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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농업생산비 경감, 해법은 필수농자재 지원 법제화

[칼럼] 농업생산비 경감, 해법은 필수농자재 지원 법제화

기사승인 2023. 11. 2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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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강호동 조합장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주가 농자재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조례 제정 준비가 한창이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농업생산비 경감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고육책을 써서라도 소득 충격에 직면한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농업소득 감소가 농촌소멸을 재촉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농업소득은 2022년 949만 원으로 2021년 1296만 원에 견줘 27%나 하락하였는데, 이는 고환율, 고유가 등에 따른 농업경영비 상승에 기인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농자재 가격 폭등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재료비 구입가격지수(비료, 농약 등)는 전년에 비해 27.6%나 급등하였다고 한다. 특히 20kg짜리 요소비료 가격은 2022년 2만8900원으로 2019년 8600원에 비해 무려 3.4배 급등하였고, 소·돼지·닭의 배합사료 가격도 2019년에 비해 35% 정도 올랐다.

농민들은 농자재 가격이 폭등해도 농산물 가격에 이를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 농산물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어서 가격 부침이 심할 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과잉 상황을 해소하기도 쉽지 않다. 가격이 오르면 수입농산물이 쏟아지고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비축물량을 풀기 일쑤다. 설사 공급부족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른다 해도 농민들이 가격상승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이는 유통비용률이 50%에 육박하고 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은 농가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가는 농자재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농민들은 농업생산비 증가가 농업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으며, 지금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농가의 경영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고환율·고물가 충격으로 농가의 생산비 부담은 늘어나고, 소비심리가 위축돼 농축산물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어느 때보다 크다. 문제는 곡물가격 상승이 일반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 현상이 제조업 전반에 걸쳐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국제유가 상승에, 고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농업생산비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농민의 농업생산비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곡물 등 원자재의 수급 및 가격 동향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가격 폭등이 발생하면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가격보전 대책이 필요하다. 작년에 무기질 비료가격이 폭등할 때, 가격인상분의 80%를 지원했던 것이 좋은 사례라 하겠다. 다만 2024년 정부예산에서 무기질 비료 지원사업 예산이 삭감된 것은 아쉬움이 많은 부분이다.

농업소득은 농가의 경영위기 방지, 귀농을 통한 농업종사자 유입, 청년농 육성 등 농촌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안전망과도 같다. 이러한 점에서 농자재 가격 급등은 재난 수준에 준하는 비상 상황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농가가 농업경영을 지속하고 농업소득을 유지하도록 특단의 위기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농업생산비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를 추진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마다 재정 여건이 다르고, 예산 부족으로 조례를 제정하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많다. 따라서 농자재 가격 충격에 대비해 정부가 농자재 가격 상승분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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