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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칼럼] 메가시티 전략, 프랑스 ‘그랑 파리(Grand Paris)’에서 배운다!

[김은경 칼럼] 메가시티 전략, 프랑스 ‘그랑 파리(Grand Paris)’에서 배운다!

기사승인 2023. 11. 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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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치권을 중심으로 메가시티(Megacity) 전략이 쟁점이 되고 있다. 김포시가 서울시로의 편입 의사를 표명하면서 촉발된 메가시티에 대한 논의는 수도권을 넘어 국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공간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내년 국회의원선거용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메가시티는 이미 오랫동안 논의된 주제다. 지역균형발전과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토 공간의 합리적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메가시티 전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공간적 관점에서 메가시티의 목적은 단일 대도시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광역경제권 내 다핵화된 도시권을 육성하고 그들 간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은 수도권 규제로 수도권 성장을 억제하면 비수도권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제로섬 게임적인 왜곡된 균형발전정책의 산물이다. 수도권 성장의 억제가 아니라 수도권 이외의 지역을 적극적으로 성장시켜야 수도권 집중은 완화된다. 인구나 산업을 인위적으로 분산하는 정책은 사회주의 경제나 경제 발전 단계가 낮은 폐쇄경제에서 가능하다. 한국과 같이 경제 발전 수준이 높은 자본주의 개방경제에서 한 지역에 대한 규제의 반사이익으로 다른 지역을 발전시키는 전략은 실현 불가능하다. 더욱이 대도시권으로서의 수도권의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 취약하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이나 독일은 예외로 하더라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수도'인 도시는 경제적 위상이 가장 높고 가장 많은 인프라를 갖추었다. 수도는 그 나라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지방 도시의 침체와 도시 간 격차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더욱이 한국은 광역시와 광역도의 인위적인 행정적 분리가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불일치, 행정적 비효율성과 예산 낭비 등을 초래하고 교통 등 생활 인프라를 단절시키고 취약하게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의 국토균형발전정책을 가진 프랑스가 메가시티 전략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에 발표되어 지금도 진행 중인 '그랑 파리(Grand Paris)' 프로젝트는 파리를 21세기의 대표적인 글로벌 메가시티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랑 파리 프로젝트는 수도권인 파리권의 경쟁력 강화와 수도권 내 지역격차 해소를 목표로 한다. 파리권은 프랑스 제1의 경제 중심지로 한국의 수도권보다 경제력이 더 집중되고 집적된 수도권이다. 그랑 파리 프로젝트는 프랑스의 성장엔진으로서 파리권의 의의를 강조하면서, 파리권을 국제적인 대도시권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파리시와 경기도에 해당하는 '일드프랑스'의 영토적 단절을 극복하여 대규모의 수도권을 건설하는 범국민적 프로젝트다.

2010년 '그랑 파리법'이 제정되고 중앙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모두 참여하는 프로젝트 담당 기관도 설립되었다. 수도권 교통망의 재편과 확충 그리고 파리권 주민들 삶의 질 개선, 국토 불평등의 개선과 지속 가능한 도시 건설을 위해 그랑 파리 프로젝트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7개의 전략적 거점을 구성하고 대규모의 장기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직주접근의 강화를 위해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그랑 파리는 단순한 파리 경계의 확대가 아니라 파리가 세계 최고의 도시로 생존하기 위한 장기 전략이다.

프랑스 정부는 메가시티 전략의 관점에서 행정 체제도 개편하였다. 2016년부터 광역자치단체에 해당하는 레지옹이 22개에서 13개로 축소 통합되었다. 유럽통합으로 인해 격화되는 지역 간 경쟁에서 레지옹 간 협력을 강화하고 비효율성을 줄여 지방의 지역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방분권도 확대하였다. 메가시티 전략은 파리권을 넘어 프랑스 국토 전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국토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도시권 성장을 위해 프랑스 정부는 규제를 철폐하고 새로운 대도시권의 비전과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도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메가시티 전략은 집권당이 바뀌는 와중에서도 정파적이고 단기적인 관점을 넘어 장기적이고 정책 중심적인 관점에서 연속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메가시티 구상은 서울만을 위한 비전이 아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대도시권 성장전략으로 지역마다 성장전략과 성장 거점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 발상이다. 각 지방이 성장 거점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지역발전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간 전략이 메가시티 전략이며 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방분권의 확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국가의 중장기 비전으로 메가시티 전략을 제안하고 지방으로의 권한 이양 및 인센티브 확대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지역 간 협력에 기반하여 메가시티 전략을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 메가시티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규제를 개혁하고 불합리한 행정 체제를 개편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미 메가시티 건설을 위해 가장 필요한 교통 인프라가 확충 중이다. 수도권의 GTX는 실질적으로 수도권 메가시티를 추진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가 될 것이다. 비수도권 광역권에서도 기존 노선을 활용한 광역철도망 구축과 지역 대도시권 활성화를 위한 신규 광역철도의 건설이 추진된다. 일부 광역자치단체들은 메가시티 건설에 대한 의지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2022년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선 기간에 국토 대전환을 위해 5개의 초광역 메가시티를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메가시티 전략의 추진을 둘러싸고는 여당과 야당의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메가시티 전략을 한국을 대표하는 수도권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토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과 지방 살리기를 위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으로 추진해야 한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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