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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코로나19 시대, 복지 공무원의 하루…“발굴 지원관리로 사각지대 관리할 것”

[아투탐사] 코로나19 시대, 복지 공무원의 하루…“발굴 지원관리로 사각지대 관리할 것”

기사승인 2021. 02. 0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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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방문 통해 위기가구 관리
방역·돌봄 두마리 토끼 부담감
원격서비스 미흡…대면 불가피
위기가구 '복지 사각지대' 심각
자치별 인력부족·불균등 원인
복지관·무료 진료소 확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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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아파트를 방문한 ‘노원똑똑똑돌봄단’과 복지팀 공무원이 위기가구 대상자와 상담하고 있다./사진=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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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은 이런 분(공무원)들뿐이지.”

지난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아파트. 홀로 거주 중인 이호영씨(81)가 그를 찾아온 동주민센터 소속 돌봄단을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날 방문에는 노원구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의 일환인 ‘노원 똑똑똑돌봄단’과 세 명의 복지팀 공무원이 함께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은 위기가구를 집중적으로 관리해 촘촘한 돌봄 안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돌봄단은 2인 1조로 가정방문 및 실태조사 대상자로 선정된 이들을 직접 방문해 면담을 진행하고, 이들에 대한 보고서를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한다. 공무원들은 내용을 접수한 뒤 복지 사각지대에 있거나 추가적인 복지 혜택이 필요한 이들이 적절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복지팀이 관리하는 위기가구는 크게 두 부류다. 기존에 복지 혜택을 받는 가구와 실태조사를 통해 새롭게 발굴된 위기가구로 나뉜다.

가정 방문을 통해 기존 수급자였던 이들에 대해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원을 강화한다. 사회 안전망에 속해 있지만, 건강이 악화돼 병원비가 추가로 더 들어가거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이 필요한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

독거노인, 저소득층 등 명단을 토대로 위기가구를 새로 발굴하는 경우도 있다. 실태조사를 위해 가정방문을 했더니 저장강박증이 있다거나 고독사 가능성이 있는 등 문제점이 발견되면 해당 가구에 대한 내용이 복지팀 담당자에게 전달된다. 이후 담당자는 이들을 위해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정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업무는 전화로 이뤄진다. 이날 주민센터는 전화로 복지 제도를 설명하는 공무원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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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김미란 공릉1동 주민센터 복지2팀장이 서울 노원구 공릉1동 주민센터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사진=김예슬 기자
김미란 공릉1동 주민센터 복지2팀장은 “아무래도 코로나19 때문에 가정방문 횟수가 크게 줄었다. 대신 전화로 대상자들에게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위기가구에는 더 크게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 전화로나마 더 자주 접촉하려고 한다. 실제로 2019년과 작년 실적을 비교했을 때 전화를 통한 업무량이 훨씬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돌봄단 활동을 3년째 이어가고 있는 최경애씨(55)도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10가구를 방문했는데 작년에는 하루에 2~3가구 정도만 방문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위기가 찾아온 가정들이 많을 것 같다”며 연신 걱정했다.

이날 만난 이씨 또한 코로나19 때문에 답답한 칩거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씨는 “허리도 안 좋은 데다 코로나까지 겹치니 밖에 나갈 수가 없다. 그나마 이렇게 주민센터에서 찾아와주니 말할 사람이라도 생겨 반갑고 고맙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업무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는 ‘복지 사각지대’를 꼽았다. 그는 위기가구를 발굴하더라도 이들이 제도권 밖에 있을 때 크게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민관 협력체계로 다양한 복지를 누릴 수 있게 됐지만,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특히 김 팀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방역과 복지 모두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도 말했다. 가정방문과 대면 상담을 통해 대상자의 상태를 심층적으로 파악해야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가정방문을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거니와 방문 시간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김 팀장과 돌봄단 등을 비롯한 복지팀은 “어떻게든 대상자를 도울 방법을 찾아내서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가 닿았을 때는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김 팀장은 “민원인들이 전화로 감사 인사를 전할 때도 있다. 지난번 가정방문 때는 건강식품과 방역물품을 드렸더니 ‘가족도 코로나 때문에 나를 안 찾아온 지 6개월이 넘었다. 주민센터에서 찾아와주니 정말 고맙다’고 하시더라. 그럴 때 우리가 도움이 되는구나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간 유행하며 코로나 블루 역시 심해지고 있다. 김 팀장은 오히려 이런 시기일수록 더욱 세심한 위기가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이더라도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해봐야 하는 분들이 있다. 전화만으로도 이 대상자는 위험하다, 감지가 된다”며 “그럴 때는 지체 없이 우리 같은 복지 플래너들이 뛰어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 복지 사각지대 원인은 인력부족·자치구별 불균등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인력 부족에서 찾았다. 자치구별 인력확보 불균등 현상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9월 서울시 자체 감사 결과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을 직접 발굴하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 추진을 위해 25개 자치구에서 계획한 복지담당자 인원은 총 3697명이었지만 2019년 5월 기준 91.8%인 3395명만 확보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서·송파·용산 등 3개 자치구를 제외하고는 계획에 미치지 못했다. 1단계부터 사업을 추진한 성동구는 60%에 불과했다.

복지인력 1인당 복지대상자 수가 유사한 동을 비교한 결과, 실적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플래너 방문횟수가 마포구 A동과 용산구 B동은 11배, 복지플래너 상담건수는 7.9배 차이가 났다.

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자치구별 모니터링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위기가구를 1~4단계로 세분화 위기가구 정도에 따른 주기적인 방문 점검을 의무화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자치구별 편차는 위기가구 발굴 모니터링 시스템을 의무화해 관리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주민참여를 통한 발굴 강화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발굴 지원관리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촘촘히 관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시는 공공·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위기대응 광역컨설팅단’을 4월부터 운영해 복지 공무원의 연간 8시간 교육 의무화하는 9대 개선 대책을 내놨다.

◇ “비대면 시대에도 대면 돌봄 투자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필수 노동자라는 말이 있듯, 돌봄이 없고 대면이 없는 복지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복지 자체를 비대면, 비접촉으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국민들이 이미 복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 부분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복지도 비대면, 비접촉으로 하기 위해선 로봇, 원격지원 등 기술의 혜택을 받아야하는데 이런 기술 개발도 상당히 뒤쳐져 있다”면서 “도움·돌봄 로봇 같은 경우는 정부가 직접 투자를 늘려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거노인 안전망 구축, 노인복지관 운영, 무료진료소 운영 등 맞춤형 복지서비스도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정 교수는 “교육과 복지 부분이 비대면·비접촉으로 진행되는데 있어 가장 미흡한 걸로 보인다”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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