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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백주대낮에 아내 폭행살해…초라한 여성인권 민낯 드러난 카자흐

장관이 백주대낮에 아내 폭행살해…초라한 여성인권 민낯 드러난 카자흐

기사승인 2024. 04. 1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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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단순폭행으로 해석될 여지 커지자 범국민적 분노
당국, 결국 가정폭력 특별법 제정…여성단체 "승리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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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자신의 아내를 폭행살해한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던 쿠안디크 비심바예프 전 국가경제부 장관. /카자흐스탄 국가경제부
세속국가를 지향하는 중앙아시아의 이슬람국가 카자흐스탄에서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일간 텡그리뉴스지에 따르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이날 여성인권과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률(가정폭력특별법)과 행정법 개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130여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인 카자흐스탄은 각 민족 사회의 다양성을 받아들여 표면적으로 세속국가를 천명하고 있지만, 전체 인구의 70%에 달하는 카자흐족이 대부분 수니파 무슬림이라 전통적으로 이슬람권으로 분류되며 남성중심 문화가 매우 강하다.

카자흐스탄은 2021년을 기점으로 토카예프 대통령의 집권 아래 전통적 종교주의정책에서 세속주의적 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2021년 3월에는 여성의날(8일)을 맞아 중앙아시아 최초로 양성평등 집회를 공식적으로 허가하고 여성차별 철폐, 남성·여성의 평등한 권리 등 양성평등 중심 정책을 펼쳤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이슬람 문화의 상징인 히잡과 부르카의 아동강제착용을 금지했다.

다만 이런 세속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문제 등 사회적 관념상 보수주의적 입장도 만만찮게 견지되고 있어 양성평등을 위한 실질적인 입법 절차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쿠안디크 비심바예프 전 국가경제부 장관(45세)이 자신의 아내를 폭행살해한 사건이 세간에 주목을 끌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비심바예프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사실혼 관계였던 자신의 아내 살타나트 누케노바를 살해한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 사건 발생 후 약 6개월만에 열린 재판에서 처음 대중에 모습을 들어낸 비심바예프 전 장관과 변호인단은 폭행사실은 인정하지만 직접적인 사망원인이라 단정할 수 없기에 해당 사건을 단순폭행 및 과실치사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단순폭행으로 해석되는 현행법의 취약점을 공략한 셈인데, 시대를 거스르는 주장에 많은 이들은 분노했다. 이후 해당 사건은 2021년 폐지된 사형제를 부활시키자는 움직임과 더불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여성인권 시위를 촉발시키는 등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날 제정된 가정폭력 특별법과 관련해 디나라 자키에바 카자흐스탄 여성·아동권리위원장은 "매일 평균 342명에 달하는 여성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69명의 여성과 7명의 아동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했다"면서 "(특별법 제정은) 모든 어린이와 여성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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