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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하는 마약 범죄…강남이 제2의 필라델피아 될까

확산하는 마약 범죄…강남이 제2의 필라델피아 될까

기사승인 2024. 05. 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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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관들 중심으로 우려 확산
간이시약 검사 강제성 부여 등 제도 개선 목소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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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월 22일 폭설이 내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출근길에서 웃옷을 벗어 던진 채 활보하던 유명작곡가 최모씨(39)가 경찰에 붙잡혔다. 최씨는 인근 성당 건물로 들어가려다 관리인의 제재를 받았는데 "제가 가끔 미쳐요"라고 말하며 마치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자신의 손목과 고개를 꺾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경찰은 최씨가 방문한 카페에서 주사기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 양성 반응이 나와 긴급체포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 한복판 도로에서 접촉사고를 낸 여성이 춤을 추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여성은 트렁크에 있는 짐을 꺼내 도로에 일렬로 늘어놓았고, 경찰 앞에서도 비틀대며 깡총깡총 뛰거나 허공에 팔을 휘두르기도 했다. 간이시약 검사에서 여성은 마약 양성반응을 보였으며, 마약전과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여성이 차 내에 숨겨뒀던 마약 주사기도 발견했다.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은 대한민국의 마약 확산이 심각하다. 국내 유흥의 중심 강남 일대에서는 마약에 취한 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강남 일대가 제2의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6일 대검찰청의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올해 1~2월 마약류 사범 단속 누계는 총 3488명으로 전년동기 2600명보다 34% 증가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이 체감하는 단속 증가 폭은 훨씬 크다.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병원 등이 밀집한 강남을 중심으로 마약 관련 신고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강남구 관내 근무 중인 A 경찰관은 "노상에서 접수되는 마약 신고는 하루에 1~2건 이상"이라며 "최근 관내 마약 신고는 인근 지역에 비해 100배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 경찰관은 "술 냄새가 나지 않아도, 말이 어눌하고 횡설수설하면 마약 투약을 의심한다. 현장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접하는 경찰관들은 피신고자의 팔에 주삿바늘이 있는지 살핀다"며 "강남 일대 마약 문제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건으로 신고(폭력 등)가 와도 주취자 행동을 주시해 마약 투약 사실을 의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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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공개된 서울 소재 유흥주점, 단란주점 신고 현황.
강남구는 서울에서 업소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강남구에 위치한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은 2197곳으로 서울 전체(1만6513곳)의 13%에 달한다. 강남구는 중구(1290개)와 영등포구(1227개)보다 각각 두 배 수준의 유흥주점이 운영 중이다.

강남구 또 다른 관내에 근무 중인 B 경찰관은 "강남 클럽 등에서 마약이 술잔처럼 자연스레 오고 간다"며 "강남 지역 경찰들은 강남 유흥업소 등에서 마약이 생활화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B 경찰관은 "유흥주점 인근에서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긴장부터 하고 본다"며 "마약 투약이 의심돼 경찰서 마약 부서 담당을 불러 피신고자에게 간이시약 검사를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이 마약 관련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피의자에게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요구하기는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장에서 경찰이 피의자에게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요청해도 피의자가 이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간이시약 검사는 임의수사로 피의자 승낙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피의자가 검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경찰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야만 마약 투약 검사가 가능하다.

강남구 현장 경찰관들을 중심으로 '마약 투약이 의심되면 검사를 강제하는 단속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술 냄새가 나지 않는데도 말이 어눌하거나 신체 반응이 현저히 느린 것처럼 약물 투약이 합리적으로 의심될 경우 피의자에게 간이시약 검사를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강남 유흥주점 등에서 마약이 성행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10년이 넘었다"며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합리적 단서가 있다면 마약 투약 검사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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