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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에 불법행위 내몰린 ‘PA간호사’…“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나”

의료대란에 불법행위 내몰린 ‘PA간호사’…“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나”

기사승인 2024. 02. 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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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사직으로 불법의료 행위 내몰린 'PA간호사'들
전공의 업무 대신하고 있지만 '의료법 사각지대' 놓여
"의사 없어 연차 사용" 권고도…"우리가 소모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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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디자인팀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 면허제도를 합법화하자고 했을 땐 의사들이 반대했었죠. 암암리에 불법으로 운용되는 제도를 정부가 대체 인력으로 쓰겠다는데, 만일 의료사고라도 나면 그때는 누가 우리를 보호하고 지켜주나요?"

한 종합병원에서 PA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22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의사들의 집단사직에 따라 불법행위에 더욱 내몰리고 있다며 이같이 푸념했다. 현재 PA간호사들은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대리처방과 드레싱, 심전도검사, 도뇨관 삽입 등 의사의 업무를 대신해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파업·의사 집단행동 때마다 정부는 PA간호사를 대체 인력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이다. 의료법상 별도의 면허 범위가 정의되지 않은 PA간호사는 불법 인력으로 분류되고, 의사를 대리하는 진료 행위 자체가 불법의료 행위가 된다.

이에 PA간호사들은 의사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더욱 시간을 쪼개 환자를 돌보면서도 의사들 집단행동 이후의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A씨는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 의사와 간호사 엄무 경계가 더욱 불분명해질도 수 있는데, 나중에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국내 PA간호사 수는 최근 12년 사이 5배 이상 증가해 2021년 기준 5619명, 비공식적으로는 1만명 이상이 전국에 분포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국립대병원 가운데 가장 많은 PA인력을 보유한 서울대병원 본원 기준 2020년 56명이던 PA간호사 수는 지난해 7월말 166명으로 급증했다. 간호업계는 이번 집단행동을 계기로 의료법 사각지대에 놓인 PA간호사들을 위한 제도 양성화에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의료업계 종사자는 "의사 위주의 업무 조항들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전공의들의 경우 본인들이 힘들 때 이들을 활용하고 자신의 업무가 뺏길 것 같은 상황에 놓이면 불법이라고 한다"며 "정부에서도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PA간호사에 대한 법제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시키는 대로 불법 하에 간호사가 투입돼 의료공백을 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먼저 간호사 임상전담간호사들을 어떻게 제도 내에 편입해 관리하고 지원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2010년부터 PA제도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으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려 간호계와 대화조차도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의사협회는 PA를 불법 인력이라며 "PA가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를 실시한다면 젊은 의사들의 일자리는 물론 의료체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수도권 빅5 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수술 등 관련 업무가 줄면서 간호사들에게 연차 사용 권고도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한 대학병원 간호사 커뮤니티에는 "책임간호사들이 윗선 압박으로 아랫 연차 간호사들에게 휴가를 사용해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거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B씨는 "의사가 집단사직하면 간호사도 맞춰서 쉬어야 하나. 간호사가 무슨 소모품이냐"며 "간호사들이 처우 개선해 달라고 목소리를 낼 때 의사들은 뒷짐만 지고 있었는데, 왜 우리가 대체 인력으로 투입되고 소중한 연차도 깎여야 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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