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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투 기자회견’ 했다 손배소 당한 여성…대법서 구제받았다

[단독] ‘미투 기자회견’ 했다 손배소 당한 여성…대법서 구제받았다

기사승인 2023. 12. 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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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위법성 조각사유 법리 오해…공공이익 사항 평가 여지도"
'양승태 구속기소' 적막감 흐르는 대법원<YONHAP NO-2713>
서울 서초구 대법원./연합뉴스
기자회견 형식으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여성에게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강원도 소재 한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한 A씨의 손해배상 사건과 관련해 1000만원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16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3월 강원도내 한 시청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5월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전 직장상사 B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피해 발생 2~3개월 후에 고소를 했으나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B씨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B씨 측은 기자회견 내용을 부인하며 A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B씨는 A씨가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으나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재수사 과정에서도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사건이 각하 처분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기자회견으로 B씨의 명예가 훼손됐고, 직위해제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이어진 항소심 재판부 역시 "기자회견은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심 판단에는 명예훼손의 불법행위에 있어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우선 "1·2차 고소사건에서 B씨에 대해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사정만으로는 기자회견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는 점까지 증명됐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A씨는 기자회견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어 "이 사건은 B씨가 약 20년의 나이 차이가 있고 이미 퇴사한 A씨를 야간에 술자리로 불러낸 후 술에 취한 피고를 모텔로 데려간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며 "기자회견이 A씨가 주장하는 피해 발생일로부터 2년이 지나 뒤늦게 이뤄졌지만 이는 수사기관과 사회단체를 통해 사건 해결을 위한 공적인 절차를 다각도로 거침으로써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일방적인 인신공격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신중한 노력을 다한 조치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법원은 당시 미투가 사회적인 관심사가 됐던 점을 지적하며 "A씨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자신의 피해사실을 재평가함은 물론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고 밝힌 점에 비춰 보면 이는 직장·노동조합 내 또는 권력관계에 기초한 성폭력 문제로서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과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라고 평가할 여지도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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