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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화·민주당원 절반 이상, 상대 ‘악’...“30%, 인간 특성 부족 동물 행동”

미공화·민주당원 절반 이상, 상대 ‘악’...“30%, 인간 특성 부족 동물 행동”

기사승인 2024. 01. 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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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미 정치적 종족주의, '정서적 양극화'"
정치학자 "공화·민주당원, 절반 이상, 상대 '악'"
"30%, 인간 특성 부족 동물 행동"
WP "분열·정복 정치 학습, 정치인 인간 본성 악용·조장, 트럼프 최고"
USA-ELECTION/TRUMP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SNHU 아레나에서 진행된 선거 유세에서 환호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이상으로 극심해지고 있는 미국 정치의 양극화가 정책이 아닌 인간의 '진화'에 뿌리를 둔, 상대방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에 기반하고 있다고 정치학자들이 진단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미국 정치가 건국 이래 분열돼 왔지만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가 심하고, 더 선동적인 수사가 난무하며 분노가 증오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이같이 전했다.

◇ WP "미 정치적 종족주의, 상대방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 '정서적 양극화'"
정치학자 "공화·민주당원, 절반 이상, 상대방을 '악'으로 봐"
"30%, 상대방 '완전한 인간 특성 부족한 동물처럼 행동'"

미국 사회 과학자들은 정치적 종족주의(tribalism)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데이터를 추가하는 학술 논문과 책을 쏟아내면서 미국 정치가 더욱 감정적으로 변하면서 정책 선호도가 상대방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와 얽힐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이를 '정서적 양극화'라는 새로운 학술 용어로 정의한다.

WP는 현 미국 정치에서 '집단 간 증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화당과 민주당, 두 주요 정당이 선거, 특히 대선을 '승리' 또는 '패배'만 있는 제로섬으로 간주해 패자를 위한 위로상(consolation prize)이 없다고 지적했다.

'비시민적 합의(Uncivil Agreement): 정치는 어떻게 우리의 정체성이 됐는가'의 저자인 릴리아나 메이슨 존스홉킨스대 정치학 교수는 "양극화는 극도로 다른 정책 선호도가 아닌, 서로에 대한 감정에 기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이슨 교수는 최근 설문조사 데이터를 근거로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의 절반 이상이 상대방을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악(evil)'으로 묘사하는 데 동의하는 비율도 거의 비슷하다며 2022년 여름 실시한 조사에서 상대방을 '완전한 인간으로 간주될 만한 특성이 부족하고 동물처럼 행동한다'는 설문에 공화·민주당원 모두 약 30%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Election 2024 Trump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SNHU 아레나에서 진행된 선거 유세장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AP·연합뉴스
Election 2024 Trump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SNHU 아레나에서 진행된 선거 유세가 시장되기 전 환호하고 있다./AP·연합뉴스
◇ "개인, 사회경제적, 문화적 범주의 대표 존재 인식"...."협력의 진화에 집단 간 증오 필요"
"후보들, 적의와 분노의 흐름에 편승"

'정서적 양극화'라는 용어를 만들 샨토 아이엔가 스탠퍼드대 정치학 교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집단과 동일시하는 이유와 관련, "호모 사피엔스는 사회적 종이며 집단 소속을 우리의 자아의식에서 필수적"이라며 "개인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특징의 특이한 패키지라기보다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문화적 범주를 대표하는 존재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청사진(Blueprint): 굿 소사이어티의 진화론적 기원'의 저자인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예일대 사회학과 교수는 "협력의 진화에 집단 간 증오가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인류는 자원이 한정된 어려운 세계에서 진화해 왔는데 그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협력하고, 그 자원을 둘러싼 경쟁자인 라이벌을 특정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현상이 지금 미국 정치에서 더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메이슨 교수는 "이러한 정치 환경에서 '우리 대(對) 그들' '승리 대 패배'의 기치를 내건 후보가 최근 정당별로 깔끔하게 나눠진 인종·종교·문화 전반에 걸친 적의와 분노의 흐름에 편승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USA-ELECTION/TRUMP
20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SNHU 아레나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장 인근에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및 조 바이든 대통령 비난 구호가 적힌 피켓들이 전시돼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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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SNHU 아레나에서 진행된 선거 유세장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AFP·연합뉴스
◇ 내각제 아닌 미 정치 시스템 '외 집단' 증오 조장...비슷한 생김·생각 동네로 이동 물리적 무리 형성 '분류' 현상
치열한 선거구 감소, 의원들 온건한 입장 취할 이유 없어져

학자들은 여러 정당이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내각제가 아닌 미국 정치 시스템이 '외(外) 집단(out-group)' 증오를 조장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아이엔가 교수는 인간의 본성을 변하지 않았지만, 기술의 변화, 매체의 파편화로 인해 '에코 챔버(반향실)'에서의 정보 수집이 더 쉬워졌다며 사람들이 특정 신념이나 사상을 중심으로 모여들 뿐 아니라 자신과 비슷하게 생기고, 생각할 가능성이 큰 주민들이 사는 동네로 이동하는 물리적으로 무리를 형성하는 '분류(sort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정 내 당파적 집단화도 증가하고 있다. 아이엔가 교수에 따르면 같은 당적을 가진 부부의 비율은 1965년 약 60%에서 85%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구 재조정으로 정말로 경쟁이 치열한 선거구가 줄어들고, 공화당·민주당의 텃밭과 같은 곳이 더 많아져 하원의원들이 온건한 입장을 취할 이유가 거의 없어지면서 두 정당은 이념적으로 더욱더 멀어졌고, 당 지도부가 상대 당에 손을 내밀면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Election 2024 Trump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콩코드의 그라포네 컨벤션센터에서 한 선거 유세가 끝난 후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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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콩코드의 그라포네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장 인근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구호가 적힌 피켓 등으로 장식된 RV(레저용 자동차)가 주차돼 있다./AFP·연합뉴스
◇ WP "분열·정복 정치 학습, 노련한 정치 전문가, 인간 본성 악용·조장"
"중범죄 기소 트럼프, 헌신적 지지층 구축...바이든 등 반대자 '트럼프=민주주의 위협 독재자'"

다만 학자들은 인간의 본성이 현 양극화의 유일한 원인이거나 심지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있으며 '분열과 정복(divide-and conquer) 정치'에서 거둔 승리를 통해 학습하는 노련한 정치 전문가들이 이를 악용·활용·조장할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91개의 혐의로 4차례 형사 기소를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매우 헌신적인 지지층을 구축했다며 이들은 수많은 중범죄 기소를 잠재적 잘못의 증거가 아니라 기존 엘리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는 증거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반대자들은 그를 민주주의에 실체적인 위협을 가하는 야심에 찬 독재자로 묘사한다.

2020년 10월 30일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된 논문 '미국의 정치적 종파주의(sectarianism)'는 '타자화(othering)' '혐오(aversion)' '도덕화(moralization)'라는 유독 칵테일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고 진단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비법을 터득해 그의 추종자들에게 '당신들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해 감정적 반응을 활성화했다고 WP는 진단했다.

◇ "트럼프, 지지자들에 '분노하라'며 동원 감정 부추겨...트럼프, 인간 본성 악용 정치인 중 최고"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규범을 위반하는 선동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부르며 미국이 포위됐다는 환상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아이엔가 교수는 '양극화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이 이미 분열돼 있던 2015년 대선 출마를 선언, 그 분열을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대나걸 영 델라웨어대 커뮤니케이션·정치학 교수는 "트럼프는 단순히 '두려워하라'고 말하는 것 아니라 '분노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분노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도록 만드는 '동원 감정'"이라고 분석했다.

갈등은 주목받으며 매체들은 이러한 상황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메이슨 교수는 "인간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진화론적으로 분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인들이 인간 본성 중 일부인 이러한 경향을 잘 악용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중에서 '최고'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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