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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주변 욕설·비방에 장송곡까지… 집시법 개정 목소리 커진다

대기업 주변 욕설·비방에 장송곡까지… 집시법 개정 목소리 커진다

기사승인 2023. 05. 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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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KT 등 서울 전역 대기업 주변 몸살
현수막·천막·피켓·띠줄에, 대형 스피커까지 동원
제재 나서도 문구 일부 수정하고 다시 걸어
법조계 "현실정에 맞지 않는 집시법 전면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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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기업 사옥 앞 빨간 글씨로 회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독자 제공
대기업 주변 '피'를 연상 시키는 자극적인 빨간색으로 쓴 욕설과 비방의 현수막은 출퇴근길 혐오를 유발하는 흉물이 된 지 오래다. 제재를 받아도 문구를 고쳐 다시 걸어두는 식으로 연중 계속되고 있어, 더 강력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0일 재계와 경제단체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촉 삼성과 양재의 현대자동차·광화문의 KT 등 국내 대표 대기업이 있는 서울 전역의 대기업 사옥 주변에는 각종 현수막과 띠줄·피켓·배너·천막들이 널려있는 모습을 1년 365일 볼 수 있다.

해외 거래처 외국인 관계자들의 방문이 잦은 글로벌 기업 사옥이라는 점을 노려 상대방을 비방하는 내용을 영문으로 작성한 현수막과 특정인의 이름 및 사진을 노출시킨 설치물 등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출퇴근 무렵에는 고성능 스피커와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비방·욕설 등 소음이 거리를 메우고, 혐오 표현 및 허위 사실 등이 담긴 시위 모습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거나 동영상 형태로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확산된다.

대기업 관계자는 "시위자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자극적인 시위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여론과 이미지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대기업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고,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 진단했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정당한 자기 표현의 수단이 아닌,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상대를 적대시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기업들은 허위 사실, 모욕,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소요 시간이 길고, 승소하더라도 시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위자들은 패소하더라도 법원이 금지한 표현만 수정한 현수막을 새로 제작해 시위를 재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시위 현장의 비방과 욕설 등은 현실적으로 제재가 어렵고 법적 집회 소음 기준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10년 이상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A씨는 혐오 표현 사용 등 무분별한 시위 방법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지만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법원은 A씨의 혐오 표현과 사실왜곡을 견디다 못한 기아가 자구책으로 진행한 소송에서 '세계적 XX 기업, 고소고발 남발한 OO기업, Global company Kia Motors is a corrupt and inhumane company' 등의 문구와 장송곡 등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A씨는 곧바로 문구만 조금 수정된 현수막이 내걸었고 출퇴근 시간에는 장송곡을 대신한 운동가요를 스피커를 통해 내보내는 중으로 전해졌다.

법적 공백, 느슨한 행정 규제 등 법률적·사회적 통제 장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공공 질서를 위협하고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민폐 시위가 양산되고 있다는 법조계 지적이 이어진다. 집회 및 시위의 목적과 성격, 방식 등이 달라진 만큼 그에 걸맞은 집시법 개정 등 적절한 규제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정치권에서도 헌법에서 보호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집회 시위 방식을 제한하고 국민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평온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집회 시위 현장의 혐오 표현 등을 규제하는 다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명예훼손, 모욕, 반복된 악의적 표현으로 인격권 침해 △사생활 평온을 해치는 행위 △소음·진동·모욕 등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해치는 경우 △성별·종교·장애·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혐오를 조장하는 폭력적 행위를 선동하는 행위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음향·화상·영상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집시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개인적인 사유 또는 여러 이해 관계가 얽힌 다양한 성격의 집회 시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며 "과거 정치적 집회와 시위 등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었던 집시법을 이제는 현실을 반영해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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