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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빈 칼럼] 앤트그룹 상장 연기는 불가피

[양영빈 칼럼] 앤트그룹 상장 연기는 불가피

기사승인 2020. 11. 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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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금융 안정이 최우선이라 판단
인류 역사상 최대가 될 뻔 했던 중국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최근 전격 연기됐다. 한국에서는 이 상장 연기를 단순히 중국 공산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동원해 금융혁신 기업을 찍어 누른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높은 듯하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이런 견해는 금융혁신은 선이고 규제는 악이라는 매우 단편적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사태를 다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앤트그룹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앤트그룹이 한화 100억 원을 고객들에게 소액 대출(만기 1개월이 주를 이룸)을 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다음은 100억 원을 소액대출한 이후의 전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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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빈: 상하이 델타익스체인지 이사. 한국인 최초 ‘중국어 옵션실전 매매’ 도서 출판./제공=델타익스체인지.
1. 100억 원을 고객들에게 소액 대출(만기1개월이 주를 이룸)해준다.
2. 소액 대출 증서 여러 개를 모아 하나의 우량 채권으로 탈바꿈(Asset Backed Securities)시킨다. 개별적인 소액 대출 증서 하나하나는 안정성이 떨어지나 여러 대출 증서를 모아서 증권화한(새로운 증권으로 만듦) ABS는 금융공학, 빅데이터 등의 기법을 사용해 안정성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자산증권화의 핵심이다. 개별적으로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나 자산증권화를 통해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다.

현재 앤트그룹이 소액 대출을 해주고 고객으로부터 받는 소액 대출 증서의 이자율은 연리로 대략 16%(화베이와 제베이 : 하루 0.04%)이다. 이것을 ABS로 탈바꿈하면 훨씬 신용등급이 높은 새로운 채권이 된다. 그런데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은 쉽게 말하자면 이자율이 낮은 채권을 의미한다. 여기에서는 새로운 ABS의 이자율은 5%로 가정해 본다. 만약 개별 대출 증서의 가치 합이 100억 원의 가치를 가진다고 가정한다면 새로운 ABS의 가치는 100억 원보다 크게 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앤트그룹의 수익모델이 새로운 ABS를 시장에 파는 1회성 거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3. 앤트그룹은 이 ABS를 다른 은행이나 투자기관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다. 새롭게 탈바꿈한 ABS를 담보로 은행이나 투자기관으로부터 신규 자금 대출을 받는다.
4. 새로운 ABS를 담보로 받은 신규자금은 다시 앤트그룹의 소액 대출 업무에 사용되는데 처음 1번부터 3번까지의 과정을 무한 반복한다.

5. 그 결과 앤트그룹의 자본금은 30억 원이나 대출 총액은 3000억 원이 된 상태에 이른다. 이는 레버리지가 10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만약 이자율을 16%를 받는다면 앤트그룹은 1600%라는 놀라운 자기자본이익률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레버리지가 100배라는 것에 기인한다. 레버리지는 또한 양날의 검으로 레버리지가 100배라는 것은 시장환경이 1% 불리하게 움직일 때 바로 자본금 잠식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참고로 2008년 당시 파산한 리만브러더스의 레버리지는 약 30배 정도였다.

6. 이런 금융 기법을 가능하게 한 핵심 시장(통로)과 상품은 REPO, MBS, ABS, CDS 등이었음은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과 서유럽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이런 사태의 재현을 방지하기 위해 자본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을 제한하는 바젤3 협약을 도입하게 된다. 앤트그룹의 비즈니스 모델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의 리먼브러더스 등의 비즈니스 모델의 중국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바젤3 협약은 앤트그룹의 수익모델의 가장 큰 장애가 됨은 분명하다.

7.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은 10월 26일 상하이(上海) 금융 분드 회의에서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이강(易綱) 런민(人民)은행 행장, 류허(劉鶴) 부총리 앞에서 큰 훈수들 두는데 “바젤3 협약은 중국처럼 후발 국가에는 불필요하다. 선진국에나 필요한 규제이다. 중국의 규제는 관료의 보신주의, 중국의 금융은 전당포 형태이다. 앤트그룹 같은 혁신적인 금융기업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도발적인 발표를 한다.

이번 IPO를 통해 앤트그룹이 조달하려고 했던 자금의 규모는 350억 달러였다. 단순 계산으로 100배 레버리지를 쓴다면 3조5천억 달러에 해당하는 대출은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중국 정부라해도 일이 터졌을 때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을 것이다 필자가 보는 중국 당국의 입장은 금융 안전이 최우선 과제인 것 같다. 현재는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가 매우 염려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 역시 2008년의 금융 위기 같은 것이 발생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 위기에 대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낀 듯하다.

8. 같은 동족(유태인)끼리는 이자를 받지 말라는 성경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이방인(카톨릭 신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비즈니스 모델인 유태인의 고리대금업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금융혁신에 해당한다. 앤트그룹의 소액 대출은 과연 금융혁신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Yes and No’ 두 가지가 있다.

중국 금융에서 대출이 어려운 계층에게 핀테크 기법을 동원해 쉽게 소액대출을 하는 것은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을 극대화 하기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이런 모델은 어려움이 왔을 때 전체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진부한 레버리지 극대화 모델을 따른 것이다. 앤트그룹의 비즈니스 모델은 혁신과 진부함 모두 갖추고 있다. 혁신성이 진부함을 극복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결국 중국 정부는 앤트그룹의 상장을 연기하게 됐다. 이것은 미운털이 박힌 마윈 때문이었다기보다는 금융 안정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보다 더 합리적인 판단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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