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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 연이은 이별 통보 살인…“죽은 피해자에 머그샷 무의미”

[아투포커스] 연이은 이별 통보 살인…“죽은 피해자에 머그샷 무의미”

기사승인 2024. 05. 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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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의대생, 헤어지자는 여친에 흉기 휘둘러
데이트폭력 방지법 2020년 발의후 수년째 계류
"폭력성 없던 사람이 죽이는 것 아냐…교육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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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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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피의자는 수능 만점자 출신의 명문대 의대생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극의 고리를 끊으려면 데이트폭력과 이에 따른 살인죄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경미한 범죄에 대해 초기 처벌 수준이 낮아 강력범죄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 공개 등 사후 조치보다는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관련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8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법상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이 제정돼 폭력 행위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지속적 괴롭힘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이를 처벌할 법규가 없어 피해자들의 위한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데이트폭력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2019년 9823명에서 2022년 1만2828명으로 3년 사이 약 30.6% 가량 증가했다.

특히 최근 한국여성의전화가 발표한 '2023년 한국여성의전화 상담통계 분석'에 따르면 여성 폭력 전체 상담 건수 5981건 중 절반 이상인 50.8%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전·현 배우자가 40.6%, 애인 및 데이트 대상자가 10.2%로 대다수 여성 폭력 피해가 일면식이 있거나 일상을 공유할 정도의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범죄의 양상도 더욱 잔혹해지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6일 강남역 근처 15층 건물 옥상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남성 최모씨(25)를 긴급체포했다. 명문대 의대생으로 알려진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최근 머그샷과 신상정보가 공개된 김레아(26) 역시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에게도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사망한 여자친구 A씨에 대한 강한 집착과 소유욕을 드러내며 폭력적인 성향을 보여왔고 이후 피해자 모녀가 함께 찾아와 이별을 통보하려고 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범죄 피해와 형태에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국회의 입법 제정은 제자리걸음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 등 10인이 '데이트폭력 예방교육 실시, 피해자 지원기관의 운영, 피해자보호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데이트폭력 예방 방지 및 피해자 보호·지원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21대 국회서 대표 발의했으나 위원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성범죄 전담 변호사인 이은의 변호사는 "데이트폭력 등의 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머그샷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데이트폭력 방지법 등을 빨리 통과시키고, 영국처럼 일정 요건에 따라 데이트폭력 이력을 가진 사람이 내가 현재 만나고 있는 상대방인지 확인 가능하도록 조회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죽은 피해자에게 머그샷 공개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데이트폭력과 같은 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교육과 경미한 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사랑과 이별에 대한 예의나 인문학적 소양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세상은 발전했지만 교육적인 부분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본질적으로 이런 종류의 범죄의 경우 폭력성이 하나도 없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칼을 휘둘러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들을 생각해 볼 때 작은 범죄들이 쌓여갈 때, 더 큰 범죄로 이어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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