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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인터넷은행을 향한 시중은행의 이유 있는 불만

[취재뒷담화] 인터넷은행을 향한 시중은행의 이유 있는 불만

기사승인 2021. 04. 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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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이유가 있나요? 지점 없는 것 빼고 시중은행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요즘 만나는 시중은행 직원들에게서 터져 나오는 푸념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계좌 만들고 한도 제한 해제하는 게 왜 이리 복잡하냐고 하소연을 하는데, 우리도 못 해줘서 안 해주는 게 아니다”며 “대포통장 근절 등 금융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까다롭게 설정해놓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업종 특유의 절차 간소화와 편의성을 무기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정작 인터넷은행으로서 본연의 역할 수행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인터넷은행은 현재 두 곳입니다. 2017년 7월 출범한 인터넷은행 2호 카카오뱅크는 자산규모가 이미 지방은행을 넘어서면서 대형사업자로 부상했고 연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입니다. 카카오뱅크보다 석 달 먼저 출범한 1호 케이뱅크도 비대면 간편성,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실명확인 제휴에 힘입어 신규 고객의 돈을 쓸어가고 있습니다. 고객 수가 지난달 말 기준 391만명으로 석달 전보다 172만명 늘면서 폭풍 성장했지요. 3호가 될 토스뱅크는 올해 하반기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이 누리지 못하는 인증절차 간소화 등의 특혜를 누리면서 몸집을 빠르게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설립 목적인 중금리대출 확대는 뒷전이라는 불만이 시중은행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연간 중금리대출 비중을 얼마나 늘릴지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계획서를 내놓으라고 엄포를 놨지요. 애초 정부는 저신용자들도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터넷은행을 인가해줬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겁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최다 이용자는 최상위 등급인 1~2등급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각에선 은행에 부여된 공공적 역할이나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도 인터넷은행에선 찾아보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과 접점을 만들기 위해 각종 봉사활동부터 시작해 은행지점이 있는 지역의 취약계층을 지원하거나 영세기업에 우대금리 혜택을 제공하며 지역경제 활력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반면 지역점포가 없는 인터넷은행은 사회적 책임(CSR) 요구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점포를 보유한 은행들이 사회공헌에 더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6월 발간한 ‘2019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보면 카카오뱅크는 1억1500만원을 사회공헌활동에 투입했습니다. 자산 규모가 23조원으로 카카오뱅크와 같은 광주은행은 사회공헌활동비로 174억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자산 규모가 각 17조원, 6조원으로 더 낮은 전북은행과 제주은행은 사회공헌활동에 각 120억원, 22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은행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더 활발하게 동참하는 모습도 보일 필요가 있어 보이는 대목입니다. 무엇보다 선심이 아니라 인터넷은행의 의무인 중금리대출 확대를 더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면 시중은행의 질시 섞인 목소리도 잦아들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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