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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서정, 與비대위 100일 “정치 브랜딩 해보고파…한동훈은 좋은 리더”

[인터뷰] 장서정, 與비대위 100일 “정치 브랜딩 해보고파…한동훈은 좋은 리더”

기사승인 2024. 04. 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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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에서 중앙선대위부위원장
"무당층에 가까웠지만 진심으로 국민의힘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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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정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중앙선대위 부위원장/본인 제공
장서정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2016년부터 8년간 유·아동 돌봄 스타트업 '자란다'를 이끌다 지난 연말 '한동훈 비대위'에 합류했다. 첫 회의에서 냉랭한 목소리로 포부를 읽어내려가던 장 비대위원은 한달 후 "당을 진심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비대위 출범을 기준으로 한다면 오는 7일 정치 입문 100일을 맞는 장 비대위원을 만나 그동안 비대위 활동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만난 장 비대위원은 누적 447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대표님과 정당인의 중간 쯤에 있는 듯했다. 스타트업에서 즐겨 쓰는 영어 표현을 술술 쓸 땐 '대표님'이었다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할 땐 '비대위원'이 됐다. 대표이사직에서 천천히 물러나는 과정 중이라는 그는 "정치 브랜딩을 바꾸는 일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장 비대위원은 저출생 문제에 대해 주로 목소리를 내 왔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저출생 공약은 '일·가정 양립'을 주요 골자로 한다. 아빠 육아휴직 한달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상향, 중소기업 유연근무 의무화처럼 '퍼주기식' 금전적 지원을 넘어 시스템·문화를 바꾸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아이를 낳은 후에도 커리어가 중단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춘 공약들이다. 최근엔 세자녀 학자금 대출 면제, 중소기업 육아휴직 도입처럼 파격적인 공약도 발표됐다. 이 공약들에도 아이디어를 냈다.

다음은 장 비대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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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정 비대위원이 지난해 12월 29일 비대위 첫 회의에 참석해 있다./이병화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합류로 정치에 입문한지 100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업가로 살아오다 집권여당 지도부로 일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저는 솔직히 기대가 전혀 없었어요. 정치 불신론자이기도 했고 소위 말하는 무당층·중도층이었어요. '정치? 뭐 거기서 거기지'라는 굉장히 시니컬한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그래서 초반엔 지켜보는 자세였어요. 어느날 김예지 비대위원이 그러신 적이 있어요. 제 그런 마음이 목소리에서 느껴진다고요. '지금 이게 맞는 방향인가?', '내가 같이 목소리 내도 되는걸까' 고민하던 제 마음이 회의에서 느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고민이 보여서 기사에 당신을 '머글'(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보통인간'을 지칭하는 단어·Muggle)이라고 썼어요. 보수 정당의 한복판에 들어온 '진짜 머글' 같았거든요. 그런데 한달만에 국민의힘을 진심으로 지지한다고 하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달만에 제가 그런 말을 했죠. 사실 비대위에 합류할 때 한동훈 위원장에게 '저는 당의 승리에 일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까지 이야기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서 일을 해달라고 했고, 저는 정말 '일하는 정치 지도부'를 만드려고 하나보다 싶어서 그 말을 믿고 왔어요. 그리고 지난 100일동안 충분히 그러했다고 생각합니다. 비대위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도 정말 좋았습니다."

-함께 일해본 한동훈 위원장의 리더십은 어땠나요.
-"좋은 리더라고 생각해요. 저도 스타트업을 하다보니 조직·리더십에 대한 책 정말 많이 읽었거든요. 리더십에 대한 책에는 꼭 '위임'이라든지, 위기에서 리더가 어떤 발언으로 조직에 안정감을 줘야 하는지 나오는데요. 한 위원장이 거기에 나오는 모범 답안처럼 행동할 때가 많았어요. 저희끼리 이야기할 때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이건 멤버들에게 안심을 주는 말이거든요. 그리고 굉장히 속도가 빠른 리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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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연도별 출생, 사망, 인구 감소 예측 그래픽/본인 제공
-정당이란 조직 속에서 일해본 소감은 어때요. 밖에서 바라보는 정당은 기업과 달리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이 굴러간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저는 정말 놀랐던 게 속도였어요. 스타트업도 이렇게 빠르게 방향을 바꾸고 위기대응을 하진 않아요.(웃음) '이번주 내에 뭘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일이 당장 내일, 당장 오늘 추진되더라고요. 물론 지금 시기가 시기인 만큼 그런 것 같긴해요."

-비례대표 후보에 신청하지 않았더군요. 국회 입성의 뜻은 없었나요?
"첫번째는 제가 지금 대학원을 다니고 있고 새로운 인풋을 받는 시간으로 1~2년을 보내야겠다 생각하던 차고요. 비례대표에 도전한다면 뭔가를 쌓기보다 발산해야 하잖아요. 개인적인 제 상황, 저의 어떤 내공을 객관화해봤을 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두번째는 '소는 누가 키우나' 생각했어요.(하하) 다들 선거하러 가면 제가 선대위를 좀 지켜야겠다 싶었어요."

-당에서 파격적인 저출생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저출생 공약에 아이디어를 많이 드렸나요?
"진짜 많은 제안을 했는데, 제가 이야기했던 것보다 한 단계 더 파격적으로 공약이 발표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예를 들어 저는 중소기업에만 유연근무를 의무화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면, 한 위원장이 '자영업자 육아휴직까지 가자' 이렇게 한다든지요. 초반엔 실무자들이 제가 낸 아이디어에 대해 리스크 중심의 피드백을 많이 해줘서 '내가 너무 표심이나 이런 걸 모르나' 싶기도 했는데, 오히려 리더가 확실하게 혜택이 될만한 공약을 내세우려 하니 감사했습니다."

-지난달 25일 한양대에서 발표한 세 자녀 이상 대학등록금 면제, 저출생 대응정책의 소득기준 폐지, 다자녀 기준을 현행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일괄 변경, 육아기획 탄력근무제도 의무화 공약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사실 저출생은 (현재의 총선 국면에서) 트렌드가 지나갔다고 하셨던 분들도 있었어요. 저는 저출생 이슈를 한번 더 인지시켰으면 했거든요. 그러던 차에 서울 합계 출산율 0.55명 언급과 함께 공약 발표가 이뤄진 겁니다. 당에서 많은 면을 수용해줬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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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강원도 춘천시 명동거리에서 열린 김혜란(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 후보, 한기호(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을) 후보의 지원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공약 외에도 여러 조언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예를들면 '셔츠 유세' 같은거요.
"어떻게 아셨죠?(웃음) 프로페셔널하게 보였으면 좋겠어서 말씀드렸어요. 빨간색 옷도 라운드 니트 같은 걸 입는게 어떻냐고요. 사실 지난 1월부터 지지자나 당원들과 셀카를 제안한 것도 저였어요. 저희 비대위원들이 편안하게 제안하는 것들 잘 수용하세요. 위원장님이 저희에게 맞벌이 부부가 아이들 '라이드'(차량 픽업)를 어떻게 하면 싸우지 않는지 꿀팁 주신적도 있고.(하하)"

-비대위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네요. 근데 비대위 활동 중에 윤-한 갈등처럼 큰 일도 겪으셨죠.
"선대위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비대위원들끼리 분위기 정말 좋았어요. 가장 이슈가 됐던 윤-한 갈등때도 저희는 안정감 있었어요. 사실 그동안 있었던 많은 일들을 언론에서 조금은 확대 해석 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여러 이슈들을요. 두 분은 20년 동안 일한 신뢰 관계가, 업무적 관계가 있는 분들이잖아요. 하필 대통령과 여당 리더이기에 엄청 커보였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저는 대통령님을 잘 모르지만 두분은 계속 이렇게 일해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두 사람이 그렇게 오래 같이 일했다는 건요. 기본적으로 신뢰 한다는거고 그 신뢰의 판단 기준이 사적이지 않을 때, 그 관계가 오래 간다고 저는 믿거든요."

-모토로라에서도 근무했고, 제일기획에서도 일했고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경험이 지금 업무를 하는 데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저는 조직생활이 굉장히 큰 경험이 됐어요. 대기업과 스타트업 경험이 둘 다 있잖아요. 대기업은 크게 바라보며 위랑 얼라인(align·기조)을 맞추는 거에 익숙하죠. 저는 대통령 임기동안 여당이 최대한 얼라인을 맞추는 게 맞다고 봐요. 그래야 일이 돌아가니까요. 스타트업에선 빠르게 우당탕탕 갈 길을 나아가는 조직문화를 배웠어요. 모토로라나 스타트업에서는 한 사안을 아예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일을 했는데요. 꽤 도움이 됐습니다."

-총선 후에 비대위 활동 기간 종료도 다가오는데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정치 브랜딩을 바꾸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요. 정치 생태계에서 브랜딩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을 해보고 싶어졌어요. 처음엔 시니컬했던 제가 긍정적이고 재미있게 당의 일을 하게 된 점도 이 때문이에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들어왔는데 좋은 분들을 만났고요. 처음에 주저했던 것보다 꽤 많이 조직에 대한 애정도 생겼고, 저도 옆에서 열심히 돕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생겼어요.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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