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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19대 20대 총선 이어 한국당 ‘TK 공천 파동’ 재연?

[심층 분석] 19대 20대 총선 이어 한국당 ‘TK 공천 파동’ 재연?

기사승인 2020. 02. 0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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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황교안 대표, 대구·경북 현역의원들 오찬 주목
19대·20대 국회 'TK 교체율' 현역 교체율보다 높아
"대규모 컷오프 하다간 큰일나...무소속 연대나 당선"
[포토] 최고위원회의 주재하는 황교안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 세번째)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이병화 기자
자유한국당이 4·15 총선에서 대대적인 TK(대구·경북) 물갈이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TK 의원들은 지난 19대·20대 총선 당시와 같은 TK 공천 파동이 재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컷오프(공천배제)에 해당된 TK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무소속 연대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투데이가 3일 19대·20대 한국당 TK 공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당 전체 현역 교체율보다 전통적인 지역 기반인 TK 교체율이 상당히 높았다.

◇19대·20대 국회 TK교체율 현역 교체율 보다 높아

2012년 19대 총선 때 당 전체 현역 교체율은 40.7%였다. 이와 비교하면 대구는 12명 중 7명이 교체돼 58.3%, 경북은 13명 중 6명으로 26.7%의 물갈이 비율을 보였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당 전체 현역 교체율은 23.8%였다. 당시 대구는 12명 중 9명이 교체돼 75%, 경북은 13명 중 6명으로 46.2%의 높은 교체율을 보였다.

그동안 경우를 보면 TK 물갈이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20대 땐 주호영 의원(4선·수성구을), 유승민 의원(4선·동구을) 등 공천에서 탈락한 TK 의원들이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당시 주·유 의원을 비롯해 김태환(경북 구미을) 의원을 시작으로 경선에서 배제된 김희국(초선, 대구 중·남구), 류성걸(초선, 대구 동구갑) 의원 등은 재심을 요청하며 탈당 선언을 했다. 이에 따라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한국당 의석수는 과반인 147석에 못 미친 146석으로 줄었다. 본격적인 무소속 연대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친유승민계였던 권은희(대구 북갑) 의원도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다. 주 의원의 경우 당을 상대로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며 전면전으로 확산됐다.

19대 공천 때도 대대적인 TK 물갈이론이 일었다. 특히 대구 지역은 물갈이 공천의 타깃이 됐다. 농촌이 많은 경북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변화에 대한 요구가 큰 전략적 요충 지역을 대구로 판단했다.

◇“정치 바꾸는 중심에 TK있다”…과거 공천서 물갈이 표적

더구나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우리 정치를 바꾸는 변화의 중심에 TK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TK 의원들은 물갈이 표적이 됐다. 여기에 친박계 중진 이해봉 의원이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TK 물갈이론에 불을 붙였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6선·경북 포항 남구·울릉)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박종근(4선·대구 달서갑) 의원은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집중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된 TK 의원들은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선거 때마다 고강도 압박을 하면서 인위적인 물갈이를 반복하는 데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경북 의원 “지역에서 ‘미친놈’이라고 해…‘식민지’로 생각”

경북 지역 한 의원은 3일 통화에서 TK 대규모 물갈이 방침과 관련해 “지역에서도 ‘미친놈들’이라고 한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당에서 충성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무조건 TK 물갈이는 70%라고 하는 것은 TK를 무시하고 완전히 ‘식민지’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선거 때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평가도 하기 전에 TK를 70% 물갈이 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절대 승복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의원은 TK 공천 물갈이 성공 여부에 대해 “어떤 목표를 정해 놓고 무리하게 무조건 자른다고 하면 승복할 수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 의원은 4일 황교안 대표와 TK 의원들 간의 오찬에 참석해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하겠다고 했다.

◇대구 의원 “대규모 컷오프 하다가 큰일나…무소속 당선될 수도”

대구 지역 한 의원은 “(공관위가) ‘공천 대학살’을 하려고 하니까 갑갑한 상황이다. 당이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면서 “이렇게 대규모 컷오프하면 큰일 난다”고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실제로 지역 내 반발이 크다. 지난번에도 한국당은 대구 12명 중에 4명만 신임으로 공천했다”면서 “당시 유승민·주호영 의원이 무소속으로 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부겸·홍의락 의원 등 다른 정당 의원들이 당선됐는데 그런 상황이 재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지난달 31일 비공개 의원총회 상황을 언급하면서 ‘TK가 그리 만만하고 우스워 보이나’ ‘TK 의원들이 죄인인가’ ‘한국당 의원들은 당 지지율을 바닥까지 낮추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신 나간 의원이 당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느냐’ 등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아시아투데이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이날 황 대표는 4일 TK 지역 현역 국회의원들과 비공개로 회동키로 했다. 공관위가 TK 지역 컷오프를 50% 이상이라고 밝힌 후 해당 의원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황 대표가 TK의원들을 달래기 위한 자리다. 이날 오찬에서는 컷오프와 공천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물갈이 해결책 아니다” vs “비전 심어줄 수 있다면 필요”

전문가들은 TK 물갈이가 선거 승리를 위한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과 당의 상징적인 지역을 쇄신해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3일 통화에서 “물갈이가 모든 것에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정치적 충원 구조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물갈이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현출 건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당이 쇄신하는 모습은 공천으로 어떤 인물 내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한국당 상징 지역이 TK니까 물갈이 공천을 통해 당의 변화된 모습인 새로운 비전을 심어줄 수 있다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한국당이 지난 20대 공천 파동으로 민주당에 패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인위적으로 물갈이하기보다는 순리와 원칙에 따르되 TK만 아니라 전 지역이 새롭게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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