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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칼럼] 미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건강한가?

[강성학 칼럼] 미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건강한가?

기사승인 2023. 07.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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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우리는 이런 진실을 자명하다고 간주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그들의 창조자로부터 확실한 불가양도의 권리들을 부여받았다. 이것들 가운데에는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가 있다." 미국의 독립 혁명가들 중 한 사람인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작성하여 1776년 독립선언서에서 사용된 이 용어들은 그 후 미국의 국경선을 넘어 범세계적으로 모든 민주주의의 지적, 정치적 그리고 철학적 세계를 형성했다. 미국인들이 대영제국에 대항하여 독립선언을 한 지 올해로 247년, 그리고 미연방정부를 수립하여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이 취임한 지도 234년이 흘렀다. 미국은 역사상 최초의 소위 '신생 국가'였지만 국부들의 위대한 정신과 능숙한 솜씨로 마련된 미국의 헌법질서는 지난 2세기가 넘는 긴 세월 동안 미국을 지상에서 모범이 되는 빛나는 민주정치와 눈부신 번영에 입각한 세계 최대의 군사력으로 이제는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의 지위를 향유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근대의 역사상 처음으로 '시민권(citizenship)'에 입각한 지속 가능한 민주 공화정의 수립에 마침내 성공했고 또 그것을 계승 발전시켰다.

18세기 계몽주의 독일 정치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가 어쩌면 시민권의 모든 예외적인 자격들을 가장 잘 요약했다. 그는 시민권이란 인간이 스스로 동의하지 않은 그 어떤 법률에도 굴복하지 않는 속성인 합법적 자유를 향유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바꾸어 말해서, 왕이나 독재자는 그를 선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의 의지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칸트는 시민들이 법률하에서 시민들의 평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가 타인을 구속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를 구속할 도덕적 능력을 어떤 우월자도 인정해서는 안 된다. 최종적으로, 칸트는 시민들의 독립성의 속성을 인용했다. "한 시민의 목적은 자신의 존재와 보존을 사람들 사이에서 타인의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자기의 권리와 권한에 달려있다." 시민은 자신의 권리들을 위해 어느 누구에게도 감사할 필요가 없다. 그것들은 선천적이고 그리고 실은 자기 자신의 것이다. 그러나 칸트 같은 18세기 철학자들의 이런 비전들은 미국의 민주주의의 수립 이후 200년 이상이나, 즉 1990년대 초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유럽 전역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시민권이란 오직 동의에 입각한 정부하에서만 궁극적으로 이상과 현실이 충분히 어울릴 최소한의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민들은 그들이 자유와 대체로 동의하는 통치와 같은 자신의 특권이 어느 특정 정당이나 혹은 특정 지도자의 덕택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하나님(Supreme Deity)에 의해 부여된 천부적이고 불가양도의 권리들을 가지는 미국의 시민들은 오직 자신들에게만 책임을 질 수 있다. 이것이 미국 민주 공화국의 전통이고 바로 그런 이유에서 미국인들은 자국이 지상에서 '예외적인(exceptional)' 나라라고 간주했다. 


그러나 21세기가 되어 미국에서 시민권은 미국 내의 아래와 위로부터 심각하게 동시에 도전을 받고 있다. 첫째로, 많은 미국인들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불확실한 신분의 이민자들에게 무관심하다. 비슷하게도, 최근의 많은 이민자들과 심지어 미국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미국의 시민권에 대해 별로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에 이주하고 또 거주한다는 것은 미국 시민권의 모든 혜택이 자기들에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많은 미국의 시민들조차 미국의 역사와 전통에 관해서 혹은 미국인의 시민적 책임에 대해서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헌법을 너무나 잘 알아서 그래서 시대에 맞게 미국의 헌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미국의 헌법이 지구적 모델로 봉사하도록 헌법을 변경하고, 개선하고, 또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소위 '포스트모더니스트(postmodernist)'들은 미국이 지상에서 예외적이고 모범적이라는 자부심보다는 유럽적이고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적 윤리적 정신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고전적인 시민권 의식을 상실해 버렸다. 


둘째로, 선출되지 않은 미국 연방정부의 거대한 관료제가 미국의회의 많은 권한을 잠식하였다. 그리하여 그것은 매년 하원과 상원보다도 더 많은 법률과 규정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항구적인 거대한 관료제는 때로는 심지어 백악관도 압도한다. 관료적 엘리트들은 위험스러워 보이는 어떤 선출된 관리보다 자기들이 선수를 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강력한 관료적 권한에 위협을 받고 있다. 거대한 관료제가 미국 민주주의의 베헤못(behemoth)이 되었다. 


셋째로, 미국의 좌파 진보주의자들은 미국의 헌법에 도전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국부들이 그들의 현대적 지혜와 오늘날 계몽된 교육, 그리고 끊임없이 향상되는 타고난 인간본성의 혜택이 부족했다고 비난한다. 좌파 진보주의자들은 미국의 헌법이 이제는 비활성이거나 방해하거나, 둘 다 해당된다고 주장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들은 헌법에서 많은 화석이 된 개념들과 건국의 문건들마저 폐기하고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좌파 진보주의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대체로 현상의 타파를 모색한다. 


넷째로, 글로벌리스트들(globalists)은 미국인들이 세계의 시민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는 현재의 유행을 내세운다. 아주 오래된 그러나 여전히 작동할 수 없는 사해동포주의(cosmopolitanism)의 아이디어가 재등장하여 이제는 21세기 지구적 여행, 재정과 통신에 의해서 권력을 갖게 된 특권적 유토피언들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다. 한편으로, 그들은 미국의 예외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해 냉소적인 비판자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미국식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적 관용을 지구적으로 확장하고 싶어 한다. 어쩌면 글로벌리스트들에게 세계화는 세계의 완전한 미국화 일 것이다. 


이러한 일종의 '미국 민주주의의 예비적 종합건강 진단서'는 미국 민주주의가 정치적 질병을 겪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빅터 데이비스 핸슨(Victor Davis Hanson)에 의하면, 미국의 건국 이후 줄곧 미국을 지켜온 독특한 미국인의 시민권의식이 21세기에 와서 죽어가고 있다. 시민권 의식은 국가를 위해 지방적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의 정체성 정치는 그 자체가 국가적 시민의식 자체를 제거하여 국가적 민주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한다. 미국인들은 18세기 말 건국 당시 국부들의 계몽적이고 고결한 정신으로 하루빨리 되돌아가야 한다. 빗나간 궤도수정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미국 민주주의의 정치적 질환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21세기의 모든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함께 겪고 있는 질병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위대한 헌법질서와 전통의 덕택으로 인해 미국은 세계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자정능력을 소유하고 있기에 건강한 민주주의 모습으로 머지않아 다시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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