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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봄 향기에 입맛이 팡팡! 산·바다 보며 즐거운 한입~

[여행] 봄 향기에 입맛이 팡팡! 산·바다 보며 즐거운 한입~

기사승인 2024. 03. 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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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호강, 입맛 도는 봄 미식여행
미륵산
통영 미륵산 정상에서 본 한려수도.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부까지 쉽게 오를 수 있는 데다 바다 전망이 장쾌한 미륵산은 통영 여행 1번지로 꼽힌다./ 김성환 기자
남녘에서 꽃소식 들려온다. 바야흐로 봄. 꽃향기 짙어지면 입맛도 동한다. 눈과 입이 즐거운 미식여행에 어울리는 계절이니 순한 볕발 등에 업고 별미를 탐하자. 제철 음식은 꽃보다 낫다.

사본 -달아공원일몰
통영 미륵도 달아공원에서 본 해넘이/ 김성환 기자
도다리쑥국
도다리쑥국은 통영에서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음식'으로 통한다./ 김성환 기자
◇ 경남 통영 도다리쑥국

통영에선 "도다리쑥국 한 그릇 먹어야 비로소 봄이 온 것"이다. 이러니 여기선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음식이 도다리쑥국이다. 이 맘때 '도다리쑥국 개시'라고 쓴 안내판이 남해안 일대 식당마다 내걸리지만 원조는 통영으로 통한다.

도다리쑥국은 호남지역의 홍어애탕과 비교되는 경남 남해안의 봄철 별미다. 살이 실하게 오른 도다리와 알싸하면서도 향긋한 쑥을 넣고 맑게 끓여내는데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이 참 좋다. 한 숟갈 뜨면 겨우내 묵은 온몸의 앙금이 말끔히 떨어진다.

도다리는 산란을 마치고 금어기가 풀리는 2월부터 남해에서 흔하게 잡힌다. 살이 제대로 오르는 3월부터 5월이 제철이다. 대가리를 아래쪽에 두고 정면에서 봤을 때 눈이 오른쪽에 몰린 것이 도다리, 왼쪽에 몰린 것이 광어다. 도다리가 살이 오를 때에 맞춰 남해안 지역에는 해쑥도 올라온다. 쑥은 피로회복은 물론 면역력과 소화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향과 식감도 좋다. 통영 서호시장을 비롯해 강구안 일대 곳곳의 음식점이 도다리쑥국을 낸다. 얼어붙은 속을 풀어주는 '봄맛'이 이 안에 담겼다.

통영은 바다가 예쁜 고장이다. 해서 통영에 가면 봄바다도 봐야 한다. 제대로 된 바다 구경에 미륵도가 어울린다. 통영과 연결된, 육지 같은 섬이다. 한려수도를 한눈에 보려는 사람들은 (통영)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오른다. 미륵도를 에두르는 산양관광일주도로는 드라이브코스로 제격.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이 예쁘다. 달아공원의 해넘이는 사진작가들도 찾아가는 포인트다.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통영에 자주 간다.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한 작가 박경리를 비롯해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청마 유치환, 시인 김춘수,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화가 전혁림 등이 모두 통영에서 태어났거나 유년기를 보냈다. 이들의 흔적을 좇는 일도 봄날에 해볼만하다.

운문사
운문사 들머리의 소나무 숲/ 김성환 기자
◇ 경북 청도 한재미나리

청도는 예부터 삼청(三淸)의 고장이라 했다. 산과 물이 맑고 인심이 순후하다고 알려진 덕분이다. 이름난 특산물도 많다. 한재미나리도 여기에 든다. 청도읍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 화악산의 능선을 가르는 '한재'라는 골짜기에서 주로 재배된다고 붙은 이름이 '한재미나리'다. 줄기가 굵고 속이 꽉 차 아삭한 식감이 뛰어난데다 수분이 많아 시원하고 향도 강하다. 이러니 시중에서 여느 미나리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싸게 팔린다. 밑단이 자줏빛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골짜기 일대 마을마다 미나리 재배 비닐하우스가 빼곡하다. 지금부터 4월까지가 가장 맛있단다. 미나리는 혈액순환과 알코올 해독 등에 도움이 된다.

미나리는 탕이나 찌개에 넣어 숨을 죽여 먹는 것이 보통. 하지만 식감 좋고 시원한 한재미나리는 상추처럼 된장이나 쌈장에 찍어 날 것으로 먹어도 좋다. 또 삼겹살을 먹을 때 고기와 함께 살짝 데쳐 먹거나 전으로 부쳐 먹기도 한다. 일대 농가나 식당에서 판매를 한다. 하우스 안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기구와 장소를 제공하는 식당도 있다.

운문사 처진소나무
운문사 처진 소나무/ 김성환 기자
한재미나리
한재미나리는 삼겹살과 잘 어울린다./ 김성환 기자
배를 채웠다면 봄날 고즈넉한 사찰 경내를 산책하자. 청도는 운문사가 유서 깊다. 한재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다. 비구니사찰이자 국내 최대 비구니승가대학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 신라 화랑들에게 '세속오계'를 일러 준 원광국사가 중창했고 고려의 일연이 머무르며 '삼국유사'를 집필했던 곳으로 전한다. 만세루 앞마당의 '처진 소나무'는 기억하자. 땅에 늘어진 가지들이 오체투지 하는 모습 처럼 보인다. 이 나무는 음력 삼월삼짇날 막걸리 12말을 받아 마시는 덕에 간접세(주세)를 내는 나무로도 잘 알려졌다. 매표소에서 경내로 이어진 진입로의 소나무 숲길은 게으름 부리며 산책하기에 어울린다.

장항스카이워크
바다와 갯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항스카이워크/ 김성환 기자
송림리해변
장항스카이워크가 있는 송림리해변에는 소나무숲이 운치를 더한다./ 김성환 기자
◇ 충남 서천 주꾸미

'봄 주꾸미, 가을 전어'다. 가을 전어에 비견될만큼 3, 4월에 잡히는 암주꾸미는 알이 꽉 찬데다 살이 부드러워 별미로 꼽힌다. 어디로 갈까. 충남 서천은 마량진항 일원에서 열리는 서천동백꽃주꾸미축제는 눈과 입이 즐거운 축제다. 올해는 16일부터 31일까지 예정됐다.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주꾸미는 마량진항 일대 음식점 어디서든 맛볼 수 있다. 싱싱한 주꾸미를 어떻게 고를까. 짙은 갈색 부위가 많고 움직임이 활발한 것이 좋단다.

주꾸미 샤브샤브
주꾸미 샤브샤브/ 김성환 기자
동백꽃은 마량포구 동백나무 숲에서 구경한다. 동백은 꽃 피는 시기에 따라 춘백(春栢), 추백(秋栢), 동백(冬栢)으로 불린다. 여긴 춘백이 자란다. 순한 볕을 머금고 자라서인지 색이 참 붉다. 숲은 마을로 들어오는 강한 바람과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1540년대에 조성됐다고 전한다. 바람 때문에 이곳 동백은 키가 작고 옆으로 가지를 뻗는 것이 특징. 그래서 '동백꽃 터널'이 만들어진다. 동백꽃은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어도 운치가 있다. '동백정' 정자에서 보는 해넘이도 멋지다.

서천가면 갯벌 구경도 하자. 봄볕 받아 오글거리는 바다와 갯벌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서천갯벌은 고창갯벌(전북 고창),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순천)과 함께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다른 곳에 비해 덜 알려진 데다 수도권에서 가까워 한나절 여행지로도 어울린다. 어디로 갈까. 장항읍 송림리해변의 장항스카이워크는 공중에서 바다와 갯벌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지상에서 15m 높이에 만들어진 약 250m 길이의 전망 산책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량진항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 주변에는 우아한 소나무 숲과 한갓진 해변도 있다. 장항스카이워크에 '기벌포 해전전망대'라는 이름도 붙었다. 676년 고대국가 신라와 당나라가 치열하게 다툰 기벌포전투의 무대가 여기다.

드림세트장
죽성마을의 드라마 '드림' 세트장(드림성당)은 기장의 SNS 사진촬영 명소로 잘 알려졌다./ 김성환 기자
◇ 부산 기장 멸치

부산 동쪽 끄트머리의 기장은 우리나라 최대 멸치 집산지다. 전국 유통량의 약 60%가 기장을 통한다. 대변항이 중심이다. 3월부터 봄멸치 진수를 맛보려는 사람이 몰려 활기가 넘친다.

기장멸치는 뭐가 다를까. 기장 앞바다는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곳이어서 조류가 세다. 거센 물살을 이겨 내려고 힘을 쓰다보니 멸치 살에 탄력이 붙었다. 식감이 적당히 쫀득하다. 기장은 멸치 말고도 미역과 다시마가 유명한데 모두 센 물살이 맛의 비결이다. 지금부터 맛이 든다. 산란기와 겹치는 4월 중순이 절정이다.

대변항 포구 식당에선 멸치회, 멸치구이와 멸치찌개를 곁들인 멸치쌈밥이 인기다. 멸치회는 미나리, 양파, 상추 등을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쳐낸다. 기장의 또 다른 특산물인 미역에 싸먹어도 좋다.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구워 내는 멸치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른바 '겉바속촉'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메뉴다. 멸치쌈밥은 멸치찌개가 핵심이다. 멸치찌개는 우거지나 시래기와 생멸치를 된장에 함께 넣고 자작하게 끓여서 만든다. 멸치 먹으러 기장까지 갈 일인가. 멸치는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 그래서 잡자마자 찌고 말려서 반찬이나 국물용으로 사용한다. 이러니 '현장'에 가야 싱싱한 멸치요리를 맛볼 수 있다. '칼슘의 보고'인 멸치가 건강에 좋은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멸치회
미나리 등을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친 멸치회무침/ 김성환 기자
멸치구이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통째 굽는 멸치구이/ 김성환 기자
대변항은 멸치 말고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2001) 촬영지다. "니, 조오려이(조오련)하고 바다거북이하고 수영시합하머(하면) 누가 이기겠노?" 영화 속 동수(장동건)가 어린시절 준석(유오성)과 우정을 떠 올리며 담배를 태우던 곳이 대변항 방파제다. 여기서부터 임랑해변까지 봄바다 구경하는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죽성마을의 영화세트장 '드림성당'은 SNS(소셜네트워크) 사진 맛집이다. 수상법당으로 유명한 해동용궁사, 꿈과 희망, 재미를 선사하는 롯데월드 부산도 기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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