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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의 어머니’...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어버이날’ 풍경

‘창문 너머의 어머니’...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어버이날’ 풍경

기사승인 2020. 05. 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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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요양시설 면회 제한'에 자식들 부모 직접 못 만나
일부 요양시설, 전면 창 사이에 놓고 '비접촉 안심면회' 진행
정부 "요양시설 면회 제한 완화 검토 중…어버이날 당일은 힘들어"
유리를 사이에 두고 면회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대전보훈요양원 비접촉 안심 면회 창구에서 한 가족이 유리를 사이에 두고 면회하고 있다./연합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어버이날이 다가왔지만, 올해 어버이날의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어버이날 가족 모임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기저질환을 앓는 어머니를 요양 시설에 모시고 있는 강혜정씨(50)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갔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요양원·요양병원에 대한 방문 면회를 금지해 어머니를 직접 뵐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강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 지난 3월부터 요양병원 차원에서 면회를 금지했다. 전화를 자주 드리고 있지만 유선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마침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된 것을 계기로 가뜩이나 적적해하시는 어머니를 찾아뵈려고 했는데 이마저도 요원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 면회는 가족과의 유일한 접촉 방법”이라며 “이번에도 찾아뵙기 힘들 것 같다고 전화 드렸을 때 수화기 너머로 크게 실망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느껴졌다”며 이쉬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충청 지역의 한 요양원에서는 전면 창을 사이에 두고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방식의 비접촉 안심 면회를 도입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면회 제한이 길어짐에 따라 갑갑해 하는 어르신과 그 가족들을 위한 정서적 교류의 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비접촉 안심 면회를 통해 칸막이 너머로나마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던 A씨는 “눈을 감고 뜨면 온통 엄마 생각뿐인데 코로나19로 생이별을 경험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 “요양원 측에서 이런 지혜를 내 엄마를 볼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요양원 관계자는 “보호자 중에는 ‘요양 중인 부모님을 창문으로라도 볼 수 없겠느냐’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다. 실제로 어르신이 베란다에 나오시면 잠깐이나마 보고 가는 분들도 있다”며 “적적해하시는 어르신들은 물론 보호자들도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코로나19 고위험군이 밀집한 요양병원·요양원 등에 대한 면회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투명 칸막이를 통해 비말감염을 방지하는 방안과 예약을 받아서 야외에서 충분한 거리를 두고 면회를 진행하는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버이날 당일인 오늘은 기존 지침대로 면회가 금지된다. 코로나19가 확산할 우려가 여전히 높고 당장 새로운 방역지침을 적용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요양 시설이 비접촉 면회를 개별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한 요양 시설에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영상통화나 전화통화를 통해 안부를 물을 수 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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