무분별한 사냥 때문

기사승인 2023. 06. 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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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는 물론 새끼 캥거루까지 희생당하는 사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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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가죽은 지방 함량이 매우 낮고 땀샘이 없기 때문에 신축성이 강하면서 매우 질긴 성질을 가지고 있다./사진=위키미디어
축구의 전설인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 프리킥의 마법사 데이비드 베컴 등이 즐겨 신었다는 캥거루 가죽 축구화를 앞으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호주 나인뉴스에 따르면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 푸마는 축구화 제조에 캥거루 가죽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뉴발란스와 아디다스도 점차 사용량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유명 스포츠용품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패션 명품 브랜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베르사체, 프라다 그룹, 샤넬, H&M,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빅토리아 베컴, 살바토레 페라가모, 폴 스미스를 포함한 상징적인 패션 명품 브랜드들은 이미 2019년부터 캥거루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캥거루 가죽은 염소 가죽이나 소가죽보다 가볍고 강하며 유연하다. 소가죽 부츠의 가죽 두께가 보통 1.4~2㎜인데 반해, 캥거루 부츠 가죽의 두께는 겨우 1㎜에 불과하다. 무게 역시 캥거루 가죽은 소가죽의 절반 정도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캥거루 가죽은 지방 함량이 매우 낮고 땀샘이 없기 때문에 신축성이 강하면서 매우 질긴 성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패션 명품 및 스포츠용품 브랜드들이 캥거루 가죽을 사용하지 않도록 결정한 것은 동물애호단체들의 수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다. 특히 호주 인도적 경제센터(Center for Humane Economy)가 주도한 '캥거루는 신발이 아니다(Kangaroos Are Not Shoes)' 캠페인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운동을 주도한 퍼셀은 가죽을 얻기 위한 야생 캥거루 사냥의 비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스포츠용품에 캥거루 가죽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호주에서는 한 해 약 4만 마리의 캥거루가 상업적으로 도축되고 있고, 1800억원 상당의 가죽이 수출된다. 2020년에 개정된 호주 국가행동강령에 따르면 캥거루 사냥꾼은 관련 면허를 취득해야 하고,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머리에 단 한 발로 숨통을 끊어야 한다. 또한 다른 캥거루를 표적으로 삼기 전에 동물이 죽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호주의 동물애호가들은 이런 규정이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특히 암컷 캥거루가 품고 있는 새끼 캥거루도 함께 희생당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무분별한 사냥으로 희생당하는 새끼 캥거루가 한 해 35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캥거루와 새끼 캥거루에 대한 잔인한 행동은 전문 사냥꾼이 아닌 일반인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업용 사수들은 올바른 사냥규정 준수를 위해 사격 숙련도 테스트를 받아야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이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호주 정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호주 전역에 3650만 마리의 야생 캥거루가 서식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약 120만 마리가 전체 개체수 관리를 위해 사냥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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