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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은행이든 어디든 ‘횡재세’는 부과하지 않길

[김이석 칼럼] 은행이든 어디든 ‘횡재세’는 부과하지 않길

기사승인 2023. 11. 2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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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심의실장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은행 등에 대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은 올해 들어와 9월까지 벌써 44조2000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둬들였는데 이는 역대 최대수준이라고 한다. 이런 수익의 증가가 혁신 때문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야당에서는 '횡재세' 법안을 내놓고 있고, 정부와 여당은 상생기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난 14일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김성주 의원이 금융회사의 순이자수익이 최근 5년간 대비 120%를 초과할 경우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금융회사에 '상생금융기여금'을 부과·징수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렇게 징수된 기여금은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포함한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직접적인 지원사업에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도 횡재세와 같은 세금의 부과 형태는 아니지만 고금리 아래 이자수입을 늘린 은행권에 상생을 위한 자금 출연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0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지주사 간담회'란 이름으로 금융감독기관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DGB·JB 등 8대 금융지주 회장단을 불러모아 놓고 '횡재세'가 시행될 때 예상되는 2조원 부담과 맞먹는 상생금융안을 내놓을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 낮춰주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주문하는 한편, 아예 대놓고 "금융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서민들이 체감할 만한 수준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여야를 떠나 은행의 수입 증대가 고객에 대한 더 나은 서비스를 경쟁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은행의 이익의 일부를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4대 금융지주 모두 호실적과 연말 배당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접하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우선 '횡재세'와 관련해서 민주당 내부에서 '횡재세' 자체가 시장의 논리에 역행하므로 법제화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자기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운으로 얻은 것들을 모두 박탈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사고방식에 따라 횡재를 세금으로 환수하게 되면 시장은 작동할 수 없다.

시장에서 모험을 하는 기업가정신은 '자신의 어깨에 불확실성을 짊어지는 것'이라고 표현되는데 불확실성을 감당한 결과 운 좋게 수익이 많았다고 세금으로 회수를 해버린다면 누가 도전적인 사업에 나서겠는가. 수익 가운데 어느 정도가 운 때문이고 또 어느 정도가 노력 때문이었는지 나눌 객관적 방법도 없다. 그래서 '횡재세'라는 이름으로 은행에 세금을 매기면 이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경제의 작동에 해를 끼칠 게 분명하다.

은행과 금융 분야는 여타 분야와 달리 가장 시장의 경쟁원리와 정부의 불개입이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분야인 것도 사실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큰 금융기관은 대개 부도위기에 처하면 구제금융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일반 기업의 경우 대마불사(too big to fail)란 말이 있지만, 대형 금융기관의 경우에는 "너무나 연결이 되어 있어서 실패하게 할 수 없다(too connected to fail)"는 말이 나온다. 큰 은행이 부도로 넘어가게 되면 이 은행과 관계를 맺은 모든 경제주체에게 영향을 주게 되어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이나 금융업은 그래서 정부가 허가를 해주는 성격이 매우 강하고 여타 업종만큼 자유로운 경쟁에 노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은행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경쟁에 노출시켜서 독점적 지위에 따른 문제를 푸는 것에도 일정한 제약이 따른다. 일종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은행 등 금융기관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지는 매우 어렵고 미묘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불러모아 놓고 이자율 문제와 소위 상생기금의 규모를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공식적인 제도화가 아니라 준조세 형태로 상생기금을 받는 것은 신관치 논란을 부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은행에 부여한 특혜에 대한 대가를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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