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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호텔방을 전셋집으로?”…현실 외면한 부동산 대책

[취재뒷담화]“호텔방을 전셋집으로?”…현실 외면한 부동산 대책

기사승인 2020. 11.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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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증명사진
이지훈 경제산업부 기자
정부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전세난 해소를 위해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19일 내놨습니다. 2022년까지 전국에 전세형 공공임대주택 11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지난 7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차 3법’을 시행한 이후 전국적으로 나타난 전세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한달 가까이 공들여 준비해 대책이죠.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초점을 맞춘 부분은 ‘단기간 공급 확대’ 입니다. 그러면서 내놓은 방법 중 하나가 빈 상가와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개조해 1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집을 새로 지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비어있는 집이나 상가, 오피스텔, 호텔까지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신속한 주택공급을 통해 전세난을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취지겠지만 사실 없는 살림에 이것저것 끌어다 쓴 모양세입니다. 최근 언론 등에서 주택공급을 위해 정부가 영혼까지 끌어모았다면서 이른바 ‘영끌 공급’이라고 빗대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단기 숙박을 위한 호텔은 잠을 자는 기능에 충실한 공간으로 아파트와는 구조부터 다릅니다. 장기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조리시설부터 하수처리시설, 환기, 난방, 주차 등 해결해야 할 점이 너무 많습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편안한 주거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주무부처 수장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방안에 대해 “호텔 리모델링을 통한 전세 물량 공급은 유럽 등지에서 굉장히 호응도가 높다”며 “머지않아 호텔이 리모델링을 통해 저렴한 임대료의 질 좋은 1인 가구 주택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이에 대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지탄받은 호텔 전셋집을 숙박업소 전셋집으로 둔갑시켜 그대로 발표했다”며 “저항이 있으면 경청하고 숨고르는 시간을 가져야지 오히려 잘못없다고 우기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죠.

최근 전세난의 본질은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의 영향이 큽니다. 지난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크게 감소한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늘어나고 있으니 전세가격 상승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의 전세가격 급등은 임대차 3법 등 정책 부작용 때문이 아닌 금리 인하, 가구 분화에 따른 가구 수 증가 등의 영향이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전세난을 겪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주거 환경이 호텔을 개조한 전셋집은 결코 아닐겁니다. 신속한 주택공급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이같은 땜질식 처방에 공감할 국민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바둑 격언이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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