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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시작의 땅’ 강원도 태백 여행

[여행] ‘시작의 땅’ 강원도 태백 여행

기사승인 2019. 12. 3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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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태백산
태배산은 예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꼽혔다. 정상부의 장쾌한 풍광이 가슴 속 묵은 앙금을 말끔히 떨어낸다.


또 한 해가 시작된다. 묵은 것 다 떨어내고 빈자리에 희망을 가득 채워본다. 이 과정과 딱 어울리는 곳이 강원도 태백이다. 시작의 의미를 곱씹을 곳이 참 많다. 신령스러움 가득한 태백산(1567m)은 벽두에 마음을 다잡을 곳으로 손색이 없다. 또 유구한 한강과 낙동강도 이 땅에서 시작된다.
 

여행/ 태박산
태백산의 장엄한 해돋이는 천지개벽의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예부터 설악산은 가산(佳山·아름다운 산), 오대산은 명산(名山), 태백산은 영산(靈山)이라고 했다. 태백산의 장쾌한 풍광과 웅장한 산세는 경탄을 넘어 경이를 실감하게 한다. 백두대간의 준봉과 첩첩의 능선이 어우러진 풍광이 압권이다. 태백산 정상에는 산신제를 지내는 제단(천제단)이 있는데 이는 기도 효험이 탁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벽두에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려고 태백산을 오르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여기에 눈꽃 산행 명소로도 정평이 나 있으니 태백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려면 겨울에 올라야 한다.
 

여행/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 등산코스는 여러 개가 있다. 어느 코스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일사 입구에서 시작해 천제단까지 이어지는 ‘유일사코스’를 이용한다. 암벽이 적고 정상부를 제외하면 경사가 완만한 데다 태백산의 백미인 주목군락지를 거친다. 정상까지 소요시간 역시 약 2시간으로 산행에 적당하다. 유일사까지는 길이 편하다. 경사가 적고 길 폭도 넓다. 유일사는 꼭 봐야 할 매력적인 절집은 아니지만 사위가 고요해 잠깐 숨 고르며 쉬어 가기에 적당한 곳이다.

하산할 때는 유일사로 원점회귀를 하거나 단종비각을 거쳐 당골광장 방향으로 내려온다. 유일사에서 정상을 거쳐 당골광장까지는 약 5시간 걸린다. 단종비각에 얽힌 이야기는 이렇다. 조선의 ‘비운의 왕’ 단종은 강원도 영월에서 유배 도중 승하했다. 그런데 태백 사람들은 그의 영혼이 이 태백산의 산신령이 됐다고 믿는단다.
 

여행/ 태백산 주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 장구한 생명이 큰 울림을 준다.
여행/ 태백산
고사목과 주목이 어우러진 풍광이 신령스럽다.


8부 능선쯤부터 시작되는 주목군락지가 산행의 백미다. 주목은 더디게 자라는 상록수다. 죽은 후에도 그 자태를 오래도록 잃지 않는다. 그래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태백산 정상부에는 수령 200년 이상의 주목들이 지천이다. 장구한 수명에서 비롯된 신령스러운 분위기가 큰 울림을 준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춤을 추듯 서 있는 주목을 만나면 내면의 울림은 더욱 강해진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이거나 서리꽃(상고대)이 만개하면 풍광은 더욱 몽환적으로 변한다.

정상의 풍광은 경외를 느끼게 한다.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이러니 눈 돌리는 곳마다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다.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이고 살을 에는 칼바람도 상쾌하게 느껴진다. 이토록 장쾌한 풍광을 딱 5분만 바라보면 폐부 깊은 곳에서 맑은 기운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해 뜨기 직전, 여명의 풍경은 또 어찌나 신비스러운지. 주황, 파랑, 검정 등 삼색으로 물드는 하늘이 천지개벽의 순간을 추측하게 만든다.
 

여행/ 검룡소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
여행/ 검룡소 가는 길
검룡소 가는 길. 사위가 고요해 마음 살피며 걸을 수 있다.


검룡소와 황지못 역시 ‘시작’과 잘 어울리는 곳이다. 검룡소는 한강 발원지, 황지못은 낙동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검룡소는 작은 소다. 넓이가 동네 우물보다 조금 큰 정도다. 여기서 솟는 물은 연중 마르지 않으며 겨울에도 얼지 않는단다. 그런데 이 작은 소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강원도 정선과 평창, 충북 단양과 충주, 경기도 양평을 거쳐 서울, 인천 강화를 지나 서해로 흘러든다. 길이만 512km가 넘는다. 볼 품없던 물줄기가 끈질기게 살아남아 거대한 강이 돼 바다로 흘러든다. 그야말로 미미한 시작이 창대한 끝을 보여주는 사례다. 작지만 힘찬 물소리가 마음속에 희망을 싹틔우는 이유다. 그러니 검룡소는 결코 작은 소가 아니다. 검룡소까지는 매표소에서 약 20분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경사가 판판해 아이들이 걷기에도 부담이 없다. 이 길도 운치가 있다.
 

여행/ 황지못
낙동강 발원지 황지못.


황지못은 태백 중심가에 있다. 첩첩산중이 아니라 찾아가기는 편하다. 위치에 따라 상지, 중지, 하지 3개의 연못으로 구분된다.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과 관광객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이나 ‘택리지’ 등 옛 문헌에는 황지가 낙동강의 발원지로 소개된다. 이곳에서 시작된 물길이 1300리를 흘러 신라와 가야문화의 번영을 견인했다.

시작은 생각만큼 거창하지 않다. 그리고 끝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한 해를 멋지게 시작하기 위한 여행을 계획한다면 태백을 눈여겨본다. 2020년 1월 10일부터 19일까지 태백산국립공원과 황지연못 등에서 태백산 눈축제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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