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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천년 숙적과 혈맹 사이, 북중의 애증

[기자의 눈] 천년 숙적과 혈맹 사이, 북중의 애증

기사승인 2022. 10. 0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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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북한의 속내를 모르지 않아
남북한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김일성 북한 주석이 무장 독립투쟁을 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라고 해야 한다. 중국과 조선의 좌익 계열이 창설한 동북항일연군에서 주축 간부로 활동한 이력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소련에 의해 북한의 지도자로 추대됐으나 사실은 중국에서의 오랜 일제와의 투쟁 경력이 그를 키운 자양분이라고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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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월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중,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고 있다. 양국은 혈맹 관계라기보다는 애증이 엇갈리는 관계라고 해야 할 것 같다./제공=신화(新華)통신.
그는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로 대표되는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자들과의 관계도 아주 좋았다. 한국전쟁 때 중국의 참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아마 중국 지도자들과 그의 친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정도 되면 그는 중국통이었다고 단언해도 좋다. 그렇다면 중국에 대한 감정이 나빴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내심으로는 중국에 대한 감정이 썩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가 후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일본은 백년 숙적, 중국은 천년 숙적'이라는 유훈을 남긴 사실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중국을 믿어서는 안 되고 늘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자신의 사후에도 거의 국시로 삼으라고 당부했다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당연히 이 유훈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북중 관계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9일 전언에 따르면 실제로도 북한 내 일반 주민들의 대중 시각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을 진짜 천년 숙적으로 본다는 말이 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조교(중국에 거주하는 북한인) C 모씨는 "우리 조국은 중국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언제인가는 뒤통수를 친다고 생각한다. 우리 무력의 핵심인 미사일의 상당수가 베이징을 향해 있는 것은 절대 괜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북중 관계가 의외로 나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10월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당 77돌 기념일이다. 중국이 가만히 있을 까닭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9일 당 중앙위원회가 노동당 중앙위에 축하의 꽃바구니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축하 축전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확실히 양국은 혈맹의 관계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김일성 주석의 유훈과 북한 내 은근한 반중 정서를 생각하면 양국의 관계를 보는 관점이 많이 혼란스러워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양국은 혈맹 관계일까, 아니면 진짜 천년 숙적의 관계일까? 당장 어떻다고 결론내리기는 쉽지 않으나 아무래도 혈맹관계라고 보는 것은 조금 무리가 따를 것 같다. 굳이 결론을 내리라면 애증관계라고 보는 것이 보다 더 합당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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