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고] 巨野 힘으로 짓누른 방송3법…독주하는 ‘아시타비(我是他非)’ 전형

[기고] 巨野 힘으로 짓누른 방송3법…독주하는 ‘아시타비(我是他非)’ 전형

기사승인 2023. 11. 24. 08:1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강규형 명지대 교수(EBS 이사)
KakaoTalk_20231122_182821509
강규형 명지대 교수(EBS 이사)
'아시타비(我是他非)'란 말이 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뜻으로 동일한 상황에 대해 자신은 문제삼지 않고 상대방만 비난하는 태도를 말한다. 민주당은 거야(巨野)의 힘을 앞세워 방송3법을 단독으로 의결해 통과시켰다. 방송3법은 KBS·MBC·EBS의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임절차를 변경하는 것으로 당연히 이러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은 여야간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하는 사안이다.
여당은 이 법이 확정될 경우 좌편향 성향의 이사가 상시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게 되어 공영방송이 영구적으로 야권에 장악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 야당이 여전히 국회 다수였던 지난 문재인 정부 때에도 방송법 개정 논의가 있었지만,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소신 없는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자 민주당도 이에 동조해 법 개정을 무산시켰던 전례도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법개정을 반대하더니 야당이 되니 입장을 180도 바꾸어서 다수의 힘으로 방송법을 본회의에서 의결해 버린 것이다. 반성 없이 자기 편의대로 판단하고 독주하는'아시타비'의 전형이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법으로, 어느 정파 일방의 입장만 반영하여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방송3법이 이대로 확정되면 우리는 특정 이념편향의 방송 영속화를 보게 될 것이다. 법안대로라면 직능대표단체 추천 6인, 시청자위원회 추천 4인, 국회 야당추천 3인 등 각 공영방송이 이사회 이사 21인 중 13인 가량을 특정 이념편향인 이사로 채우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시청자위원회 또한 방송사 집행부 및 노조대표 등의 추천으로 구성돼 있어 편향적 인사들로 이사들이 추천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편향적인 공영방송 이사진을 통해 특정 세력의 공영방송 지배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방송3법은 공영방송의 경영 전반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이사진의 3/4이상을 방송분야 인사로만 추천하도록 하고 있고 지역대표성도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 방송분야 이외에도 법률, 경영, 회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확보되도록 구성해야 한다. 이사 수를 21명으로 2배 가량 대폭 확대한 점도 문제다. 이사 수를 이렇게 늘린다면 이사회 내에서의 제대로 된 토론과 숙의가 이루어기가 힘들어 진다.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 또한 100명의 추천위원이 국민을 대표한다고 보기 힘들고 전문성 검증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방송이 위기에 처해있다. 시장규모는 정체되고, OTT 등 신유형 미디어는 빠르게 성장해 강력한 대체재의 지위를 확보했다. 플랫폼간 경계가 희석되고 국경을 초월한 서비스 제공으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펼쳐지는 와중에 우리의 방송개혁은 정쟁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일방적으로 의결된 법안의 시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공영방송 개편을 위해 제대로 된 토론과 숙의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