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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통시장 상인 ‘울상’…“추석특수 실종...손님 절반으로 줄었어요”

[르포] 전통시장 상인 ‘울상’…“추석특수 실종...손님 절반으로 줄었어요”

기사승인 2019. 09. 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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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발표 전통시장 차례상 비용 22만 5859원…체감물가와 차이 커
시민들 "가짓수·품목수 줄여 예산 맞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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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목전에 둔 10일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려는 시민들이 서울시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모습./우종운 기자
“명절이 코 앞인데, 시장 상황이 어떤지 한 번 살펴보세요. 장 보러 온 사람들보다 상인들이 더 많잖아요. 예전 추석 땐 시장이 발 디딜틈 없이 북적거렸는데 풍성한 한가위도 다 옛말입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사흘 앞둔 10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만난 상인 한모씨(42)는 이같이 말했다. 경동시장에서 18년 동안 채소가게를 운영했다는 한씨는 최근 장사를 접고 가게를 그만둘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씨는 맞은편 가게에서 가격을 흥정하다 발걸음을 옮기는 시민을 바라보며 “그나마 시장에 있는 사람들도 가격만 물어보고 가버리기 일쑤”라고 푸념했다.

이날 경동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 목소리로 “추석특수는 옛말”이라며 “손님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까지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가위의 풍성함이 사라진지 오래라는 것에 시민들도 의견을 같이했다. 명절 준비를 위해 시장을 찾은 주부 김모씨(47)는 “수입은 그대론데 물가는 오르니까 두 개 살 거 하나 사고, 하나 살 거 안 사게 된다”며 “이번 추석엔 가짓수와 품목수를 줄여 예산을 맞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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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분주히 옮기고 있다./이주형 기자
동대문구에 위치한 청량리시장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얼어붙은 경기 탓인지 시장 곳곳에서는 상인과 손님의 흥정소리만 들릴 뿐 물건을 사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 상인은 손님과 가격 흥정을 벌이다 “원하는 가격에 가져가시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청량리수산물시장에서 생선을 판매하는 민모씨(33)는 “명절이 예년보다 앞당겨져 장사가 잘 안된다. 예년에 비해 손님이 반 정도로 준 것 같다”며 “제사상을 직접 차리려하지 않으니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수산물시장 건너편에서 청과물을 판매하는 김모씨(67)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만큼 손님이 줄었다”며 “40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기업이 위축된 영향이 전체적인 경기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도 소비심리 위축에 한 몫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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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가격흥정을 마친 한 시민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이주형 기자
올해 예산을 30만원으로 정해두고 장을 보러왔다는 A씨는 “경기가 안좋아졌어도 제수 마련 비용은 작년과 비슷하다”며 “배도 값이 올라 평소보다 좀 작은 것을 샀으며, 전체적으로 긴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비용이 전통시장은 22만5859원, 대형유통업체는 31만3879원으로 조사됐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지난해 상차림 비용과 비교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다보는데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느끼는 실제 체감물가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노모가 대형마트보다 시장을 선호해 청량리시장에 장을보러 나왔다는 한 시민은 “작년 추석상 차림엔 30만~40만원 들었는데 올해는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물가가 별로 안올랐다고 하는데 체감 물가는 많이 오른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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