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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선 몇배 커졌는데 교각은 그대로…충돌 못 버텨

화물선 몇배 커졌는데 교각은 그대로…충돌 못 버텨

기사승인 2024. 03. 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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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세운 다리 완충장치 부족
50년새 화물선 적재량 4,5배 늘어
화물선 '달리'길이는 에펠탑 높이 해당
MARYLAND-INCIDENT/BRIDGE
화물선 '달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프란시스 스콧 키 브리지'에 충돌해 다리가 붕괴했다. /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볼티모어의 '프란시스 스콧 키 브리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화물선 충돌 뒤 불과 20초 만에 장난감처럼 무너져 내렸다. 키 브리지는 1980년 8월에도 화물선에 받쳤지만 멀쩡하게 버텨냈다. 40년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CNN은 화물선 몸집이 엄청나게 커진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고 2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미국에 현존하는 수 백 개의 다리들은 수 십 년 전에 세워져, 지금 운항하고 있는 규모의 화물선이 충돌했을 때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릭 게디스 코넬대 교수는 "키 브리지 설계자들은 화물선이 이렇게 커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몸집 50년 새 4~5배 늘어

40년 전 일본 컨테이너 선 '블루 나고야'는 키 브리지 약 550m 앞에서 합선으로 전기가 끊겨 추진력을 잃고 교각에 충돌했다. 이 충돌로 교각을 감싸고 있던 보호구조물이 910여m 뜯겨 나갔지만 교각 자체는 살짝 부서지는 정도에 그쳤다.

몇 년 전 연방조사 자료에 따르며 키 브리지는 '양호'한 상태였고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26일 키 브리지가 "완벽하게 기준에 적합"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두 개의 사고 사이에 달라진 건 화물선의 크기다. 1980년에 키 브리지에 충돌했던 '블루 나고야'의 크기는 지난 26일 충돌한 '달리'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키 브리지가 세워진 1970년대 컨테이너선은 평균 6m 길이 화물 2500개를 선적하는 게 한계였지만 '달리'는 1만개의 화물을 선적할 수 있다. '달리'는 길이 300m에 폭 28m로 배를 세로로 세워놓으면 에펠탑 높이에 맞먹는다.

크기 외에 '블루 나고야'는 6노트(약 시속 11km) 속도로 충돌했지만 '달리'는 충돌 당시 8노트(시속 14.8km) 속도였다. 몸집도 큰데다 속도도 빨랐기 때문에 충격이 배가됐다.

△교각에 충돌 대비한 보호구조물 있었나

1980년 충돌에 대한 국립연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키 브리지 교각 주위엔 목재 구조물로 된 보호막이 설치돼 있었다. 또 보고서는 교각에 대한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된 '깨질 수 있는 (crushable)보호 구조물'의 효과가 입증됐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 뒤 키 브리지에 보호구조물이 재설치 됐는지 아니면 다른 완충장치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리 밑바닥인 교반을 보호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인 '돌핀(dolphin)' 이 없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돌핀은 선박의 충격을 흡수하고, 선박의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해 일종의 교량 보호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달리'가 돌핀을 살짝 벗어난 각도로 교각에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강을 가로질러 놓인 다리는 최소 300개에 달하는데 3분의 2는 1980년 이전에 세워졌다. 나머지는 그 이후 재건됐다.

키 브리지 붕괴를 계기로 전문가들은 다리 교각에 자동차 범퍼같은 커다란 완충구조물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릭 게디스 교수는 "컨테이너선의 몸집을 키우면 많은 이점이 생기지만 그에 따른 기간시설 정비는 매우 더디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바진 모바셔 애리조나 주립대 구조공학교수는 "교각 주변에 성벽을 두르지 않는 다음에야 '달리'같은 대형화물선의 충돌을 이겨낼 수 있는 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키 브리지에 두 번의 충돌이 있었다면 세 번째 충돌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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