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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식 디테일 화법…송정 바닷가·무심천 뚝방길·춘고와 춘여고

한동훈식 디테일 화법…송정 바닷가·무심천 뚝방길·춘고와 춘여고

기사승인 2024. 01.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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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한동훈에 쏟아지는 사진요청<YONHAP NO-2304>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 앞서 회의장 밖에서 지지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2일 대전-대구, 4일 광주-청주, 5일 수원, 8일 원주, 10~11일 경남-부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새해가 되자마자 전국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지난 9일 충북 단양 구인사까지 합하면 하루걸러 지역을 찾았죠.

한 위원장이 각 지역에서 냈던 메시지를 듣다보면 특유의 '디테일 화법'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방문지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들려줄 때 지명과 상호는 물론 상황 설명을 곁들여 디테일을 살리는 겁니다.

"청주 수동성당에서 성안나유치원을 다녔고, 함제도 신부님 옆에서 복사((服事, 천주교에서 신부·사제를 돕는 어린 아이)를 했었습니다. 무심천 뚝방길을 걸어 운호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지난 4일, 충북도당 신년인사회)

"저희 아버지는 춘천 소양로에서 춘고(춘천고)를 다니셨고, 어머니는 홍천 사람으로 춘여고(춘천여고)를 나오셨습니다."(지난 8일, 강원도당 신년인사회)

"저녁마다 송정 바닷길을 산책하고 서면 기타학원에서 기타를 배우고,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습니다."(지난 10일, 부산시당 당직자와 만남)

정치인들이 특정 지역과 인연을 강조할 때 쓰는 '○○의 아들', '☆☆의 사위' 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편입니다. 충북도당 행사에서 '무심천 뚝방길', '운호초등학교' 같은 지명이 나오자 좌중에서 환호가 점점 커지기도 했죠.

'춘고'와 '춘여고'처럼 지역민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연설에 그대로 쓰기도 합니다. 춘고는 춘천고, 춘여고는 춘천여고를 줄여 부르는 말인데요. 지역 명문고교를 이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강릉에서는 강릉고를 '강고'로, 대구는 경북대를 '경대'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10일 부산 지역구 의원들과 만찬에서 입었던 '1992' 맨투맨 티셔츠도 지역 민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1992년은 부산 연고 프로야구팀 롯데자이언츠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해 입니다. 프로야구팀의 우승은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기억이죠.

한 위원장 스스로가 서울대 법대 '92학번'이라 입었다는 추측도 있고요. 어쨋든 당 관계자에 따르면 1992 맨투맨 티셔츠는 한 위원장이 직접 준비했다고 합니다. 한 당직자는 "처음엔 그냥 '옷을 편하게 입고 오셨구나' 싶었는데, 부산 분들이 먼저 1992 숫자의 의미를 알아봐서 깜짝 놀랐다"고 하더군요.

국민의힘은 다음주부터 충남도당, 인천시당, 서울시당 등 남은 지역에서 신년인사회를 엽니다. 서울시당은 여의도에 있는 중앙당사에서 행사를 계획했다가 더 큰 장소인 마포 케이터틀로 옮겼고요.

당 안팎에선 한 위원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국민의힘 지지율로 연결되는 것이 남은 숙제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한 위원장의 섬세한 디테일 화법이 당원과 지지자를 넘어 중도층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 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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