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상왕’…탁신 전 태국 총리, 가석방으로 풀려나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상왕’…탁신 전 태국 총리, 가석방으로 풀려나

기사승인 2024. 02. 18. 14:4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TOPSHOT-THAILAND-POLITICS-THAKSIN <YONHAP NO-2046> (AFP)
18일 가석방으로 풀려나 경찰병원을 떠나고 있는 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의 모습. /AFP 연합뉴스
탁신 친나왓 태국 전(前) 총리가 18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는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 2008년 부패혐의 등으로 기소되자 해외로 도피해 약 16년 간 망명생활을 하다 지난해 8월 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직후 8년형을 확정받았으나 왕실 사면으로 지난 9월 1년형으로 감형된 그는 귀국 당일 밤 건강이상으로 경찰병원에 호송돼 단 하룻밤도 감옥에서 보내지 않았다. 20여년 간 태국 정치를 뒤흔든 거물이 마침내 자유의 몸으로 집에 돌아오자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방콕포스트는 이날 오전 6시 9분 탁신 전 총리가 가석방으로 풀려나 수감 중이던 경찰종합병원을 떠나 방콕 방플랏에 위치한 자신의 거주지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태국에선 숫자 9를 '까오'로 읽는데 '나아가다'란 뜻을 가진 단어의 발음과 똑같아 9분에 맞춰 떠난 것으로 보인다. 총리로 재임 중이던 탁신을 축출하려던 군부도 9월 19일에 쿠데타를 일으킨 바 있다. 사법당국은 그가 70세 이상의 고령이고 중병을 앓고 있어 경찰병원에 입원했지만 최소 6개월의 징역형을 산 것으로 인정돼 가석방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날 풀려난 탁신 전 총리는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 프아타이당 대표와 함께 차량으로 이동했다. 프아타이당은 현재 태국 연립정부를 이끄는 집권 여당으로 세타 타위신 현 총리도 프아타이당 출신이다. 의회에선 전진당(MFP) 다음으로 의석수가 많다. 부동산 거물로 꼽히는 세타 타위신 현 총리도 탁신 전 총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교 출신 재벌'이었던 탁신 전 총리는 2001~2006년 재임 당시 도시 빈민과 농촌을 위한 파격적인 정책을 내며 이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포퓰리즘·선심성 정책·퍼주기란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왕실의 인기를 넘볼 정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엘리트 기득권 층과의 대립도 격화됐다. 유혈사태로까지 이어졌던 레드셔츠와 옐로우셔츠의 충돌 등 지난 20여년 간 가속화 된 태국 사회의 양극화와 분열의 중심엔 탁신이 있었다.

약 20여년 간, 해외도피 생활 중에도 막강한 배후 영향력을 행사하며 태국 정치를 뒤흔든 탁신 전 총리가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자 향후 그의 행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8일 탁신 전 총리의 석방에 "기쁘다. 탁신 전 총리를 직접 만날 기회를 찾아볼 것"이라면서도 "태국에는 총리가 한 명 뿐"이라 강조한 세타 총리의 말은 탁신의 막강한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세타 총리의 이 발언은 탁신의 석방으로 현재 태국 정치를 실제로 이끄는 진짜 '보스'가 누구냐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국에선 '친(親) 탁신계 정당'으로 묘사되는 프아타이당에 대해서 일부 현지 언론인들은 "친 탁신계 정당이 아니라 그냥 탁신의 정당"이라 단호하게 말하기도 한다. 현지 유력매체의 기자 P씨는 18일 본지에 "탁신은 늘 프아타이당의 최고 지도자였다"며 "이젠 공식적으로 자유의 몸이 된데다 딸(패통탄)이 당 대표로 있다. 이제 문제는 그의 '건강이 허락한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이냐겠지만 그가 '보스의 보이지 않는 보스'라는 데엔 이견이 없을 것"이라 말했다.

탁신 전 총리가 다시 직접 정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탁신 본인이 정계에서 은퇴했다고 밝힌데다 탁신이 단 하룻밤도 감옥에서 보내지 않고 '황제 수감', '짜고 치는 정치'란 비판을 받으면서 병원에 있다 가석방으로 풀려난 명분이 건강 문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세타 총리와 프아타이당의 '상왕' 노릇을 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과 여지는 충분하다.

지난 총선에서 16세 이상 모든 태국 국민 5000만명에게 디지털 지갑에 유틸리티 토큰 형태로 현금5000억바트(18조 5400억원) 지급 공약을 내세웠던 세타 총리가 공약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태국 국가 반부패 위원회(NACC)는 "정부의 디지털 지갑 계획 추진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정부가 법을 위반할 수 있다"며 "이 정책이 특정 정치 집단이나 개인에게 부당한 혜택을 줄 수 있는데 태국은 그러한 제도가 필요할 정도로 경제 위기에 처해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태국 정계에 능통한 현지 소식통은 18일 본지에 "해당 공약과 정책을 실제로 이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세타 총리가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되면 패통탄 프아타이당 대표가 차기 총리로 나서는 시나리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며 "탁신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할 것"이라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