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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드러낸 호주 공공의료 시스템…수술 받으려면 두 달 기다려야

민낯 드러낸 호주 공공의료 시스템…수술 받으려면 두 달 기다려야

기사승인 2024. 04. 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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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hospital
인구 노령화와 예산 부족으로 호주 공공의료 시스템이 위기를 맞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공립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두 달을 기다려야 하고, 넘치는 환자를 돌보지 못하는 응급실 밖에는 구급차가 길게 줄지어 서있는 호주 공공의료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호주 에스비에스(SBS) 방송은 21일(현지시간) 호주 의사협회가 최근 발표한 공립병원 보고서를 인용해 공립병원에서 제때 수술을 받는 사람들의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공립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20년 전에 비해 평균 두 배 이상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공립병원 환자들의 수술 대기 기간은 평균 49일에 달했으며, 이는 12개월 전에 비해 9일 길어졌고, 10년 전과 비교할 때는 13일이 더 지체된 것이다.

지역별로는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평균 수술 대기 기간이 69일로 가장 길었고, 호주 원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북부 준주는 29일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또한 진단 후 90일 이내 수술이 권장되는 심장판막 치환술, 선천성 심장 결함, 그리고 골절 수술을 제때 받는 환자의 비율 역시 기록상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부족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심폐소생술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응급실 환자가 제때 진료받은 비율이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4시간 이내에 응급 처치를 완료한 환자의 비율은 56%에 불과했는데, 이는 지난해에 비해 5% 감소한 것이다. 보고서는 응급처치를 제때 완료한 비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14% 감소했다면서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호주의 인구 증가로 인해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병상수도 감소했다. 2018년과 2022년 사이에 인구는 100만명 증가했지만, 공공병원 병상은 고작 1220개 늘어나는데 그쳤다. 협회는 "2018년 이전에는 호주 인구가 1만명 늘어날 때마다 병상수가 25.3개 늘어났지만, 지금은 동일기준 증가 병상 수는 11.6개로 둔화됐다"면서 "의료진과 병상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수술 대기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수술 대기 시간이 늘어난 원인으로 공공의료 예산 문제를 꼽았다. 연방정부가 2025년부터 공립병원 지원기금 한도를 6.5% 인상하기로 했지만,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올해에만 약 3조5000억원의 긴급기금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립병원에 대한 자금 지원액은 계속 늘어나고는 있지만 성과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면서 공공의료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역할 재정립을 통해 주정부에 치우쳐진 불균형적인 자금 부담을 연방정부가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맞추기 위해 연방정부가 1인당 의료 예산을 매년 평균 2.2% 증가시키는 반면, 주정부는 그 두 배에 달하는 4.7%를 인상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노령화 역시 공공의료 시스템에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2년 기준 65세 이상 호주인은 전체 인구의 17.1%를 차지하지만, 공립병원에서 이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호주 고령 인구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공립병원의 업무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즉각적인 투자가 없다면 젊은이와 노인 모두가 마땅히 받아야 할 공공병원 서비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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