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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숲길 걷고 계곡물에 발 담그고...홍천 수타사 산소길

[여행] 숲길 걷고 계곡물에 발 담그고...홍천 수타사 산소길

기사승인 2021. 06. 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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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수타사 산소길
수타사 산소길은 계곡길이다. 조붓한 숲길을 걷다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내려가 너럭바위에 앉아 쉴 수 있다./ 김성환 기자
홍천 글·사진 김성환 기자 = 요즘 강원도 홍천 수타사 산소길이 좋다.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숲은 볕이 뚫지 못할 정도로 우거졌다. 계곡수에 발을 담그고 풍경을 좇으며 게으름을 부릴 수도 있다. 마음먹고 걷겠다고 나선 사람에게는 이 길이 못 마땅할지 모른다. 길이가 4km 남짓해 한두 시간이면 끝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리를 식히며 한나절 쉬다 갈 이들에게는 어울린다. 오래된 절과 수목원처럼 잘 꾸며진 생태숲까지 기웃거리면 하루가 훌쩍 지난다.

여행/ 귕소 출렁다리
‘귕소 출렁다리’. 길지 않지만 제법 출렁거린다./ 김성환 기자
수타사는 공작산(887m) 서쪽에 자리잡은 고즈넉한 절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덕지천 상류가 계곡(수타사 계곡)을 이루는데 이 골짜기 안에 수타사가 있다. 수타사 산소길은 계곡길이다. 수타사에서 출발해 공작산생태숲을 지나 반환점인 ‘귕소 출렁다리’를 돌아오는 순환코스다. 계곡길은 산길과 달리 분위기가 청량하다. 물소리를 들으면 힘은 덜 들고 정신은 더 맑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귕소 출렁다리는 계곡에서 약 10m 높이에 놓이 45m 길이의 현수교다. 길지 않지만 출렁다리 역할은 톡톡히 한다. 많이 출렁인다. ‘귕소’는 넓고 길쭉한 모양의 소(沼)다. 출렁다리 인근에 있다. ‘귕’은 가축의 먹이를 담는 그릇인 여물통의 강원도 사투리란다. 길은 귕소 출렁다리에서 10분쯤 가면 신봉마을 들머리다. 계곡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휴게소(카페)가 있다. 여기까지 갔다가 귕소 출렁다리로 돌아와도 좋다.

여행/ 수타사 산소길 '귕소'
넓고 길쭉한 ‘귕소’/ 김성환 기자
여행/ 수타사 산소길
신봉마을 들머리의 천연한 풍경도 운치가 있다./ 김성환 기자
수타사 산소길에는 귕소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소와 바위가 많다. 눈이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걷는 재미를 더하는 풍경이다. 수타사 공작교 인근의 ‘용담’도 흥미롭다. 용이 승천했다는 얘기가 깃든 소다. 안내판에는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 넣어도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고 소개한다. 안전요원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6m는 넘는다”고 했다. 물빛이 시퍼런 것이 딱 봐도 깊어 보인다. 어쨌든 중간중간 계곡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앉아 쉬어가기 좋은 너럭바위도 보인다. 물도 맑다. 수질이 깨끗한 곳에 사는 다슬기도 많다.

여행/ 수타사 산소길
수타사 산소길은 계곡을 따라가는 조붓한 숲길이다./ 김성환 기자
수타사 산소길은 계곡길인 데다 숲도 좋다. 탁족과 산림욕이 다 가능하다는 얘기다. 주변에 활엽수가 빽빽하다. 숲이 울창해 한낮에도 짙은 그늘이 만들어진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처를 벗어난 느낌이 확실히 든다. 식물은 광합성 작용을 할 때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를 취하고 산소를 내뿜는다. 광합성 작용이 활발한 여름에는 나무가 뿜어내는 산소의 양도 증가한다. ‘산소길’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때가 지금부터라는 얘기다.

하나 더 추가하면 수타사 산소길은 참 아늑하다. 시골 어느 뒷산의 조붓한 오솔길 같다. 두 사람이 옆으로 나란히 서서 걷기가 어려울 만큼 폭이 좁은 구간이 대부분이다. 불편해도 이런 길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일부러 조성한 길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다. 게다가 경사가 거의 없다. 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수타사 산소길은 수타사 인근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던 길이었다. 수타사 인근 신봉마을 사람들이 이 길을 걸어 홍천 읍내까지 왕래했다. 계곡 반대편 길에는 농사에 쓸 계곡물을 끌어오기 위한 수로가 있었단다. 강원도가 도내의 운치 있는 길을 ‘산소(O2)길’로 지정해 관리하게 되면서 수타사 산소길도 정비됐다. 원래 있던 수로는 지하로 옮겨지고 옛길도 걷기 좋게 다듬어졌다. 주변 자연과 조화가 잘 이뤄진 덕분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길처럼 됐다. 계곡을 기준으로 수타사가 있는 쪽 길은 계곡을 발 아래로 보며 걷는다. 수로가 있던 길이다. 반대편은 물과 가까이 붙어있다. 물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린다.

여행/ 수타사 대적광전
수타사 대적광전/ 김성환 기자
여행/ 수타사 흥회루
수타사 흥회루/ 김성환 기자
이제 수타사 얘기. 규모가 크지 않지만 구경할 게 많다. 가장 유명한 것이 조선 세조 때 편찬된 ‘월인석보’(보물 제745-5호)다. 부처의 일대기를 기록한 이 책의 17, 18권 초간본이 수타사에서 나왔다. 현재는 보장각(성보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홍천 수타사 동종(보물 제11-3호)도 눈길을 끈다. 조선중기에 만들어졌는데 당시 가장 유명했던 사인비구라는 장인이 주도해 제작했다. 종을 거는 고리와 몸통을 따로 제작해 붙였는데 당시로선 독특한 방식이었단다.

법당 중에서는 대적광전과 강당으로 사용된 흥회루가 운치가 있다. 두 건물 모두 맞닥뜨리면 곰삭은 시간의 무게가 ‘훅’ 하고 풍긴다. 수타사는 신라시대 창건했다고 전한다. 당시에는 영서지방에서 이름난 절이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1592~1598) 때 건물이 완전히 불탔다. 40년 남짓 폐허였다가 1636년에 중창이 시작됐다. 이때 가장 먼저 지어진 것이 대적광전이다. 수타사 들머리에서 만난 문화해설사는 “대적광전과 흥회루는 이때 지어졌다. 400년 가까이 됐다. 특히 대적광전은 영서지방의 사찰 건물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말했다. 내부장식이 화려하다. 원통보전 목조관음보살좌상도 흥미롭다. 높이가 46cm의 목조불상으로 봉황과 화염문으로 장식된 보관을 쓰고 있다. 수타사 경내로 들어올 때는 가장 먼저 사천왕상이 있는 봉황문을 지난다. 봉황문 뒤에 흥회루가 있고 마당을 지나면 대적광전과 원통보전이 나란히 자리 잡았다. 원통보전이 훨씬 크지만 수타사의 큰법당은 대적광전이다.

여행/ 수타사 연지
수타사 연지/ 김성환 기자
여행/ 불두화
수타사공작산생태숲에 핀 불두화/김성환 기자
수타사 들머리에도 볼거리가 많다. 부도밭이 운치가 있다. 솔숲이 울창하다. 부도 중에서는 홍우당 스님의 부도탑이 의미가 있다. 가운데 탑신이 원형인데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부도탑 형태라고 한다. 부도밭 소나무 중에는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송진채취를 위해 낸 생채기가 또렷하게 남아있는 것도 있다. 부도밭 건너편에는 잣나무숲이 있다. 숲에는 편안하게 반쯤 누워서 산림욕을 할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든 시설도 있다. 수타사 봉황문 앞에 있는 연지(蓮池)에선 사진촬영하면 예쁘게 나온다. 연지를 가로질러 나무 덱 관찰로가 나 있다. 연꽃이 활짝피면 더 운치가 있다. 수타사 산소길은 연지에서 출발해 공작산수타사생태숲을 지나 계곡으로 이어진다.

공작산수타사생태숲은 여느 식물원 못지않게 꾸며졌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무마다 이름표를 붙여 놓았다. 잠시 숨 고르며 쉴 수 있는 정자와 그네도 있다. 수종도 다양하다. 풀과 나무에 녹음이 짙고 여름 꽃도 활짝 피었다. 하얀 불두화가 터널을 이룬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이 볕을 받아 눈처럼 빛난다. 수타사 산소길에선 걷기만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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