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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3년 유예’도 함흥차사…4만8000가구 분양계약자 뿔났다

‘실거주 3년 유예’도 함흥차사…4만8000가구 분양계약자 뿔났다

기사승인 2024. 02. 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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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의무 유예안 두고 여야 논의 흐지부지
야당 내부서도 반대 의견 상당… 논의 일정조차 못정해
총선 전 법안 국회 통과 불투명
"시장 침체 골 더 깊어질 듯…빨리 법안 처리해야 "
실거주 의무
#. 이달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상일동 A아파트를 분양받은 김모(49)씨는 요즘 잔금 납부 시기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직장 문제로 경기 외곽지역에서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잔금을 빠르게 지불하고 전세 세입자를 구할 생각이었지만, '실거주 의무' 규제 때문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씨는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한 후 수십㎞나 되는 출퇴근 거리를 매일 오가야 할지, 실거주 의무 유예가 확정될 때까지 연체이자를 감당하고 잔금 납부를 미뤄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김씨처럼 실거주 의무 적용 대상을 받는 전국 72개 단지, 4만8000여가구 입주자 및 입주 예정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초부터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2~5년 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야 합의 불발로 사실상 진척이 없는 데다 실거주 의무를 최초 입주일로부터 3년 간 유예하는 방안마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아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야는 2021년 2월 19일 이후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 공급된 아파트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안에 대한 의견 조율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유예안은 지난해 1월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 방안으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와 함께 내세웠던 실거주 의무 폐지의 대안 성격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했다.

하지만 조속한 유예안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야당 내부에서도 유예안과 관련한 반대 의견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정상적인 여야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국회 국토위 관계자는 "여야간 실거주 의무 유예안과 관련한 논의 필요성이 제기된 적은 있다"면서도 "아직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인 데다 총선 준비로 한창 바쁠 시기여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실거주 의무 폐지 공약을 믿고 향후 자금 운용 계획을 짰던 아파트 분양 계약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약 72개 단지, 4만8000가구가 실거주 의무 적용 대상이다.

만약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안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마저 국회에서 제때 처리되지 않을 경우 시장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새 아파트를 전세 놓고 잔금을 마련하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하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 직장에 변경이 생겨 입주가 불가능한데 억지로 입주하라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 이전의 자유 침해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국회가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정작 국민 주거 안정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면 시장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지고, 결국엔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회는 하루빨리 실거주 의무 폐지 및 3년 유예 법안 처리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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