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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칼럼] 대통령의 국정기조, 바꿔야 한단 말인가?

[이각범 칼럼] 대통령의 국정기조, 바꿔야 한단 말인가?

기사승인 2023. 11. 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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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딱 1년 반. 우리나라 정치권에는 아직도 대통령의 국정 운영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야권은 물론 야권보다 더 지독하게 대통령을 공격하는 일부 여권인사들의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우리나라는 복합위기상황에 처해 있었고 지금도 그 위기는 진행형이다. 나라 안팎의 원인이 결합되어 생긴 위기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칼로 잘라버리듯 단숨에 해소될 수 없다.

위기탈출을 위하여 윤석열 정부는 가장 중요한 일부터 시작하였다. 전쟁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 나라 야당대표는 "더러운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고 하였다. 지금 우리나라의 안보는 더럽게 구걸한다고 해서 지켜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북한이 시키는 대로 북한군 침공로의 장애물을 제거해 준다고 해서 북한이 미사일발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전쟁위험은 북한과 그 후견국의 선의에 기댄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전쟁억지력을 갖추어야만 실질적인 전쟁이 없어지는 것이다. 미·소 냉전시대에 열전(熱戰) 없이 냉전(冷戰) 상태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은 양측이 치열하게 전쟁억지력을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지난 7년의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의 대한민국은 확실한 안보태세를 갖추어 안보위기를 해소해 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감하게 경제안보시대의 새로운 국가전략을 공표함으로써 우리나라를 반도국가의 열세적 지위에서 인도태평양시대의 주류국가로 격상시켰다.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 구축으로 우리나라는 경제와 안보, 첨단기술과 가치의 새로운 지위를 획득하였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현재 민생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의 상당수는 우리나라에 경제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위기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의 실정'이라는 내적 모순에 더하여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의 외적 모순이 합쳐져서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위기의 밑자락을 깐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시장실험 한 번 없는 이념세력의 교조주의에서 시작되었다. 학계와 경제계의 경고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했을 때, 최악의 일자리 성적표는 예정되어 있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자본과 노동 모두의 공급을 감소시켰다. '주 52시간 노동제'는 대단위 사업장에 군림하는 노동조합 중심의 정책이었다. 첨단기술 산업 중심의 혁신이 주도하는 시대적 변화와 거리가 멀었다.

정책적 실패를 호도하기 위하여 난폭한 '세금 일자리 만들기'와 '보편적 복지' 프로그램이 시행되었다. 이 모든 재정적 부담 때문에 국가부채는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증가하였다. 이 와중에 세금 풀어 '표 사기' 하려는 선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가부채를 더 늘려 재정지출을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OECD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아직도 낮은 수준이란다.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국가주도형으로 산업화를 이룬 우리나라이다. D1(일반회계 부채)에 D2(공기업과 연기금의 부채)를 합한 실질 국가부채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권은 경제참사를 보여주는 통계를 폐지하고, 입맛에 맞게 통계를 조작하는 무모함을 보여주었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우리나라 통계는 엄격하게 관리되었다. 통계를 조작한다는 것은 나침판 없이 정책을 펴는 것과 같다. 당장 국민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그 후과는 나라의 큰 부담이 된다.

문재인 정권의 재앙적 탈(脫)원전 정책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비교우위는 사라졌다. 급격한 탈원전 정책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양호한 에너지 믹스로 세계에서 가장 싼 전기료를 내는 국가그룹에 속해 있었다. 원전 비율의 꾸준한 증가로 기저부하전력(Base Load)은 값싼 원전, 수력발전과 그다음으로 싼 석탄발전이 감당했기 때문이다. 대신 피크타임대에 공급되는 첨두부하(Peak Load) 전력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스발전과 신재생에너지의 몫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사업 본격적 추진의 근거를 만들고자 의도적으로 원전가동률을 낮추었다. 부족한 전기는 첨두부하 전력으로 사용하던 고가의 가스발전 상시가동으로 보충하면서 초고가의 신재생에너지를 급발진시켰다. 결국 무리한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전기 공급이 불안정해져 제한적인 지역별 단전조치가 불가피했고,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실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제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연료의 안정적 공급 문제는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또 하나의 이념주도형 정책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인해 집 없는 서민층과 젊은 층이 아직도 많이 고통받고 있다. 임대차3법의 결과 임대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졌다. 영끌해 내 집 마련에 나섰던 2030세대와 전세사기 범죄로 인해 임차인들의 절망적 상황이 뒤따르고 있다.

5년간 실정의 누적으로 IMF를 비롯한 국제기관들은 한국경제의 경고등을 켰다. 특히 가계부채문제는 심각하다. 현재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다. 가계부채가 많은 나라들 가운데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국민소득으로 가계 빚을 갚지 못하는 유일한 OECD 나라다.

윤석열 정부는 복합적 위기 상황을 맞이하여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패키지를 하나하나 시행 중에 있다. 노동과 자본이 새로운 산업분야로 재배치될 수 있도록 구조개혁을 모색 중에 있다. 경기회복을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유동성을 확대하고 부채를 증가시키는 정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돈 풀어 표심 얻는 포퓰리즘 정책을 폈을 것이고, 그랬다면 지금쯤 한국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위기의 한복판에 있을 것이다.

5년 동안 '적폐청산'을 외치며, 전임정부 탓을 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이상하게도 윤석열 대통령 자신은 현재의 엄중한 위기상황을 만든 전임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대신 전 정권이 만든 경제적 부담을 해소해 가면서 우리나라의 위기극복을 위하여 힘쓸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원칙 있는 정책기조'를 바꾸라고 압박하는 것은 국가위기를 부르는 일이다.

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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