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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서늘한 동굴에 펼쳐진 동화같은 세상

[여행] 서늘한 동굴에 펼쳐진 동화같은 세상

기사승인 2019. 07. 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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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8월 가볼만한 곳...이색 피서여행
여행/ 울진 성류굴
2억5000만년의 신비를 품은 울진 성류굴. 최근 신라 진흥왕이 다녀갔다는 국보급 명문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이나 바다, 계곡 말고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이 있다. 동굴이다. 은밀한 세계의 오래된 공기가 얼마나 서늘한지 가서 느껴보면 알게 된다. 동굴이라고 해서 꼭 비장한 준비가 필요 한 것은 아니다. 탐험하기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곳도 제법 많다. 동굴과 함께 오래된 인공 터널도 요즈음 이색 여행지가 됐다. 테마가 다양해 인기다. 한국관광공사가 신비한 동굴과 이색 터널을 8월에 가보라고 추천했다. 여름방학 맞은 아이들과 다녀오기 딱 좋다.
 

여행/ 울진 성류굴
울진 성류굴 12광장 가운데 신라 진흥왕 행차와 관련한 명문이 발견된 제8광장./ 한국관광공사 제공


◇ 황금박쥐·머루 품은 신비한 동굴

일단 동굴 이야기.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여행지 가운데 동굴은 경북 울진 성류굴, 강원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 전북 무주 머루와인동굴이다.

경북 울진 성류산의 성류굴(천연기념물 제155호)은 선조들의 흔적이 오롯하다. 숱한 시인묵객들이 이곳을 찾아 명문과 그림을 남겼다. 고려말의 학자 이곡은 이곳을 탐험한 후 ‘관동유기’에 우리나라 최초로 동굴 탐험기를 썼다. 매월당 김시습은 ‘성류굴에서 하룻밤 자며’라는 시를 남겼고 겸재 정선은 포항 청하현감으로 내려갈 때 이곳에 들러 성류굴을 그렸다. 최근에는 신라 진흥왕이 다녀갔다는 내용의 국보급 명문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어쩌면 성류굴은 학자와 선비들이 유람하며 글과 그림을 남긴 희대의 명승지였을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성류굴은 임진왜란 때 불상이 머물렀던 성스러운 곳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곳으로 피신했던 백성들이 왜구가 입구를 막아버려 모두 굶어 죽은 아픈 역사도 간직한다. 성류굴의 총 길이는 870m. 이 가운데 270m를 개방하고 있다. 탐방로를 따라가면 12개의 광장이 이어진다.
 

여행/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
동해 천곡황금박쥐동굴의 백미로 꼽히는 ‘샘실신당’. 다양한 형태의 석순과 종유석, 석주가 밀집해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무주 머루와인동굴
동화 속 세상처럼 알록달록 꾸며진 무주 머루와인동굴./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강원 동해 천곡동의 천곡황금박쥐동굴은 실제로 멸종위기종 1급 동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금박쥐(붉은박쥐)가 서식하는 곳이다. 수년 전부터 수시로 발견되고 있는데 이를 보기 위해 멀리서 애써 찾는 이들이 많단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귀가 솔깃할 볼거리. 게다가 도심에 위치해 가기도 수월하다. 아파트 단지가 있고 시내버스도 빈번하게 오간다. 실제로 이곳은 1991년 아파트 공사 중 발견됐다. 지상에서 10m 아래에 위치하며 총 길이 1510m 중 810m를 개방하고 있다. 석회동굴인데 생성시기는 4억~5억년 전으로 추정된다.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황금박쥐 모형이 신비감을 더한다.

동굴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 하나 더. 동굴이 있는 천곡동에는 예부터 지하에 비밀통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주민들이 구릉에 어미 소와 송아지를 풀어 놓으면 송아지만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는 일이 잦았단다.

어쨌든 이곳은 현재진행형 동굴이다. 석회암의 용식작용이 계속 되고 있다. 바닥에서 솟는 석순,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 석순과 종유석이 이어진 석주가 끊임 없이 펼쳐진다. 동굴에 물이 차면서 굴곡을 형성하는 천장 용식구, 용식구 가운데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한 용굴을 보면 엄청난 크기에 눈이 번쩍 뜨인다. 동굴의 백미는 다양한 형태의 석주와 석순이 밀집한 ‘샘실신당’이다. ‘저승굴’ 구역에는 이곳에서 발견된 동물 뼈를 전시 중이다.

동굴을 벗어나면 ‘돌리네탐방로’가 이어진다. ‘돌리네’는 동굴 생성의 비밀을 간직한 석회암 분지. 천곡황금박쥐동굴 위쪽으로 군데군데 형성돼 있다. 탐방로를 따라 가까이서 분지를 살펴볼 수 있다. 야생화 군락지와 쉼터가 어우러져 있어 산책하기에 적당하다.

전북 무주 적성산 중턱에 위치한 머루와인동굴은 더위를 피하고 머루와인도 맛보는 테마 동굴이다. 무주는 국내 머루 생산량의 약 60%를 담당한다. 농가와 업체가 힘을 합쳐 맛깔스러운 와인을 빚는다. 머루와인을 시음하고 머루와인 족욕도 체험할 수 있다.
 

여행/ 단양 수양개빛터널
단양 수양개빛터널.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철도 터널을 화려한 조명과 영상을 이용해 환상적인 볼거리로 만들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 빛 가득한 터널...여기가 사진명소

다음으로 터널 이야기.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곳은 충북 단양의 수양개빛터널, 경남 밀양 트윈터널, 전북 순창 향가터널이다.

충북 단양은 동굴 여행 1번지다. 우리나라 석회동굴을 대표하는 고수동굴과 천동동굴 등 자연동굴을 비롯해 수양개빛터널, 이끼터널, 천주터널 등 흥미진진한 인공 터널이 많다. 이가운데 적성면의 수양개빛터널은 이름처럼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일제강점기에 지은 철도 터널을 중심으로 꾸민 ‘빛의 여행지’다.

수양개빛터널은 크게 빛터널과 비밀의정원으로 나뉜다. 빛터널은 길이 200m, 폭 5m에 이른다. 일제강점기에 철도 터널로 지어 사용하다가 1984년 이후 노선이 바뀌며 방치됐던 것을 빛터널로 단장했다. 빛터널은 다채로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벽에 영상을 비춰 표현한 프로젝션 매핑 등을 활용한다. 여기에 음향효과가 더해진 화려한 빛의 쇼를 구경할 수 있다. 각 공간은 6개 거울 벽을 두고 주제를 달리하며 이어진다. LED 전구가 꽃 타래처럼 장식된 두 번째 구간은 전구 빛깔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꽃밭이다가, 얼음 왕국이다가, 판타지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빛터널에서 나오면 비밀의정원으로 향하는 가벼운 숲길이다. LED 라이팅 볼이 길옆에 보물처럼 놓여 한층 신비한 분위기를 만든다. 짧은 숲이 끝나면 비밀의정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비밀의정원은 일루미네이션 꽃의 향연이다. 개장 초기에는 LED 장미가 주를 이뤘는데, 2018년 재정비하며 LED 튤립으로 새롭게 조성했다. 그 사이로 수양개의 특징을 살린 구석기시대 사람 조형물을 배치했다. 경사가 완만하고 동선이 복잡하지 않아 편안한 여름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여행/ 밀양 트윈터널
멋진 사진을 촬영하기 좋은 밀양 트윈터널/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밀양 트윈터널
밀양 트윈터널에서는 걸음을 옮길 때 마다 화려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행/ 순창 향가터널
순창 향가터널. 한 여름에서 서늘한 이곳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남 밀양 트윈터널 역시 빛의 황홀경에 빠져들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특별한 볼거리와 체험 거리가 많아 가족이나 커플 여행지로 인기다. 터널 맞은편의 체험장에서는 피자 만들기, 카트 타기 등을 할 수 있다.

전북 순창 향가터널은 일제강점기 말 순창과 남원, 전남 담양의 쌀을 수탈하기 위해 일본군이 만든 것으로 길이 384m에 달한다. 광복 후엔 마을을 오가는 터널로 사용되다가 2013년 섬진강종주자전거길을 조성하며 내부를 정비했다. 터널 벽에는 일제강점기 때 힘겨웠던 농민들의 생활상 등이 재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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