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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떠난 첫 주말…응급실 뺑뺑이·원정진료 과부하

전공의 떠난 첫 주말…응급실 뺑뺑이·원정진료 과부하

기사승인 2024. 02. 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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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해야 하는데 퇴원하라니"
의료진 공백에 고통받는 환자들
응급실 병상 포화…혼란 가중
병원에 남은 의료진
25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복도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주말 의료 현장은 평일과 마찬가지로 환자들의 불편과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의료 현장을 외면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탓에 환자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남아 있는 의사들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주말 응급실 운영은 축소됐고, 앞으로 수술과 진료 축소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엿새째이자 주말인 25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환자들의 불편은 여전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소재 세브란스 병원 본관 앞에서 만난 모자(母子)는 "주기적으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전공의 집단행동에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이 병원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은 70대 A씨의 보호자는 "다행히 전공의 집단행동 여파 전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면서도 "26일 퇴원을 앞두고 있지만, (전공의 집단행동 여파로) 앞으로 항암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아침 이뤄지던 회진도 교수진들의 바쁜 일정 탓에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확연히 줄어든 느낌"이라고 했다.

이날 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은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입원 환자가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간이식 환자를 돌본다는 B씨는 "평소 간이식을 받으려는 환자들로 가득 들어찼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며 "5인실의 경우 1명 정도 남아 있고, 기다려봤자 수술도 못 받을 거고 입원비로 돈만 나갈텐데 하는 심정으로 많이들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있는 층에 간호사도 원래 7~8명쯤 상주했는데 지금은 3명 정도만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 앞에선 모서리에 부딪쳐 다친 생후 200일 된 아이가 단순 외상이라는 이유로 다른 병원을 찾는 일도 일어났다.

서울 종로구 소재 서울대병원도 주말 사이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지난 24일 오전 9시 30분께 의식불명 상태로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70대 C씨의 가족은 응급실 조치에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저혈당 쇼크와 B형 독감, 폐렴 증상으로 C씨가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병원 측에선 "C씨의 의식이 회복됐고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며 다른 병원으로 이동할 것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C씨 가족은 입원이 불가하다는 통보에 부랴부랴 인근 병원을 수소문했고, 서울삼육병원에서 입원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C씨를 입원시키는데 9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C씨 보호자는 "전공의 부족으로 서울대병원 응급실 조치가 매우 느렸고, 전염성 강한 호흡기 질환 환자여서 인근 입원 가능한 병원 찾기도 어려웠다"며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 가족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의사들은 명분 없는 집단행동 대신 서둘러 환자가 있는 의료 현장에 복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응급실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이곳 서울대병원 일반 응급실 전체 26개 병상은 포화 상태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가용 병상도 전체 60% 이상을 넘기며 숨 가쁜 상황이다.

빅5를 포함해 서울시내 주요 병원들은 전공의의 빈 자리에 전임의와 교수를 배치해 입원환자 관리와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 중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은 30∼40%가량, 세브란스병원은 50%가량 수술을 줄였으며, 삼성서울병원 역시 수술의 45∼50% 가량을 연기하며 대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같이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병원들은 응급실 진료 지연으로 중증 응급환자를 우선 진료하고 경미환자는 2차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의 입원 거부로 지인을 공공병원으로 데려가야 했다는 D씨(45)는 "조금만 더 늦었으면 그 자리에서 사망했을 것"이라며 "오늘내일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텐데 이게 사람 죽으라는 거지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2차 병원 상당수도 일손이 부족해 현 의료체계로는 도저히 환자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의료계의 협의점 도출과 별개로 전공의 등이 조속히 병원으로 돌아와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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