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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기력 中 청년들, 이젠 ‘45도 인생’ 신조어 등장

[칼럼] 무기력 中 청년들, 이젠 ‘45도 인생’ 신조어 등장

기사승인 2024. 02.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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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청년 실업 상당히 심각한 현실
그래도 90도로 꼿꼿이 선 채 일하는 청년들 존재
아예 취업 포기하고 0도로 누워 빈둥거리는 이들도 존재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이들은 45도 인생 산다고 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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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청년 실업으로 인해 중국 젊은이들의 상당수가 어중간한 생활을 뜻하는 이른바 '45도 인생'을 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매체의 만평을 살펴보면 정말 그렇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징지르바오(經濟日報).
한국도 대략 비슷하기는 하나 중국의 청년 실업은 정말 심각하다. 어느 정도인지는 실업 관련 신조어들이 청년들이 주도하는 사이버 세상에서 대유행하는 현실만 봐도 좋다. 대표적으로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종일 빈둥거리는 상태를 의미하는 '탕핑'을 꼽을 수 있다. 중국 교육 당국에서 탕핑의 유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더 이상 설명은 사족이라고 해야 한다.

탕핑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룬(潤)'도 거론해야 할 것 같다. 룬은 영어로 표기하면 'Run'이 된다. 굳이 해석을 따로 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현실도피, 즉 취업 현장으로부터 도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피처로는 해외와 국내로 크게 나뉘나 주로 전자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재력가 부모를 두고 있다면 충분히 전자인 룬의 상황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말할 것도 없이 반대의 신조어도 없지 않다. 누워서 빈둥거리는 부류와는 달리 부족한 인력 탓에 죽을 정도로 일에 내몰려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 이들의 상태를 의미하는 '네이쥐안(內卷)'이 이 케이스에 해당한다. 당연히 극도로 비정상적인 노동까지 강요당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해야 한다. 생산성이 오를 까닭이 없다. 청년 실업이 가져온 부정적 현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네이쥐안 상태에 직면하는 것이 소원인 청년들은 부지기수에 이른다.

최근에는 급기야 정확히 탕핑과 룬, 네이쥐안 중간의 애매한 상황에 직면한 이들의 처지를 뜻하는 신조어도 나왔다. 그게 바로 '45도 인생'이라는 것이다. 신조어들에 대한 기하학적 설명을 들어야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우선 누워서 빈둥거리는 탕핑은 그 모습 자체에서 바로 0도를 유추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잠시도 쉬지 못하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일해야 하는 네이쥐안은 90도에 해당한다. 자연스럽게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경우는 중간인 45도가 된다는 결론이 바로 나온다. '45도 인생'이라는 신조어가 진짜 절묘하게 들릴 수밖에 없을 듯하다.

실제로 45도 인생의 상황에 순응하는 청년들은 진짜 어중간하다. 적극적으로 탕핑의 유행을 따르는 것을 지양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네이쥐안을 강요하는 직장으로 굳이 취업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편한 일을 하는 직장이 나오면 취업하되 반대의 경우는 마다한다는 얘기가 된다. 정말 절충과 타협에 특화된 45도 인생을 산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1억3400만명에 이르는 중국의 전체 청년들 중에서 각각 탕핑과 룬, 네이쥐안, 45도 인생에 경도된 이들의 비중은 어느 정도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런민(人民)대학 '중국 조사 및 데이터 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각각 12.8%, 58.7%, 28.5%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싼롄성훠저우칸(三聯生活周刊)이라는 매체의 최근 조사는 많이 달랐다. 이른바 탕팡족이 무려 53.2%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네이쥔과 '45도 인생'의 상황에 직면한 청년들이 각각 '36.1%, 10.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극심한 청년 실업을 대변하는 신조어들이 유행하는 것은 중국 경제 당국 입장에서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해결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한 채 현실을 방치했다가는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어떻게든 빠른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실업 관련 신조어들이 사라져야 비로소 중국 경제가 정상궤도로 진입할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정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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