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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장 인사권 범위 어디까지…금융지주 ‘관치’ 등 구조적 문제도

농협중앙회장 인사권 범위 어디까지…금융지주 ‘관치’ 등 구조적 문제도

기사승인 2024. 04. 0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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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신경분리 12년, 빛과 그림자]
중앙회, 농협금융 지분 100% 보유
역대 7명 CEO 중 5명이 관치 인사
금융계열사 수장엔 중앙회 출신들
금산분리 원칙 위배 근본 개선 필요
강호동 회장 먼저 관행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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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는 금산분리(금융·산업분리) 원칙에 위배됩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금융기관인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사를 지배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풀기 위해선 근본적인 지배구조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농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 후 12년이 지났지만 산하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의 독립성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회가 2개 지주사의 지분 100%를 보유, 여전히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지주사들은 독립법인으로 출범했지만 핵심인 '인사권'을 쥐지 못했다. 갈등은 농협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표출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계열사인 NH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인사권을 행사하려 한 게 기폭제가 됐다.

금융권에선 농협금융의 기형적인 지배구조에 주목한다. 금융지주사임에도 농협중앙회가 지분을 모두 보유한 탓에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농협중앙회장이 바뀔 때마다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의 CEO들도 교체되는게 당연한 수순이었고, 이 과정에서 농협금융 회장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일각에선 농협중앙회가 지주사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인사에 영향을 주는게 당연하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게다가 농협금융의 경우 역대 7명의 회장 가운데 5명이 모두 관 출신, 즉 외부 낙하산 인사가 자리를 채웠던 만큼 사실상 인사권 등 힘을 실어줄 수 없는 구조였다는 분석이다.

이런 논란들을 잠재워야 하는 건 강호동 회장의 역할이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측근을 내세우는 인사 관행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금융사의 경우 전문성을 지닌 CEO를 선임할 땐 객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외부 전문기관 등을 활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해선 관치 인사 논란도 잠재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최근 비상임이사로 박흥식 광주비아농협 조합장을 선임했다. 농협금융 비상임이사는 중앙회장의 측근 조합장이 선임되곤 했는데, 박 조합장 역시 강 회장의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 비상임이사는 이사회 내에서 농협중앙회의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한다. 농협금융 자회사 CEO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역시 사외이사 3명, 상근이사 1명, 비상임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 이 위원회에 금융지주 회장이 포함되지 않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회사 CEO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석준 회장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자회사 CEO 후보를 추천하는 위원회에 지주 회장이 포함되지 않은 곳은 농협금융이 유일하다. KB금융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는 양종희 회장이, 신한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는 진옥동 회장이 각각 포함돼 있다.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는 함영주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는 임종룡 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NH투자증권 CEO 선임을 놓고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의 갈등이 벌어진 데에는 이런 구조적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농협금융의 역대 7명의 회장 가운데 신충식 전 회장과 손병환 전 회장을 제외한 5명의 회장은 모두 관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부인사가 농협금융 회장이 된 만큼 인사권 등 막대한 권한을 주는게 맞냐는 반론이 나올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구조 아래 농협금융 계열사 CEO들은 모두 농협중앙회 임원을 거친 인물들로 채워졌다. 대표적으로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농협중앙회로 입사, 2012년 신용분리가 이뤄진 이후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등에서 근무를 했다. 하지만 농협은행장으로 선임되기 직전에는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을 거치는 등 농협중앙회와의 인연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윤해진 농협생명보험 대표이사 역시 마찬가지다. 신경분리 직후에는 농협은행에 소속돼 있었지만 2016년부터는 농협중앙회로 적을 옮기기도 했다. 서국동 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서옥원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 오세윤 NH저축은행 대표이사 등도 모두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이는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각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구성돼 있어서다. 농협금융이 지분 100%를 가지지 못한 NH투자증권은 그동안 농협중앙회가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한 곳이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 인수로 계열사에 합류한 곳이어서,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윤병운 신임 NH투자증권 대표도 우리투자증권 출신이다.

농협경제지주 역시 상황은 비슷하지만, 농협금융이 논란이 되는 건 '금산분리'와도 엮이기 때문이다. 금융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부여해야 하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 임원을 거쳐야만 농협 계열사 CEO로 온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농협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들이 꽤 있음에도 지배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투명하지가 않았다"며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됐음에도 농협중앙회장이 취임하면 농협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에 영향을 주는 게 적절한지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성인 교수는 "핵심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긍융지주 지분을 가지고 있는 소유구조"라며 "사외이사 수를 한 두명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가 되는 근본적인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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